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o - MICROSUIT Review

국내 힙합 씬에서 '실험적이며 추상적인'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살롱(Salon), 그중에서도 그런 살롱의 느낌을 가장 잘 담아내는 펜토(Pento)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살롱과는 색채가 정반대인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에 합류하고 나서 나온 앨범이라 방향성이 약간 바뀌었을 수 있겠다는 추측은 가능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 충격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전작인 [Pentoxic]과는 달리 L.S.V.(Laser Sound Vision)라는 프로듀서가 앨범 전체의 비트를 담당했으며 때문에 대체로 호평받았던 전작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으로 지적받았던 들쑥날쑥한 구성의 단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를 넘어 오히려 개별 곡의 구성부터 트랙 전체의 구성이 치밀하게 짜여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는 큰 흐름을 가지고 있다.

펜토 본인은 장르의 구분이 자신에겐 카테고리의 구별을 위해서 붙여진 이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굳이 이 앨범의 장르를 따져보자면 '일렉트로닉 힙합' 정도가 적절한 명칭이 되겠다. 아주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는 아니고 그전에 보여줬던 결과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 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준 적당히 힙합스러운, 펜토의 말에 따르면 랩이 위주가 아닌 각각의 소스들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으로써 앨범은 큰 틀을 갖춘다.

1집 [Pentoxic]이 준비되던 시절부터 [Microsuit]는 기획되었다는 말부터, 저스티스(Justice), 프로디지(Prodigy),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등의 마스터링을 담당한 The Exchange Mastering Studio에서 마스터링을 마쳤다는 일화, 또한 뮤지션으로선 이례적으로 직접 앨범의 감상을 위한 코멘터리를 적었다는 점에서 그저 신선함으로만 다가올 수 있는 앨범에 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건 "ROCK DISCO"에서부터 "KRYSTAL"까지 그나마 펜토의 신 나는 랩을 들을 수 있음에도 힙합적인 면에서 봤을 때 [Pentoxic]만큼의 충격과 재미는 없다는 것이다.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힙합이 아닌 음악적인 면으로 볼 때 [Microsuit]의 가치는 제대로 조명된다' 라는 그의 말처럼, 리스너로서의 기대치보다 뮤지션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우선시된 자세로 보자면 펜토가 의도한 [Microsuit]의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있겠지만, 그런 고집에 밀려 전혀 소홀히 되어선 안 될 리스너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밀려난 점은 아쉽다.

물론 기존의 모습으로 타협하기보단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보여주려는 그의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앨범 컨셉과 L.S.V.라는 신인 프로듀서의 조명, 펜토의 다채로운 랩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단 점에서는 분명히 큰 의의가 있는 앨범이다. 하나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비록 그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있다고 해도 무조건적인 클래식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아쉬움은 래퍼로서의 [Pentoxic]의 펜토, 아티스트로서의 [Microsuit]의 펜토라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이기에 단지 실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의 펜토로 나타날지, 그게 클래식이 될 것인지의 기대치는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평점 : 8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