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중에 여학생 5명 그중 3명이 함께 다녔고 2명은 따로 다녔다. 공대생들은 상상이 될거다. 3명이 함께 다닌다는 건, 같이 몰려다니는 남자들이 있다는거고, 2명이 따로 다닌다는 건, 같이 다녀주는 남자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 -- 개인플레이어들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자연히 3명은 나머지 2명과 멀어지게되고 남자들도 3명에게만 관심을 주었다. 난 내 패거리가 있었지만 멀리서 지켜보며 이 3명이 2명을 멀리한다는 걸, 그리고 멀리할 수록 자기 주가가 오른다는 걸 학습했다는 걸 눈치챘다. 공대여학생이 이런 소외 상황에 처하면 많은 경우 성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2명 중 1명이 3학년 때 전과시도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내 오지랍이 시작되었다..
예술을 '이미지'로만 접하면 저렇게 되는 겁니다. 직접 보고, 공부하고, 느껴보고, 생각해야하는게 현대미술이니까요. 현대미술은 '참여'와 '소통'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옛날 예술은 '적당한 거리에서 눈만 굴리면 이해가 되는 작품'이 살아남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왜냐면 귀족들이 즐겼으니까요. 때문에 수용자 중심의 제작이 이뤄졌고요. 오늘날 미술은 작품과 관객이 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즉 관객이 작품의 맥락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해요. 근데 오늘날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복제 이미지들은 관객의 적극적인 태도를 다시 관조적인 태도로 돌려버리죠. 작품의 맥락은 사라지고 소통은 단절됩니다. 참여의 태도보단 관조의 태도가 다시 살아나죠. 예술이 이해가 안된다는 말, 거기에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 ..
글쓰기 자료를 수집하다 우연히 유시민 전 의원의 글쓰기 강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내용이 너무도 알차고, 배울 점이 많아 동영상을 재생하고 정지시키고를 반복, 필사(베껴쓰기)하여 한글 문서로 저장했습니다. 두 시간 넘게 걸린 듯한데 한글 문서로 총 10페이지 분량입니다. 무지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필사를 마친 지금의 보람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2시간 짜리 글쓰기 훈련을 받은 기분입니다. 유시민 전 의원이 강의 속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 2권을 소개합니다. 하나는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다른 하나는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 이렇게 두권입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는 소장하고 있으나 여태 읽어보지 않았네요. 책장에 꼽혀 있는 걸 꺼내서 얼른 머리맡에 두었습니다. 이오덕 선생..
나는 성형수술에도 관심이 없지만 봉사활동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학생의 자세이자 취업준비생의 자세라 할 것이다. 내가 관심이 없다는 것 외에도 이 둘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둘은 거의 동일하기까지 하다. 성형수술은 봉사활동만큼 이타적이다. 얼굴에 울긋불긋 솟아난 여드름, 지하철 두 자리를 차지하는 육중한 살이 괴롭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안구를 테러당한 소개팅 상대이자 지하철 옆자리의 가련한 영혼이다. 깨끗한 피부와 매력적인 몸매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안구를 정화하고 즐거움을 느낄 주변 사람이다. 성형수술은 단연컨대 타인을 이롭게 한다. 봉사활동은 성형수술만큼 이기적이다. 봉사활동이 순수한 이타심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 셈..
역경이 경력이라는 말,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는 말, 아이고를 다시 읽으면 I go가 된다는 말. 이런 말들이 싫다. 말장난스러운 재치를 뽐내는 말들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 재치에 매달리다보니 깊은 의미가 없고,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가난이 아름답다는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 가난에 처한 (가령 겨울철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며 곱은 손을 지하철 화장실 온풍기로 녹이곤 하는) 사람에게는 역겨운 소리다. 왜 미움과 마음이 같은 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외면되는가. 사람이 아니라 죄를 미워하라고 말하면서, 어째서 사람이 아니라 그가 내게 베푼 선행을 사랑하는 것은 비판하는가. 어째서 아픔을 담고 있는 소설에 대한 소위 잘나가는 동료 소설가들의 서평은 '...그럼에도 삶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노래..
우선 밝히건데, 누군가의 아픔에 잘 공감한다거나 정이 많다는 수식어와는 특별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도 그저 모든 평범한 사람만큼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슈퍼문이라길래, 얇고 닳은 후드를 입고 밖을 나섰다. 평소 달을 보러 밖을 나선 적은 없으니, 여기서만 봐도 난 그저 희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좇는 단순한 속물이다. 언젠가 식사나 술자리에서 들고나온 이야깃거리가 동났을 때, 타이밍 좋게 '지구에서 달이 가장 가까워지는 슈퍼문을 봤는데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밖을 나섰다고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얇은 긴 팔 후드가 쾌적할 만큼 밤바람이 선선했다. 슈퍼문은 보통때의 달보다 0.5mm정도 큰 듯했는데, 그조차 내 기분탓인지 의심스..
말은 '불의(不義)'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불의 - 아니 불, 의로울 의 - 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글은 시작한다. 여기서 유추해 낼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사실 가운데 하나는 [아니 불, 의로울 의] 중에서 '아니 불'의 뜻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결론은 '의로울 의'가 상징하는 '정의'가 서로 같지 않다는 점이다. 즉, 소위 '정의(正義)'라고 지칭되는 것은 언제나 의롭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정의는 사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다. 한때는 진정한 정의라고 믿어지던 것들이 지금은 과거의 이념으로 묻혀지고 있는 것들이 있고,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의견이 이제 정의라고 추앙받기도 한다. 어느 사회이든지 법이 존재하며, 그 법은 그 사..
자동차보험회사의 보상담당직원들은 입사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당연히 회사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며 그 내용은 법률, 심리학, 행정, 협상기술 등을 망라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하루종일 교통사고 가해자, 피해자와 만나고 밥 먹고 하는 일이 늘 그것인 관계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상담당직원들은 이렇게 완벽하게 중무장하고 있는데 비하여, 피해자들 대부분은 평생에 한두 번 당하는 일이므로 관련지식이 전혀 없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약자라고" 또는 "아는 것이 없다고" 해서 자동차보험사의 농간에 당하기만 하고 결국 치료도 못 받고 말도 안되는 쥐꼬리만한 합의금만 받고 끝내야 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여 포..
얼마전 김조광수감독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오유에도 많이 올라왔었습니다. 몇몇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결혼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오유에서도 많은 분들이 축복해주셨지만, 몇몇 분들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리플 중에 제 눈길을 끈 것은 "동성애는 생물학적 원칙에 위배되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이전에도 동성애 논란이 벌어지면 항상 들고오는 근거로 '자연의 섭리에 위배된다.', '생물학적 원칙에 위배된다.'는 식의 리플이 올라왔었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사항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생물의 기본근간은 다양성이고, 생물학은 현상학이라는 것입니다. 동성애에 생물학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은 생물학에 대해 한참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