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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언글라스 마러스 Sternglas Marus

슈테언글라스는 Dustin Fontaine이 2016년 10월 킥스타터를 통해 시작한 독일의 마이크로 브랜드고, 18년 1월에 첫 오토매틱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역사가 길지 않고 특별한 족적도 없어 보이지만, 22년 기준 7년의 시간 동안 계속 콜렉션을 확장하면서 브랜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슈테언글라스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한 괜찮은 마이크로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모 유튜버는 '스턴글라스'로 읽고, 국내 욉 검색을 해보면 '슈테른글라스'로 소개되고 있는데 현지인 발음을 들어보면 슈테른보다 슈테안, 또는 슈테언에 가깝게 들린다. Island를 이즈랜드라고 읽는 정도의 오류는 아니지만 큰 차이라고 생각하며 가능하다면 원래 이름에 가깝게 불러주는 게 브랜드에 대한 기본 존중이라고 본다. 

마러스는 슈테언글라스가 21년 9월 처음으로 선보인 다이버 워치이다. 이전에 이 브랜드의 나오스라는 드레스 워치를 구매하면서 자꾸 눈에 밟히던 시계였는데 결국 구매하게 됐다. 가격이나 엔진 등의 기준에서 내가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나고 있었음에도, 브랜드에서 고집스럽게 천착하던 바우하우스와 미니멀리즘을 다이버에까지 적용해서 통상적이지 않은 미감을 선보이고 있었고 그게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계 이름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다. 팔레스타인의 변방 마을, 체코 모라바 지역의 강 이름, 사람 이름 등이 검색 결과로 나오긴 하는데 어느 하나 마땅히 이거다 싶은 게 없고 그냥 바다를 의미하는 Marine을 적당히 비튼 것 아닌가 싶다. 어쨌든 명확한 의미가 있지 않더라도 시계의 이미지를 그리기엔 충분한 네이밍이며, 구글링했을 때 다른 엉뚱한 결과가 나올 법한 흔한 이름이 아닌 것도 좋다.

 

22.09.17 기준 가격

마러스는 블랙/ 그린/ 스포트의 세 가지 컬러 라인으로 전개되며, 접속한 IP에 따라 해당 국가의 가격표를 보여준다. 환율에 따라 표기 가격 역시 달라지는 것 같으니 시기를 잘 맞춰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모델별 대략적인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블랙 : 매트한 검정색 다이얼에 세라믹 베젤

그린 : 써큘러 버스트 다이얼(원을 그리며 퍼지는 브러쉬 처리된 빛 반사 다이얼)에 스테인리스 스틸 베젤

스포트 : 써큘러 버스트 다이얼에 알루미늄 베젤. 스트랩 옵션이 가죽 단일이며 케이스백의 디자인이 앞의 두 모델과 다름

등등. 스포트의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지만 다컬러 베젤을 기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데다 이 시계의 경우 특히 디자인의 일관성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생각에 애초부터 고려대상에는 없었다.

 

 

 

마러스 그린 / 러버 스트랩 모델


· 케이스 및 베젤 재질 : 316L 스테인레스 스틸
· 핸즈 재질 : 은
· 케이스 사이즈 : 42mm
· 케이스 높이 : 14mm
· 러그 너비 : 20mm
· 럭 투 럭 : 53.8mm
· 무게 : 단품 96g, 시계줄 26g
· 무브먼트 : 미요타 8215
· 글라스 : 양방향 무반사 코팅된 더블 돔 사파이어 글라스
· 그린 서큘러 버스트 다이얼 컬러
  네모토 루미노바
  20기압(200m) 방수
  120클릭 단방향 로테이팅 베젤
  파워 리저브 42시간

 

사용되는 미요타 8215 무브먼트의 한계로 시간 조정 시 초침이 멈추는 해킹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12시 역삼각형 마커에 야광점이 없다는 점 등이 흔히 다이버 워치의 기본 소양으로 요구되는 기준에서는 이미 탈락하고 있는데 이유를 떠나(물론 가격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시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떠오르게 된다.

