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UW -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Review

힙합, 랩에서 라임은 있어야한다는 말을 넘어 빠져선 안된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멜로디가 없으면 보컬이 아니다.’라는 편견을 깨고 등장한 타악적 보컬의 성질을 띄는 랩에 있어 부족한 멜로디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도 라임이고, 라임을 씀으로써 생기는 질서, 거기에서 나오는 유려한 리듬감, 문장의 핵심적 단어를 라이밍으로 배열함으로써 느껴지는 청각적인 긴장감과 더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력,... 궁극적으로는 모든 음악이 추구하는 ‘좋은 음악’이 되기 위함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게 라임이다. 그만큼 라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랩이고 지금의 랩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게 라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 라임의 중요성 때문에 흔히들 범하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는데 바로 ‘라임이 없으면 힙합이 아니다.’란 말이다. 이건 틀린 말이다. umc 떡밥이 나돌면 가장 많이 나오기도 하는 이 말은 지나치게 독선적인 면이 있으며 맞는 말도 아니다. 정확히는 라임을 사용함으로써 나오는, ‘힙합의 흑인음악적 매력을 제대로 갖췄고, 음악적 완결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즉 라임의 유무가 아닌 음악성으로 힙합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함이 옳은 것이다. 라임보다 더 뛰어나게 음악성을 표현해낼 수 있는 방법이 나타난다면 라임은 도태 될 것이나 현재까지 그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힙합의 음악성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라임이 없으면 힙합이 아니다. 라는 단정적인 이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일 뿐이다. 애초에 멜로디가 없으면 보컬이 아니라는 룰을 깨고 파생된 장르인 힙합에 그것이 중요하다고 어떠한 룰 자체를 강제한다는 것부터가 우스운 것이며 라임이 없다고 힙합이 아니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잘못된 습관도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랩에 대한 정확한 방법론이 정립되기 이전의 시절, umc는 ‘당시’의 메시지 전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심지어 문법체계를 파괴해버리는 라임방식보다는 ‘~다.’ ‘~네.’같은 비슷비슷한 종결어미로 끝나는, 그래서 라임보단 미미하지만 분명 운율감은 있는 우리나라의 일반 문학 서술 방식을 그대로 랩으로 옮기고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 문장과는 달리 문법이 무너지기도 하는 랩 가사에 비해 그냥 문학으로도 보일 수 있는 훨씬 자연스러운 그의 가사는 분명 메시지 전달엔 효과적이었다.

외래의 문화가 다른 곳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변질되고 기존의 문화에 맞게 변형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에 그의 이러한 시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도 분명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지금의 방법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의 메시지 전달력이 건재하다는 것은 3집의 맛보기로 나온 싱글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를 들어도 알 수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며, 뭣보다 자기 과시만 가득한 요즘의 랩 가사들과는 달리 사회 비판적인 면을 얘기하고 있으며 담담하지만 힘있는 그 특유의 톤으로 또박또박 현재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다다.

단순한 언어의 영역으로서 접근한 그의 랩엔 라임을 사용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음악적 요소들이 없다. 읊는 랩에서 느낄 수 있는 운율감과 리듬감이라봤자 언어를 말로 내뱉을 때의 강세나 악센트, 비슷한 형태의 종결어미가 전부일 뿐이다. 언어를 조금 더 음악적으로 접근시킨다면 그 언어 특유의 패턴과 문법체계는 무너질 수 있지만 그럼으로써 더 큰 외적인 운율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umc가 주목했던 라이밍 방식의 단점들도 이젠 체계적으로, 다양하게 발달된 지금은 문법 파괴를 하지 않고도 라임이란 체계 안에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도 가능하다.(Jerry.K의 공개곡 우민정책(牛民政策)을 들어보라.) 어쩌면 그의 방법론 자체가 이젠 리듬감을 구속해버리는 꼴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3집이 나오기 전이라 시기상조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의 최근 싱글만 들어보아도 발전은 없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으니 계속 적도록 하겠다. 그가 보여준 수많은 결과물 중 맨 첫 문단에서 언급한 라임의 사용으로서 오는 이점들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대안을 본 적이 없다. 담담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그의 음악이지만 음악의 가장 궁극적 목표인 좋은 음악에서 오는 청각적 즐거움을 그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음악으로 봐줄 수 있다면, umc는 실패한 음악을 한 것이 맞다.

물론 umc 자신은 자신이 리얼이라고, 자신이 더 나은 음악을 한다고 말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건 어떠한 작품 뒤에 늘 따라오는 지극히 당연한 피드백이다. 뮤지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권리가 있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을 더 완벽히 할 의무가 있다. umc는 그 의무를 지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한 의무에 대한 질타는 당연한 것이다.

umc는 단순히 라임이 없다는 형식상의 이유 때문에 까이고 까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O.M.P.가 까이고, OK Bone이 까이고, Real.D가 까이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음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받을 수 있는 감동으로 음악성의 부재를 때워주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그의 랩은 아무것도 없다. 그의 음악을 보면 VJ가 자신의 기준으로 Ill과 Wack을 구별하는 것보다 더 지독한 독선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음악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절대로 아니다. 메시지 이전에 음악성이 0순위로 중요시 되어야한다. 음악가는 우선적으로 소리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지 메시지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점 : 2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