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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D - URD Review


'원초적 진보'
앨범의 전체 컨셉이자 그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VON의 원초적 느낌과 RealDreamer의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비트가 조합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성공이다.

명 MC와 Producer의 완벽한 합작이라는 말조차 앨범의 완성도를 표현할 수 없다. 언제 들어도 트렌디하고 세련된 우주느낌의 비트와 그 위에 얹어진 다분히 본능적인 VON의 랩.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잡아먹히는 일 없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실험적이지만 pop스러우며, pop스럽지만 전혀 진부하거나 뻔하지 않다. 한영외고 졸업 후 피아노를 배운 지 단 1년만에 버클리 음대에 수석 입학했다고 하는 RealDreamer의 비트는 앞서 말한 배경이 없더라도 단언할 수 있다. 그는 천재다. 필요한 소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때론 미니멀한 드럼만으로 간지를 뽐내면서도 URD스러운 느낌을 잃지 않도록 앨범 전체에 고루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URD 이후로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일 따름이다.

VON의 랩 톤을 들어보면, 사실 이런 목소리가 RealDreamer의 비트 위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낼 것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둘의 전작인 Raw Deal EP에서 이미 증명했듯, 그의 묵직한 목소리는 비트에 묻히지도 그렇다고 잡지도 않고 서로 끈끈히 얽혀 VON다운 가사들을 뱉어낸다. 은연한 성적 메시지를 전반으로 때론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때론 저절로 몸이 들썩이게 하는 유려한 랩들을 선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본의 랩 커리어 중에서 지금까지의 가장 최고의 랩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컨셉을 돕기 위해 Space Flatform이라는, 우주 공간에서 말하는 듯한 느낌의 스킷을 곡 중간에 배치한 것도 참 좋았고, 전작 EP에서의 몇 몇 곡들을 2.0 이라는 숫자를 뒤에 붙여 리믹스격으로 만들어 넣은 것들도 만족스럽게 들었다. 리믹스된 곡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를 가진 곡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사의 깊이에 대해선 높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오히려 철학적인 깊이가 있었다면 URD의 지향점이나 앨범의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직설적으로 원초적인 말들을 전달했기에 더 깊이 와닿을 수 있었다고 느꼈다.

실험적이지만 대중적이며 언제 들어도 트렌디한 이런 앨범을 언제 또 들을 수 있을까? 같은 해 발매된 Verbal Jint의 누명과 더불어 한국 힙합에 있어 길이 남을 이 명작을, 한번 더 주목해보길 바란다.

평점 : 9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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