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조광수감독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오유에도 많이 올라왔었습니다.
몇몇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결혼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오유에서도 많은 분들이 축복해주셨지만, 몇몇 분들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리플 중에 제 눈길을 끈 것은 "동성애는 생물학적 원칙에 위배되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이전에도 동성애 논란이 벌어지면 항상 들고오는 근거로 '자연의 섭리에 위배된다.', '생물학적 원칙에 위배된다.'는 식의 리플이 올라왔었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사항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생물의 기본근간은 다양성이고, 생물학은 현상학이라는 것입니다.
동성애에 생물학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은 생물학에 대해 한참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생물학은 물리, 수학과 같은 이론학과 다르게 직접 현상을 관찰하고, 관찰하고, 관찰해서 결과를 내립니다.
백마리의 백조를 관찰해서 백조의 깃털색은 흰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생물의 기본근간은 다양성이므로, 언제든지 예외사항이 나올 수 있습니다.
좀더 관찰을 진행하여, 백한마리째 백조를 관찰해보니 깃털이 흰색이 아닌 검은색이었습니다.
그럼 이 흑조 관찰 결과를 없애야합니까, 아니면 이미 내린 결론을 수정해야합니까?
생물학은 현상학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생물학적 원칙에 위배되는 현상인 동성애가 나타났다면,
동성애가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생물학적 원칙이 틀린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현상이 있다면, 생물학적 영역에서는 그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수정해야합니다.
생물학은 다양성과, 현상학이라는 측면 때문에
학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정의, 기본 중의 기본인 생물에 대한 정의도 꾸준히 수정되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같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자적 특성을 가진 개체가 나타나서, 현재는 물질대사와 유전, 이 두가지 특성으로 생물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본 정의 자체도 계속 수정되어가는 이 와중에, 모든 생물에 적용되어야하는 정체불명의 생물학적 원칙따위를 중히 여기겠습니까?
앞으로는 동성애를 반대할때 애꿎은 생물학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물학에서 동성애가 발견된다면 그냥 단순히 존재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건 옳지 않다', '저건 옳다.'와 같은 그런 오만한 가치판단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 해야한다.'와 같은 당위성있는 주장도 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런 현상이 있으니 받아들이고 관찰할 뿐입니다.
한줄요약
생물학에서, 동성애가 생물학적원칙에 위배된다면, 동성애가 틀린것이 아니라 그 생물학적원칙이 틀린거임.
http://en.wikipedia.org/wiki/Homosexual_behavior_in_animals
http://en.wikipedia.org/wiki/Homosexual_behavior_in_animals
발견된 것만 1500여종에 달하는 동물들에게서 동성애적 활동이 발견됩니다. 비율도 의외로 상당하죠.
결론이 조금 맘에 안 들어서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생물학에서 동성애가 생물학적원칙에 위배된다면, 동성애가 틀린것이 아니라 그 생물학적 원칙이 틀린 것." (x)
"동성애의 성향 역시, 생물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생물학적인 원리원칙에 의한 결과이다." (o)
애초에, 생존에 불리하다고 해서 생물학적인 원리원칙(?)이란 것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물학적인 원리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자연에 존재할 수도 없죠.
본문에 덧붙여서,
만약에 혹시라도 "동성애는 자연법칙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법칙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토대로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혼동한 케이스가 됨.
이걸 논리학에서는 엄연히 '자연주의의 오류'라고 규정하고 있음.
그리고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한 도구이기도 함.
만약 이 "자연주의의 오류"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자연계에서는 강간이 흔히 행해지므로, 인간 사회의 강간도 자연스럽다"거나
"자연계에서는 외도가 흔히 행해지므로, 인간 사회의 외도도 자연스럽다"는 주장도 성립이 가능함.
물론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혼동하는 논리적 오류임.
참고로 과학적 사고에 무지한 사람들이 진화심리학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되는게 바로
이 자연주의의 오류에 따른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혼동임.
많은 사람들이 "진화심리학자 너희들이 수컷의 외도본능에 대해 연구하고 설명하는 것은 불륜을 합리화 한다"고 일갈하지만
정작 진화심리학자들은 "제발 자연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말라"고 계속 설명하고 다님.
아, 물론 동성애는 자연계에 흔함.
그리고
동성애가 만약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간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동성애를 자연계 운운하면서 금지할 명분은 없으며,
또한 인간 사회도 엄연한 자연계임을 감안할 때
동성애는 결론적으로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이 됨.
어쨌든 뭐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동성애를 금지할 명분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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