Pento - PENTOXIC Review

Pento를 처음 접한 건 Vanilla Bass의 Cro-magnon meat 앨범에서의 7번 트랙에서였다. Vanilla Bass의 난해하고 종잡을 수 없는 비트에 섞인 그의 목소리와 가사는 너무도 잘 스며들어서 공개곡이란 게 아까울 정도였다. 그에 대해 더 파고들다 결국 Salon을 알게 됐지만 Pentoxic과는 상관없는 얘기이니 여기서 각설하고, Pop Secret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믹스테잎을 낸 후 Trinitas라는 공개곡을 통해 예고되고 곧 발매된 그의 1집의 느낌은 일단 곡을 듣지 않았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성급하다'였다. 물론 그 전 몇 년간 JA와의 팀 JNPB와 우주선 앨범 참여 등 보여주고 활동한 모습들이 많았지만 왠지 정규앨범을 내기엔 아직 이르단 느낌이 든 건 앞으로..

URD - URD Review

'원초적 진보' 앨범의 전체 컨셉이자 그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VON의 원초적 느낌과 RealDreamer의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비트가 조합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성공이다. 명 MC와 Producer의 완벽한 합작이라는 말조차 앨범의 완성도를 표현할 수 없다. 언제 들어도 트렌디하고 세련된 우주느낌의 비트와 그 위에 얹어진 다분히 본능적인 VON의 랩.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잡아먹히는 일 없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실험적이지만 pop스러우며, pop스럽지만 전혀 진부하거나 뻔하지 않다. 한영외고 졸업 후 피아노를 배운 지 단 1년만에 버클리 음대에 수석 입학했다고 하는 RealDreamer의 비트는 앞서 말한 배경이 없더라도 단언할 수 있다. 그는 천재다. 필요한 소스를..

UMC/UW -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Review

힙합, 랩에서 라임은 있어야한다는 말을 넘어 빠져선 안된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멜로디가 없으면 보컬이 아니다.’라는 편견을 깨고 등장한 타악적 보컬의 성질을 띄는 랩에 있어 부족한 멜로디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도 라임이고, 라임을 씀으로써 생기는 질서, 거기에서 나오는 유려한 리듬감, 문장의 핵심적 단어를 라이밍으로 배열함으로써 느껴지는 청각적인 긴장감과 더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력,... 궁극적으로는 모든 음악이 추구하는 ‘좋은 음악’이 되기 위함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게 라임이다. 그만큼 라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랩이고 지금의 랩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게 라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 라임의 중요성 때문에 흔히들 범하게 되는 치명..

Giant - Tiger Style Review

SUPERHERO LP때부터 확실한 컨셉을 잡아오며 JA+AEIZOKU의 Double Feature 앨범에서 단지 몇 곡의 피쳐링만으로 주목을 받은 GIANT였기에 그의 정규소식은 굳이 그의 소속 크루인 살롱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꽤 많은 힙합매니아들이 기다렸던 것이었을 테다. 우주선이라는 같은 그룹 소속인 VON과 목소리가 헷갈린다는 사람이 꽤 많은데, 사실 조금만 유심히 들어보면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의도해낸 간결하고 절제된 스타일, 그리고 조금 더 끈적함이 느껴지는 Dope함은 자이언 랩핑의 특징이며 매력이기도 하다. 랩도 주목해야 할 것임은 틀림없지만 사실 TIGER STYLE이라는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이언의 프로듀싱 스킬이다. 1번 트랙 Intro와(Prod. by Givoni..

Verbal Jint - 누명 Review

한국힙합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오며 끊임없이 자신의 주관을 타협 없이 내세워 오던 그가 마지막 정규라고까지 선언할 정도였다면 그가 그렇게까지 말한 마지막 정규앨범 [누명]에 쏟은 열정이 무시무시할정도로 어마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VJ가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것들, 그것을 이해해주길 바랐던 리스너들에 대한 기대치와 그것에 대한 실망, 알고있지만 말 할 수 없는 감정들... 그가 결국 선택한 것은 지금까지의 작용하는 방식이 아닌, 단순히 말하면 조금 더 관조적인 입장에서 씬을 바라보고 관계를 맺는 것. 스스로가 힙합이라는 음악에서 발을 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머무르되 조금 더 물러서서, 뜨겁기만 했던 마음을 약간 식힌다는 태도로 바뀌는 것... 조금 늦게 쓰는 리뷰라 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제..

Pento - MICROSUIT Review

국내 힙합 씬에서 '실험적이며 추상적인'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살롱(Salon), 그중에서도 그런 살롱의 느낌을 가장 잘 담아내는 펜토(Pento)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살롱과는 색채가 정반대인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에 합류하고 나서 나온 앨범이라 방향성이 약간 바뀌었을 수 있겠다는 추측은 가능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 충격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전작인 [Pentoxic]과는 달리 L.S.V.(Laser Sound Vision)라는 프로듀서가 앨범 전체의 비트를 담당했으며 때문에 대체로 호평받았던 전작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으로 지적받았던 들쑥날쑥한 구성의 단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를 넘어 오히려 개별 곡의 구성부터 트랙 전체의 구성이 치밀하게 짜여있다는 느..

VEE X KILLA - IN METAL FACE Review

에퍼즈(Efferz) 크루에서 뉴라(Newra)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던 그가 븨 엑스 킬라(VEE X KILLA, 이하 븨)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첫 번째 믹스테잎이다. [IRON TREE LEGEND]와 그 속편 격의 [IRON TREE LEGEND II]라는 싱글을 이미 발표했지만, 그 두 앨범보다 더 많은 랩이 실려 있어 븨라는 랩퍼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공식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에 일단 충분한 의의가 있는 앨범이다. 많은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이제 막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이 랩퍼가 내 흥미를 끌었던 이유는 앨범의 눈에 띄는 콘셉트 때문이었다. 미국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악당 닥터 둠(Dr. Doom)에서 착안한, 캐릭터성 강한 뮤지션 둠(Doom)에게서 노골적으로..

나를 책임져, 알피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실패했다면, 나는 90%의 원인이 영화 제목 번역가에게 있다고 단언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을 욕하거나 팰 자신이 있다.(원래 찾아볼 정도로 궁금하진 않았는데 찾아보니까 망했다고 함. 번역가 ㄱ.....ㅐ..)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서나 주드 로의 이미지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달콤하거나 기승전결이 뻔한 여느 로맨스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꼭 영화 때문은 아니고, 가슴이 아프거나 시린 적은 많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진행 방식도 그렇고, 비교적 뚜렷한 진행과 결말도 마음에 들었던 영화다. 한번쯤은 봐도 괜찮을 영화.

맨 프롬 어스 Man From Earth

약간의 스포일러 주의 보기 전부터 이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던 터라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내가 본 평들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려져 있어서 그나마 중립에 가까운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대강의 내용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한 남자가 지인들을 초청해 10년, 혹은 몇 천 년 이상의 시간을 담아두었던 얘기를 쏟아낸다는 것인데 그 내용이 참 황당하다. 자신은 14,000년을 살아왔던 크로마뇽인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해 성서의 주인공이라는 데에까지 치닫는다. 영화의 결말은 꽤나 만족스러웠고 전체적인 플롯도 그냥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논하는 주제 자체가 거기서 나오는 어떤 대사와 마찬가지로(이 말이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결국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