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얘술

예술을 '이미지'로만 접하면 저렇게 되는 겁니다. 직접 보고, 공부하고, 느껴보고, 생각해야하는게 현대미술이니까요.

현대미술은 '참여'와 '소통'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옛날 예술은 '적당한 거리에서 눈만 굴리면 이해가 되는 작품'이 살아남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왜냐면 귀족들이 즐겼으니까요.

때문에 수용자 중심의 제작이 이뤄졌고요.

오늘날 미술은 작품과 관객이 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즉 관객이 작품의 맥락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해요.

근데 오늘날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복제 이미지들은 관객의 적극적인 태도를 다시 관조적인 태도로 돌려버리죠.

작품의 맥락은 사라지고 소통은 단절됩니다. 참여의 태도보단 관조의 태도가 다시 살아나죠.

예술이 이해가 안된다는 말, 거기에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 건 이런 겁니다.

'나는 예술을 모른다' 라는 고백. 그 이상, 그 이하의 말도 아니죠.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예술품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예술시장의 문제입니다.

내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예술품이 고가에 거래된다. -> 그러니 현대미술작품은 개소리다.

이 소리는 땡깡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예술계가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는 건 당신들이 예술을 이해하는데 실패했고,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모태 솔로가 커플을 향해

"그들 만의 리그다. 내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사랑'이라고 한다. 고로 '사랑'은 개소리다"라고 하는 것고 같죠.


현대미술을 '비싼 쓰레기'라고 욕하는 분들은 대부분 미술품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적합니다.

자기가 힘들게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을 간단한 선, 이해할 수도 없는 오브제 등으로 '간단히'버는 것 같으니 배가 아픈 것이죠.

아직도 예술이냐 비예술이냐, 이해하기 쉬운 것이 좋으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좋으냐 이런 논란 자체가 예술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이 낮다는 증거입니다.

예술에 대한 저급한 논쟁이죠. 예술을 보고 왜 논쟁하죠?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라는 영화에서 그가 연설하는 장면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정하고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너무 많이 하면서도 느끼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예술에 대해서 아직까지 "정의"를 논쟁하고 있고, "가격의 부당함"같은 걸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씁쓸한 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