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형수술에도 관심이 없지만 봉사활동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학생의 자세이자 취업준비생의 자세라 할 것이다. 내가 관심이 없다는 것 외에도 이 둘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둘은 거의 동일하기까지 하다.
성형수술은 봉사활동만큼 이타적이다. 얼굴에 울긋불긋 솟아난 여드름, 지하철 두 자리를 차지하는 육중한 살이 괴롭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안구를 테러당한 소개팅 상대이자 지하철 옆자리의 가련한 영혼이다. 깨끗한 피부와 매력적인 몸매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안구를 정화하고 즐거움을 느낄 주변 사람이다. 성형수술은 단연컨대 타인을 이롭게 한다.
봉사활동은 성형수술만큼 이기적이다. 봉사활동이 순수한 이타심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보답과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경우도 봉사활동을 통한 자신의 만족감을 보답과 이익으로 삼고 있으니 어디까지나 이기적일 따름이다. 어떤 행동도 특정한 욕구를 이루기 위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없는 이상 모든 행동은 이기적이다. 봉사활동은 그 가운데서 타인을 이롭게 하는 부차적인 기능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냥, 성형에 목숨거는 연예인들이 봉사나 기부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봉사활동은 사회적 자아, 즉 페르소나의 성형 아니겠는가.
성형미인이 싫다고 하나 막상 자신의 애인이 매력적으로 변하면 그를 반기듯, 부자들의 자선이 순수하지 못하다 비판하나 막상 그 베풂이 자신에게 이르면 그를 반긴다. 이리저리 장학금을 신청하고 다니는 나 역시도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저래 성형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나인데, 타인의 성형수술의 혜택만 보고 있으니 참으로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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