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엔 말렉(Etienne Malec)은 사진 작가이자 시계 수집가였던 아버지에게 시계 콜렉션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일기에 시계의 이름은 물론이고 가격, 누구로부터 무엇과 교환했는지에 대한 이력까지도 15년간 상세히 기록했다. 그의 유산을 기반으로 말렉은 발틱(Baltic Watches)이란 시계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다. 여느 마이크로 브랜드가 그렇듯 2017년 킥스타터를 통해 HMS 001과 BICOMPAX 001이라는 두 제품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현재는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드레스 워치 등의 장르에서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발틱이라는 이름은 발트해 연안의 북폴란드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써 지어진 것이다. 브랜드의 기원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해주는 네이밍..
세리카(Serica Watches)는 프랑스 파리의 샤퐁 거리에 위치한 시계 브랜드 겸 판매점이다. A Man & His Watch의 저자이자 WM 브라운 프로젝트(남성 패션 관련 블로그 및 스토어) 운영자인 맷 흐라넥(Matt Hranek)과 제롬 버거트(Jérôme Burgert), 가브리엘 베셰트(Gabriel Vachette), 다비드 가뉴반(David Gagnebin)의 4인이 설립했다. 헤드 디자이너로서 제품의 설계를 맡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뷰나 홍보 등 대외적인 업무를 제롬 버거트가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후술할 브랜드 창립의 역사를 보면 아마 세리카도 그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리라 추측해본다. 제롬 버거트는 20대 후반 프랑스의 온라인 시계 잡지 레 라비여스(Les Rhabilleur..
슈테언글라스는 Dustin Fontaine이 2016년 10월 킥스타터를 통해 시작한 독일의 마이크로 브랜드고, 18년 1월에 첫 오토매틱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역사가 길지 않고 특별한 족적도 없어 보이지만, 22년 기준 7년의 시간 동안 계속 콜렉션을 확장하면서 브랜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슈테언글라스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한 괜찮은 마이크로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모 유튜버는 '스턴글라스'로 읽고, 국내 욉 검색을 해보면 '슈테른글라스'로 소개되고 있는데 현지인 발음을 들어보면 슈테른보다 슈테안, 또는 슈테언에 가깝게 들린다. Island를 이즈랜드라고 읽는 정도의 오류는 아니지만 큰 차이라고 생각하며 가능하다면 원래 이름에 가깝게 불러주는..
다이버, 파일럿은 있으니 드레스랑 필드워치중에 하나로 삼신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한 때 더티 더즌이 끌린 적도 있었지만 다소 투박한 느낌이 맘에 안 들고, 그렇다고 드레스워치를 찰 만큼 다소곳 라이프를 살고 있진 않은데다 그 단정한 느낌이 좀 별로라서 여기서 멈출가 생각했는데… 구경하다보니 드레스워치에 머리 깨져버림 생각해보면 드레스워치는 독자 장르란 점에서 매력이 있다. 다이버, 파일럿, 필드 워치가 밀리터리와 직간접적으로 역사를 함께 한 데에 반해, 드레스 워치는 그 자체로 특정 복식(주로 포멀한)의 쥬얼리나 장식품 개념으로 접근되는 개념으로 시작한 시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포멀한 복식도 밀리터리와의 접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큰 결에서 다르다는 것이니 반박시 내 말이 맞음 내 기준의 시계 상..
홀든 콜필드, 앨런 op, 헨리 치나스키 등 예전부터 애쉬크로프트 제품들을 애용해왔다. 개별 제품의 완성도가 미흡해서 불만족스러웠던 적은 있었지만(헨리 치나스키 다리 끝부분이 빠지고 덜컥거렸음. 제품 자체는 만족해서 하나 부숴먹었을 때 하나 더 샀었음) 대부분은 만족했고 오래 써왔음. 아마 나처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합리적인 가격,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 디자인 채용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등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브랜드이기 때문일 것. 물론 이제는 애쉬콤팩트, 커먼웰스 같은 서브 브랜드를 전개하고, 다소 가격대를 올림과 동시에 라인업을 정리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시도하며 과거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긴 하다. 몇몇 안경들은 가격대가 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더라. 그게 작년에 ..
어바웃 빈티지(About Vintage)는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시계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설립자인 세바스찬 스코브와 토마스 안데르센의 이름을 딴 '스코브 안데르센'으로 소개되고 있고 한국인의 브랜드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그럴싸한 네이밍이긴 한데 원전을 따르지 않아서 꼽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아쉽다. 마이크로 브랜드 시장에서 큰 지분이나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유려한 미감을 잘 갖춘 라인들을 충실히 전개해가고 있고, 다만 방수나 야광 등 기능이 아쉽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론 '좋은 드레스 워치 브랜드' 정도로 생각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이들이 만드는 다이버 워치는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같은 비용에서 시티즌이나 세이코, 오리엔트,..
과 다른 의미에서 어려운 영화인데 인물의 특성, 그런 인물간의 관계, 사건의 흐름 등을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이나 사물의 배치, 행동 등을 통해 마치 상징처럼 모호하고 아주 빠르게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마치 파도처럼 모호함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물론 매력적이고 그런 것들이 쌓여서 이런 작품이 탄생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보통 닌겐의 머가리로는 그런 순간의 연속을 단번에 파악하고 이해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물론 이건 영화가 아니라 내 탓이고 때문에 재관람은 필수옵션 정도고 그게 싫으면 식견을 갖춘 사람의 리뷰를 통해 재감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봤을 땐 미친 싸이코패스 여자와 좀 웃기면서 불쌍한 경찰의 웃픈 불륜 영화 정도로 보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지독히도 이상적인 ..
이름만 십몇년 이상 듣다가 드디어 관람했다. 중겸삼림과 타락천사는 에무시네마에서, 화양연화는 집에서 관람. 서술한 순으로 각 94, 95, 00년 개봉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왕가위식 연출이 다듬어지는 걸 느끼는 게 재미있는 관람포인트였읍니다. 중경삼림 상영 당시 에무시네마에서 판매하던 홍콩 레몬 콜라. 맛은 그냥 콜라에 레몬+레몬시럽 넣은 맛인데 등장인물들이 콜라 마시는 장면에서 같이 마시니 혼자 즐거워할 수 있는 재미는 있었다. 중경삼림, 타락천사의 경우 큰 주제는 같다. 이별로 인한 상실-극복의 과정과 기억에 대한 내용을 그리는 건 같으나 타락천사에서는 그게 다양하게 변주되고 그래서 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중년살림이 연인과의 이별과 그에 대한 극복만을 다루지만 타락죽..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 영화를 10년 전 쯤에 봤다면 정말 촌스럽다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 봐서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복식이나 헤어스타일같은 게 매력적이었고 그 외의 부분에선 아련하고 따뜻하면서도 눅진한 느낌들을 받을 수 있었다. 붉은 벽돌집, 목재 인테리어, 해진 천막, 공중전화, 각진 자동차, 구권 지폐, 이젠 패션 브랜드로 더 익숙할 코닥까지… 물론 앞으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낭만적인 감상만을 느낀 거겠지만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더라도 예전의 것들을 보면 떠오르는 이런 감정들은 충분히 생길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