 

공식 홍보 영상을 보면 통상적인 잠수가 아니라 세일링 등 고급 수상 스포츠나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상한 다이버 워치를 마러스의 메인 이미지로 내세우는 것 같다. 이런 틈새 마케팅이 상당히 영리하다고 생각하는데 다이버 워치로서 정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다른 다이버 워치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자리 대신 다른 수요를 잘 선정하고 타게팅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영민함은 올리버 그린의 마레를 구매하면서도 느낀 적 있는데 레드오션에 굳이 도전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노려 참신한 디자인이나 기능과 함께 시도하는 건 확실히 마이크로브랜드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또한 이런 고민들을 해보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이버 워치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게도 됐는데, 구체적으로는 '좋은 야광성능이나 로테이팅 베젤, 고기압 방수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에게 실질적으로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라고 되짚어보게 된 것이다(물론 의미는 있을 것이다). 다이버 장비는 커녕 수영복이라도 갖고 있는 다이버 워치 매니아가 얼마나 될까 싶고, 베젤은 심심할 때 또는 라면 물 끓이는 시간 맞출 때 돌릴 것이며, 손 씻을 때나 방수성능을 체감할 텐데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 과하고 보수적인 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기준들에 맞추니 결국 뻔한 섭마 오마주나 나오게 되고 그게 또 잘 팔리는 것 아닌가 싶은 것. 독창적인 디자인은 결국 탈-장르에서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런 디자인을 위해 버릴 건 버리는 마러스를 위한 슈테언글라스의 과감한 결정이, 결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차적인 부분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점보다 이점들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블랙과 그린 컬러가 미묘하면서도 크게 달라서 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이버 워치'에 가까운 컬러 베젤을 살 거면 차라리 다른 선택지를 고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미니멀리즘이 보다 돋보이는 디자인이 그린이라고 생각해서 그린-러버 스트랩 모델을 선택했다. 작년부터 그린 다이얼이 유행이었고 슈테언글라스 또한 그 유행에 편승하려 한 것 같은데 컬러감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게 결정에 큰 영향을 준 부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유행을 극혐하는 타입으로서 차라리 파란색 따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watchaddiction10 코드로 10% 할인받아 498,600원에 구매했고 지금도 되는진 몰?루? 만료되었으면 상시 사용 가능한 5% 할인 코드인 welcome05를 사용하면 된다. 나오스 구매 때와 마찬가지로 따로 관부가세 부담은 없었으며, 스트랩은 기본 제공하는 옵션이 스포트 제외 러버와 메탈 두 가지이지만 메일로 커스텀 오더를 신청하면 판매하고 있는 다른 스트랩 중에서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케이스 사이즈와 럭투럭, 높이가 다소 크고 길고 높은 편으로 손목이 가는 편이라면 착용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높이는 사용된 미요타 8215 무브먼트의 기본 두께(5.67mm) 때문에 타협할 수 없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며 이 때문에 스틸 재질의 무게감을 더해준다는 느낌. 세련된 인상 때문인지 투박해 보이지는 않는다. 러그 너비는 20mm로 줄질에 용이하고 무게는 시계가 주는 인상에 비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보통 수준이다.

 

