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drick Lamar / Damn (2017)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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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LOOD.

2. DNA.

3. YAH.

4. ELEMENT.

5. FEEL.

6. LOYALTY. (feat. Rihanna)

7. PRIDE.

8. HUMBLE.

9. LUST.

10. LOVE.

11. XXX. (feat. U2)

12. FEAR.

13. GOD.

14. DUCKWORTH.

 

 

 

1. 악함인가, 약함인가?

 

'인도 위를 배회하는 맹인 여성과의 대화'라는 상황극을 앞세우고,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모든 삶을 바닥에 내치며, 아니,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내쳐지며, 켄드릭 라마는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앨범을 플레이하는 내내 머릿속을 멤돌 질문을 첫 트랙 [Blood]의 인트로에서 던진다.

'Is it wickedness? Is it weakness? You decide.'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이 비유는 곡의 말미에서 샘플링되어 나오는 그에 대한 FOX 뉴스 보도를 통해 그 맥락을 알 수 있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2015년 BET Awards에서 선보인 [Alright] 퍼포먼스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 총기 사용과 경찰에 대해 언급한 부분(And we hate Popo, wanna kill us dead in the street for sure)만을 자막으로 띄워 보여준 후, 딱 봐도 엘리트 기득권층임이 분명한 이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힙합이 폭력을 조장하고, 인종차별보다 더한 해악을 갖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뉴스의 일부인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시궁창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 노래에 대한 곡해를 점철시킨 보도가 켄드릭 본인에게는 곡에 나오는 비유와 같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방향과 목적성을 잃은 채 같은 곳을 멤돌고 있는 이에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든 같이 찾아주겠다며 어떠한 저의도 숨기지 않은 손을 내밀었지만, 사실 저의를 숨기고 있던 것은 켄드릭이 도와주려던 이였다. "네, 당신이 무언가를 잃었네요. 당신의 삶을."이라고 대답하는 동시에 발사되는 총알로 액자 밖 켄드릭의 이전까지의 커리어, 그리고 액자 안에서의 켄드릭의 삶은 산산조각 난다. 우리가 선의에 대해 왜 착한 일을 하냐며 쉽게 의구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선의가 존재하기에 그 대척점에 당연히 서 있는, 존재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는 그저 순수한 악함인가? 아니면, 무엇이든 자신의 발 아래에 두어야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너무나도 가련한 약함인가?

 

 

 

2. 순교자

 

앞서 '이전까지의 커리어와 삶이 산산조각 났다'고 했는데, 이 말은 그가 실제로 완전히 끝장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곡 밖에서의 실제 커리어나 방향성은 물론, 곡의 상황극을 통해 움직이는 켄드릭 라마 모두 끝장나거나 죽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전까지'의 그에 한해서일 뿐이다. 사실 켄드릭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은 켄드릭 라마 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이 본인이니까 그렇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조금 더 원초적인 자신을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죽음이란 극적 상황을 도입해 상황을 전복시켰다는 이야기다. 총을 맞아 흘린 피(Blood)에 담긴 [DNA]에 대한 설명을 통해, 죽었지만 죽지 않은 순교자가 되어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역전하고 이야기를 연장시킨다. 유다의 배신과 그로 인한 예수의 고난과 죽음, 3일만의 부활이 그의 대속을 완성시키고 신성성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처럼, 켄드릭은 위기를 영리하게 이용하면서 자신과 예수를 빗대며 직접적인 자기신격화를 시도한다('I was born like this, since one like this, Immaculate conception(난 이렇게 태어났어, 태어난 날부터, 원죄 없이 잉태되었지)', I transform like this, perform like this, Was Yeshua's new weapon(난 이렇게 변신하고, 이렇게 공연해, 예수님의 새 무기였었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순교자가 된 켄드릭 라마'로 묘사되도록 배치시킨 [Blood]→[DNA]의 스토리텔링은 꽤나 근사하다. 곡 밖에서 역시, 전작 <To Pimp a Butterfly>가 담은 시적이면서도 성찰 가득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에서 '나비처럼' 벗어났지만 그를 추동하던 에너지 자체는 잃지 않고 더욱 강화시켜 <Damn>을 들고 오지 않았는가.

 

특기할만한 것 하나가 있는데, 영상/음향 가리지 않고 앨범 전체에 등장하는 그의 얼터 에고(Alter-Ego)인 쿵 푸 케니(Kung Fu Kenny)의 존재다. 트위터로 처음 언급했고, 2017 코첼라에서 중국 무도가복을 입고 스승에게 사사를 받는 연출과 쿵푸 시연 영상을 선보이며 해당 얼터 에고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켰다.

