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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E X KILLA - IN METAL FACE Review


에퍼즈(Efferz) 크루에서 뉴라(Newra)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던 그가 븨 엑스 킬라(VEE X KILLA, 이하 븨)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첫 번째 믹스테잎이다. [IRON TREE LEGEND]와 그 속편 격의 [IRON TREE LEGEND II]라는 싱글을 이미 발표했지만, 그 두 앨범보다 더 많은 랩이 실려 있어 븨라는 랩퍼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공식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에 일단 충분한 의의가 있는 앨범이다.


많은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이제 막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이 랩퍼가 내 흥미를 끌었던 이유는 앨범의 눈에 띄는 콘셉트 때문이었다. 미국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악당 닥터 둠(Dr. Doom)에서 착안한, 캐릭터성 강한 뮤지션 둠(Doom)에게서 노골적으로 빌려 온 콘셉트이긴 하나, 눈으론 히어로 코믹스에 열광하며 귀로는 캐릭터가 확고한 뮤지션이나 앨범에 더 주목하게 되는 내게 [IN METAL FACE] 믹스테잎은 일단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눈과 귀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줬기에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음악들보다 마음을 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보기 좋은 음식인데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둠의 [Special Herbs] 시리즈에서만 모든 비트를 골랐으니 일단 밥상은 근사하다. 문제는 반찬인데, 븨의 랩은 분명히 나쁘지 않다. 정박에 딱 맞아 들어가고 각 마디 안에서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기본기를 잘 지키는 랩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감흥이 없다. 랩 스타일 때문이겠지만 뚜렷한 라이밍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이 너무 크다. “Met Play"에서는 그나마 그의 랩의 그루브함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머지 곡들에서의 랩은 만족스럽기보단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딱 그런 정도다. 짧은 앨범의 러닝타임에 애정이 담긴 아쉬움보다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분명히 그가 고심해봐야 할 문제다.


메시지 면에선 만족스럽다. 가사가 난해한 편이라 두어 번은 읽어야 이해가 가지만 그래서 숨겨진 재치 있는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 즐겁다. 1번 트랙에서 간단한 소개를 끝내고 바로 나오는 2번 “X ELECTRO”가 그 재치있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곡 중 하나다. 가사 중 'Dead Pool처럼 Rap을 한다'나 '난 Storm같이 눈을 뜨고 Scott같이 쏘는, 또 Rox처럼 분열해서 Hulk같이 구는 Style' 같은 부분을 이해하려면 데드 풀이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캐릭터이며 스캇이 눈으로 광선을 쏘는 초능력자라는 등의 만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런 이해의 필요성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가사의 수준이나 언어 유희적인 측면에 이바지하는 장점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 비유들이 앨범 전반부에 담겨 있는 반면 후반부 곡들에 쓰인,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듯한 단어나 어절들을 채용하는 경향도 주목 해볼 만 하다. 간다라는 뜻의 'いきます'는 그의 싱글 곡 "Slow Motion"에서 한번 쓰였던 어절이며 븨의 두 싱글의 베이스가 된 자작 이야기인 '쇠나무전설'과 관련된 'Hello Iron Tree'나 '내 남은 팔을 잘라 버렸던 마지막 전설' 등의 문구는 꽤 의미심장하다. 그룹 리미와 감자의 곡인 “치킨“의 가사를 읊는 인터루드 뒤에 영 머니(Young Money)의 단체 곡 “Bed Rock”에서 따온 훅을 필두로 쿠키즈(Cookiz) 크루의 믹스테잎 수록곡 "Bed Rock Remix (Feat. 단아, 리미, 감자)"의 리미와 감자 벌스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디스한 5번 트랙 "Doom! Rock"도 놓치면 안 될 곡이다. 마지막 곡에서 크루와 멤버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리며 믹스테잎은 마무리된다.


답습하려고만 하는 음악은 좋은 음악이 아니다. 음악가는 늘 창의적이고 실험적이어야 한다.비록 완벽하지 않은 앨범일진 몰라도, 후에 [IN METAL FACE]와 비슷한 콘셉트의 믹스테잎이 나온다면 그것이 이 믹스테잎을 모방했다는 말이 나올 여지를 주었다는 것으로 븨의 첫 믹스테잎은 그 면에선 합격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발판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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