방수는 다이버 워치라는 장르가 무색하지 않게 20기압을 지원하고, 파워 리저브 42시간, 초당 6회 진동(시간당 21,600회), 일오차 -20~+40초의 미요타 8215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미요타 8215는 1977년 시장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많은 중저가 오토매틱 시계의 엔진으로 꾸준히 애용되어 온 무브먼트다. 사용된 역사만큼의 안정성을 보증하고 튼튼하고 무엇보다 저렴하지만, 해킹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단방향 볼 베어링 로터라 소음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무브먼트를 접한 게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고 또 로터의 소음이나 날짜 조정 시 나는 틱틱거리는 소리가 시계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려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이자 이 시계를 표현하는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다 : 미니멀리즘, 인더스트리얼, 정갈함, 고상함, 건조함, 단조로움. 그리고 왜 이 시계가 이런 인상을 주는지를 풀어내는 순서로 글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우선 케이스와 베젤, 핸즈, 인덱스의 소재 또는 색감이 일치하고 있고 러버 스트랩을 제외하면 시계를 구성하는 컬러는 크게 두 가지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물론 스틸과 흰색을 명확히 다른 컬러로 나눈다면 세 가지 이상 정도로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미니멀리즘은 기존 슈테언글라스가 추구하던 브랜드 방향성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으며 보통 화려한 컬러감과 기능을 보여주는 기존 다이버와는 명확히 다른 지점에서 어필하는 것이 상당히 독특하다. 정면에서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이런 이미지들을 보면 12시 야광점이 하나 들어가는 것조차 유별난 포인트가 되어버릴 것 같은 감이 있어 디자인에서 뭘 더 했어야 한다, 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흔히 사용하는 세라믹 베젤에 비해 스틸 베젤은 기스가 조금 더 쉽게 나지만, 깨질 만한 정도의 충격에는 세라믹보다 강하다고 한다. 외부로 가장 많이 드러나는 베젤 재질을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우위가 있다기보다 본인의 성향이나 선호도에 따른 선택의 범위에서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나를 예로 들면, 시계에 기스든 뭐든 어떤 손상이 가는 것 자체를 끔찍히 싫어하지만 디자인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봤기에 스틸 베젤 모델을 선택했다.

 

 

다각도에서 본 정면부. 차갑고 딱딱한 인상은 베젤의 컬러감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다이얼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원형 초 인덱스 아래로 무심히 서 있는 직선형의 5분 단위 인덱스, 그리고 그 아래에서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 직선 초 핸즈의 역할도 크다. 핸즈들의 길이가 비슷해서 구분을 위한 형태의 분리는 하는 게 맞아 보이지만, 통일감을 위해 시/ 분 핸즈도 직선으로 두었으면 어땠을까, 혹은 두 핸즈를 직선형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아쉬움이 있다.

다이얼은 케이스와 베젤의 질감을 연장하는 톤 다운된 연한 초록색인데, 다이버 워치라는 시계 장르와 이어져서 녹조나 이끼가 자꾸 떠올라서 컬러감 자체는 불호이지만 이것도 바다의 한 색깔이다 정도로 여기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개인적인 불호일 뿐 컬러는 굉장히 예쁘게 잘 뽑았다.

 

베젤 마커는 스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으며 따로 페인팅이 되어있지는 않다. 깊이감이 얕지는 않아 또렷하지만 컬러가 있는 베젤에 비해 시인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이얼이 원형 패턴으로 발산하는데 그 분위기를 이어받아 마찬가지로 원형으로 브러쉬되어 있다. 핸즈 역시 브러쉬되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다이얼 상단에는 브랜드명, 하단에는 오토매틱과 방수 성능이 프린팅되어 있다. 다이얼의 크기에 비해 폰트가 상당히 작아 일체감을 저해하지 않으며 폰트의 클래식한 느낌이 굉장히 좋다. 크라운가드가 없는 점이나 폰트의 빈티지함 때문에 6~70년대의 다이버 공식을 어느 정도 따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이 시계의 일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전체에 대한 적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인덱스와 폰트의 프린팅 모두 튀는 곳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해상도가 좋고, 방수 성능을 표현하는 글자는 기울임꼴 처리되어 있다.

차라리 다이얼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으면 피할 수 있는 고민이겠지만, 간결함을 지향하기에 다이얼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배치가 상당히 중요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전체적인 비례나 균형이 아주 잘 맞아 보기에 좋다.

 

시계에 일관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연이어진다. 내가 제일 감탄한 두 부분 중 하나인데, 데이트창의 색감까지 다이얼과 맞췄다는 것이다.