  

 

우탱 클랜이 연상된다거나,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라는(특히 [DNA] 뮤비에서 功夫肯尼(쿵푸 케니(한자 肯는 '긍'이 아닌 '개'로도 표기하며, 이는 '켄'이라고 발음한다. 즉, 케니))라는 한자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참…) 점은 오마주 정도로 이야기하거나 언급하는 정도로의 비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예수와 관련된 소재에 더해 여전히 그들에겐 신비로운 동양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독자적으로 결합함으로써 [Blood]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가 살아난 순교자는 쿵 푸 케니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구체화됨으로써 그 신비성을 부각시키게 되었다. Kid Capri의 샤라웃 또는 본인이 직접 언급하는 것 이상으로, 돈 치들이 열연한 [DNA] 뮤비에서 쿵 푸 케니를 직접 등장시켜 그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임을 보다 구체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앨범의 설득력과 완성도가 보다 견고해졌음은 물론이고 청자도 앨범으로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 몰입할 수 있게 작용한다.

 

아무튼 이런 순교자의 이미지, 또는 태도를 견지하며 그는 '악함인가, 약함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답을 뒤이은 트랙들에 나누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앨범 전체적으로 과거와의 이별 선언, '악함인가, 약함인가?'라고 자신이 직접 던진 질문에조차도 보이는 관조적인 태도, 정치, 사회, 인종 등에 기반한 가치 판단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종교적인 어휘를 사용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고 동시에 후술할 여러 방법론을 통해 자신이 처한 문제에 접근한다. 그리고 그런 주제의 일관된 차용뿐만 아니라, 여러 곡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주입되는 'What happens on Earth stays on Earth(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지구에 남겨둘 것)', 'Ain't nobody prayin' for me(아무도 날 위해 기도해주지 않아)' 등의 직접적인 문장으로 트랙간의 유기성을 확보한다. 트랙마다 마침표를 붙임으로써 개별 곡의 완성도와 독자성을 강조하는 듯, 전혀 다른 이야기들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이 하나의 문제, <Damn> 안에 통일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자신의 믿음과 뿌리를 잃지 않았음을 강하게 이야기하다가도([Element]), 주변인은 물론 그 '모두'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 스스로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감 없지만 불안하게 읊조리기도 한다([Feel]). 개인적인 사랑을 박애에 가까운 감정으로 치환시켜 답을 찾으려 하기도 하고([Love]), 장르를 넘어서서 픽션,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XXX], [Fear]). 절대자의 위치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가, 결국 그가 찾은 답은 자신의 내부에 있었다([God], [Duckworth]). 켄드릭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외부에서의 위기가 자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지조차 않았을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인지라는 경험을 통해, 경험하지 않은 사건으로 자신은 이미 위기를 극복했으며 그 어느 것도 아닌 자신 스스로가 지금의 자신, 켄드릭 라마를 구축했음을 깨닫게 된다. 헤메이고 거슬러 올라간 끝에 진정한 기원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켄드릭은 '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지구에서 끝맺음하고 돌아가기 위해' 신의 자리를 벗어나 다시 지구로 내려오게 된다.

 

 

 

3. 다시, 악함인가, 약함인가?

 

켄드릭 라마의 성(姓)이기도 한 마지막 곡 [Duckworth]. 이 곡이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은 가벼운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백미는 마지막 구절 뒤 이어지는 총소리, 그리고 첫 트랙 [Blood]부터 마지막 [Duckworth]를 리버스해서 빠르게 재생한 뒤 이어지는 [Blood]의 첫 부분에 있다. [Duckworth]의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앨범은 다시 켄드릭 라마가 산책을 하던 시점으로 돌아가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다시금 이야기는 전복되고 교차되며 모든 것의 의미는 재부여되기 시작한다. 일종의 평행우주로의 진입이다. 청자는 전곡에서 도입된 온갖 방법론 및 상징적 어휘의 1차원적 해석을 배제하고 탈피하여 앨범을 재해석해야 한다.

[Blood]에서, 총소리는 이미 결말이 예정된 이야기를 확실하게 끝장내기 위해 쓰여진 장치였다. 총알은 실제로 발사되었으며, 켄드릭은 죽었고, 쿵 푸 케니라는 절대자가 된 순교자를 탄생시켰다. [Duckworth]에서는, 현실, 디지털 세계, 인간, 쿵 푸 케니, 신 등 어디에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얼마든지 될 수 있는 현재의 모습조차 없게 할 수 있었을, 실제로 발사되지는 않은 총소리다. 아무 일도 없었다. [Blood]와 [Duckworth]의 총소리는 이렇게 전혀 다른 이야기와 지점에서 존재하며, 그 의미 또한 전혀 다르지만 같은 총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상은 다르지만 어떤 종류의 '위기'로 작용했다는 지점에서 바로 그렇다. 같은 총알이, 그것도 발사된 것과 발사되지 않은 두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기에 [Duckworth]의 총소리는 [Blood]에서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켄드릭은 [Blood]에서의 총격으로 순교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Blood]의 사건은 단순한 고난에 불과했으며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고, 그의 죽음과 '3일만의 부활'은 [Duckworth]에서 이루어졌다. 켄드릭은 커리어로써나 곡 안에서 모두 끝장나거나 죽은 적이 없으며, 쿵 푸 케니의 존재는 그대로이지만, 분노에 찬 징벌자가 아닌 진정한 절대자가 된 순교자로서 이미지를 재조직화한다. 켄드릭 스스로 내뱉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앨범의 메타포를 듣고 해석하는 청자가 그의 신성함을 증명하게 된다. 스스로 신의 자리에서 내려왔음을 천명하는 이 앨범으로 그는 신으로 추앙받을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난 이렇게 태어났어, 태어난 날부터, 원죄 없이 잉태되었지.' 그리고 이어질 질문은 같지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누구의 악함인가? 아니면, 누구의 약함인가?

