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Gravity, 2013
8 / 10
2013년 첫 정규 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후 라이(Rhye)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본작 에 영향을 미쳤거나, 미쳤으리라 짐작되는 부분 두 가지만 서술해본다. 우선 전작에서 함께 했던 프로듀서 로빈 한니발(Robin Hannibal)이 이번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불화 같은 이유는 아니며, 로빈 한니발이 보컬 코코 오(Coco O)와의 프로젝트 그룹 쿼드론(Quadron)을 진행할 때 맺었던 계약상의 문제로 인해 듀오로서의 라이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라이라는 이름과 컨셉, 비주얼, 데뷔 앨범을 함께 계획하고 만들었던 라이의 반쪽이 없다는 것은 보컬 밀로쉬(Michael Milosh)에게 치명적이었을 것이다.음악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적 관계로서의 반쪽이 사라졌다..
음악을 들으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바로 나의 무지함에 기인한 몰이해를 맞닥뜨리게 될 때다. 쉽게 말해 보컬 얹은 곡 들을 때 외국어 가사를 쉽게 해석 못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별 생각 없어 보이는 EDM이나 트랩 장르조차 걔네가 트랙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랑 아는 거랑은 장르를 이해하든 즐기든 그 정도에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예컨대 skrt의 뜻을 아는 거랑 모르는 거랑은 아주 다름... 몹시 다를 수 밖에 없음. (여담이지만 음악 듣기라는 행위의 수준은 1. 이해하고 분석하면서 동시에 즐기면서 듣기 2. 이해하고 분석하며 듣기 3. 그냥 즐기면서 듣기 의 세 가지로 구분하는 동시에 순위를 둘 수 있으며 많이 들을수록 321 순으로 그 수준이 자연스레 상향된다고 본다) ..
1.결성 10주년 기념 싱글 을 듣고 그들의 네 번째 컴필레이션에 대한 내 기대치는 많이 낮춰져 있었다. 7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오버클래스라는 집단 자체의 결과물이 없었기에 그들의 이미지는 옅게 흐려져 있었고, 그 시간의 갭은 뛰어난 (신생) 아티스트들이 빈틈 없이 메우고 있었다. 물론, 애당초 다루는 세부적 장르나 스타일보다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로 뭉쳤고, 살롱(SALON)의 단체 입단과 탈퇴라는 사례, 컴필레이션 앨범 자체가 보여주는 성격 등 오버클래스는 시작부터가 느슨히 체결된 프로젝트 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만의 색깔을 더 강화하거나, 한 발짝 물러나서 다른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프로듀서의 위치에서 활동하거나,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뛰어들거나, 아예 활동이 없..
1. BLOOD. 2. DNA. 3. YAH. 4. ELEMENT. 5. FEEL. 6. LOYALTY. (feat. Rihanna) 7. PRIDE. 8. HUMBLE. 9. LUST. 10. LOVE. 11. XXX. (feat. U2) 12. FEAR. 13. GOD. 14. DUCKWORTH. 1. 악함인가, 약함인가? '인도 위를 배회하는 맹인 여성과의 대화'라는 상황극을 앞세우고,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모든 삶을 바닥에 내치며, 아니,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내쳐지며, 켄드릭 라마는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앨범을 플레이하는 내내 머릿속을 멤돌 질문을 첫 트랙 [Blood]의 인트로에서 던진다. 'Is it wickedness? Is it weakness? You decide.' 이해하기 조금..
캐롤이 테레즈의 오른쪽 어깨를 쓸어내리자 테레즈는 캐롤의 손을 내려다본다. 뒤이어 리처드가 테레즈의 왼쪽 어깨를 쓰다듬고 테레즈도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눈은 캐롤을 찾아나서는 것 같다. Rewind time. 둘의 첫 만남. 캐롤의 플러팅@백화점은 적당히 눈치챌 수 있을 법하면서도 '이게 나 혼자 착각하는 자의식 과잉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를 것 같은 오묘함과 짜릿함, 긴장을 잘 표현해줘서 마냥 좋았다. 이후의 만남에서, 캐롤은 테레즈의 성씨에 대해서 기원이 되는 조상에 대한 얘기까지는 궁금해하지 않고 독특하다 평하며 말을 자르지만, 그것은 무시가 아닌 캐롤이 백화점에서 기차세트를 주문하며 보였던 노골적인 플러팅의 연장이다. 어떤 말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대화를 한다는 그 자체..
엔타운円都돈의 도시엔타운円盜돈 도둑 함께 일상을 공유하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을 뒤로 하고 병원을 나오자마자 험담을 시작하고 돈을 빼앗아가는 모습, 그리고 뭔가를 할 것 같았던 중요해 보였던 인물들이 초반 몇 분만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죽은 사람을 붙잡고 울고 돈을 태우는 것이 정말 슬픈 것이 아닌 의식의 형태로만 남은 황량한 관습임을 알 수 있었다. 아주 허무하고 거친 그 장면이, 발음만 같은 엔타운간의 대립을 보여주는 서막으로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시합 전에 항상 키스해주곤 했지." 라는 아로의 말, 그리고 아게하가 뒤에 이어질 말을 외우고서 똑같이 따라하는 대화. 항상 하는 마술(근데 이거 찾아봤는데 나 말고는 아무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영화는 유이치가 호시노와 그 무리에게 구타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이치가 얻어맞고 강제 자위하는 장면까지 나올 때는 엄청나게 치욕적일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와중에 호시노가 입은 아노락 진짜 멋있다는 생각도. 아무 것도 모르니 장면도 어떻게 배치했는지 몰라서 초등학교 때는 이지메 당하고 쭈구리였던 유이치가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리리피리아에 아오네코라는 필명으로 가입하게 된 줄 알았다. 장물을 팔아 넘긴 가게에서 포스터를 얻고 음악을 들은 장면 이후에 리리피리아에 접속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고.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는 우울했던 호시노와 만나 동질감을 느끼며 커가는 성장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얘기였다. 내가 사람 얼굴을 잘 인식 못해서 판단이 늦은 것도 있는데 심지어 후반부에 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