 

 

 

4. 구성에 대하여

 

트랙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야훼(Yah), 신(God)이라는 직접적 언급. 교만(Pride), 호색(Lust)에서 느낄 수 있는 7대 죄악의 단서를 포함한 인간을 이루는 근본적인 감정들(Fear, Feel). 실제로 인간을 이루는 것들(Blood, DNA), 정신적으로 인간을 일구는 것들(Element, Loyalty, Humble). 그것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표상 Kendrick (Duckworth).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캐치해낼 수 있듯 앨범은 강한 종교적 색채와,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정제된 감정, 물질적 요소들을 다루고 있고, 그것들은 14개의 트랙에 걸쳐 하나씩의 주제를 선사한다. 그리고 주제에 맞는 그림을 적절한 참여진과 프로듀서진이 참여하여 켄드릭 라마라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도 높게 그려내고 있다.

14곡 중 8곡에 이름을 올린 Bēkon은 본래 Danny Keyz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며 에미넴, 닥터 드레, 패뷸러스, 스눕 독 등 굵직한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그 기량을 알린 바 있다. 이런 안정성을 기반으로 눈에 띄는 트랙들을 살펴보면 Mike Will Made It의 존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특히 호평을 받는 [DNA]와 [Humble], 그리고 [XXX (feat. U2] 모두 그의 손이 닿은 작품이다. 비교적 대중 친화적인 트랩사운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곡이다 보니 가장 어필하기 쉬워서 그런지 [DNA], [Humble] 같은 곡은 M/V로도 제작되었다.

비교적 조용하고 전위적인 곡들에도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싶다. 건조하게 루핑되는 단조의 멜로디라인으로 존재감을 어필하는 James Blake가 참여한 [Element], 앨범에선 보기 드문 단독 프로듀싱으로 켄드릭 라마와의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 Soundwave의 [Feel]. 개인적인 최애트랙이기도 한데, 자신의 부정적인 느낌을 끊임없이 바뀌는 객체에 담아 박자에 대한 구애 없이 내뱉는 켄드릭의 랩핑은 일품이며, 특히 자신에게로 옮아오는 감정에 발버둥치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 끝에 미쳐버린 듯 내지르는 후반부에서 함께 격앙되지 않고 절제된 비트를 유지하는 식으로 더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게 한 점에는 너무나도 감탄했다. [Loyalty (feat. Rihanna)]에선 직접적으로 앨범에 참여한 리한나도 그렇지만, 켄드릭에게 재즈 사운드에 대해 가장 큰 영감을 준 Terrace Martin의 참여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Rat Boy의 [Knock Knock]을 변주하여 [Lust]에 담은 BadBadNotGood 역시 발만 담궜다는 느낌이 아쉽지만 꼭 얘기해 주어야 하는 밴드고.

 

앨범의 구성 및 주제와 더불어 앨범 커버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단순히 밈으로 재생산되며 유흥거리가 되는 것 이상으로 전작 <To Pimp A Butterfly>와 특히 비교되며 최악의 디자인이라고 혹평을 받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앨범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아트워크 디자이너인 Vlad Sepetov의 의견을 몇 줄 옮겨 본다. 그는 커버 작업이 자신의 솔로가 아닌 켄드릭 라마와 TDE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Dave Free의 직접적인 비전을 도왔을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부는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데이브와 켄드릭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에 대해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PA 로고에 대해서도 그것이 아트웤이 완성된 후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고민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그것이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사이즈로 위치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하나의 아트폼으로써 <Damn>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앨범의 아트웤이 정말 '아트'로써 평가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앨범의 어느 곡도 단 하나를 꼽아서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말할 수 없으며, 전체적인 곡들이 다 <DAMN.>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 안에 들어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4트랙을 관통하는 주제와 그것들을 함축한 단어가 <Damn>이란 얘기다. <Damn>이란 메세지는 모든 것이 해소된 [Duckworth]의 순간을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노를 강조한 네이밍일 수도 있고, 앨범을 모두 감상한 후에는 자조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는 상황이 변했지만 여전히 마음 속 어디엔가 간직해 둔 불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웤은 그 주제 중 하나를 시각화하고 있는 앨범의 프레이즈 중 하나다.


홀로 선 채,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법으로 남김없이 쏟아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그의 존재 자체만큼이나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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