미요타 8215

별 것 아닐 수 있는데, 별 것 아닌데도 그냥 무브먼트의 기본 흰 데이트창 그대로 넣는 시계가 굉장히 많고 그래서 좋은 것이다. 데이트창을 위해 사선으로 깎여 내려가는 다이얼 부분까지도 깔끔하게 페인팅되어 있으며 사진상으론 데이트창의 색이 다이얼보다 굉장히 진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만 진해서 꽤 자연스럽다. 대칭성을 위해 6시 방향에 데이트창을 넣은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데이트를 선호하지 않지만 마냥 심심하지 않게 좋은 포인트를 넣었다.

 

흠 없이 완벽한 마감의 널링 패턴 베젤과 크라운. 검색해봤을 때 세이코 다이버 모딩용으로 나온 커스텀 베젤을 제외하고 기존 브랜드에서 이런 패턴의 베젤의 다이버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단조로운 테마를 위해 요철을 극명하지 않게 넣은 것은 이해하고 미관상으로도 상당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 그립감은 좋지 못하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겠다. 물론 시계 콘셉트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게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무튼 일반 코인 엣지 베젤에 비해 조금 더 섬세하고 잡고 돌려야 하고, 핸드크림 등으로 손에 유수분기가 있다면 로테이팅에 다소 애로가 있을 것이다. 클릭감은 묵직하게 좋은 편이고 백플레이나 베젤의 들뜸은 전혀 없다.

크라운의 윗부분에는 슈테언글라스 심볼이 음각되어 있으며 요철은 베젤의 그것보다 깊어서 원하는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스크루 다운 방식으로 왼쪽으로 돌리면 풀리며, 풀리기만 한 상태에선 수동 감기, 1단을 뽑으면 날짜 조정, 2단을 뽑으면 시간 조정을 할 수 있다. 다른 오토매틱 시계들이 그렇듯 날짜를 변경할 때 레드 존(오후 9시~오전 3시)을 피해야 한다.

 

양방향 무반사 코팅된 더블 돔 사파이어 글라스를 채용하고 있고 직선이 살짝 올라왔다가 돔을 그리는 형태지만 직선 글라스가 베젤과 글라스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 이상으로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양방향 무반사 코팅의 장점은 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것이지만 겉면의 코팅은 언젠가 벗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블 돔 방식을 채용해 아주 가장자리에서 보았을 때 직선 글라스 부분 때문에 살짝 왜곡되어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 어느 방향에서 봐도 왜곡 없는 깔끔한 시인성을 자랑한다.

러그가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감싸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시계 자체는 다소 길지만 가는 손목에 올렸을 때 너무 크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준다.

 

통상의 다이버가 전면부만을 브러쉬하는 데에 반해 마러스는 전면부뿐만 아니라 케이스의 모든 부분이 브러쉬되어 있고 이런 무광 피니쉬가 건조한 분위기를 완성해준다. 브러쉬는 나뉘어진 결을 따라 섬세한 선을 그리고 있으며 다른 부분들과 다르게 케이스와 러그에는 디테일한 기교가 들어가 있다. 우선 케이스 옆면이 일자형이 아니라 하단부에서 완만한 사선을 그리며 깎여내려가고 있다.

 

러그는 스트랩 체결부와 가까워질수록 보다 세분화되어 커팅되어 있는데, 스트랩 체결부쪽에서 보면 여러 차례 깎여들어가면서 마무리되는 것을 볼 수 있고 뒤집어서 보면 더 변태스러운 디테일이 있다.

 

이게 감탄한 두 부분 중 나머지 하나다. 러그 끝부분에 3단계에 걸쳐 미세하게 더 깎인 부분이 보이는지. 이렇게 다면으로 마무리된 부분이 겉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또 그렇기에 오우너에게 시계의 콘셉트를 섬세하게 완성한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는 디테일이라 생각한다.

 

스틸 케이스백에는 브랜드명, 함부르크에서 디자인되었다는 문장, 시리얼 넘버, 방수 성능, 케이스 크기와 사파이어 글라스 등의 성능이 호를 그리며 음각되어 있고 해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역시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상당히 얕아서 손으로 만졌을 때 쉽게 결이 느껴지지 않지만 잘 만져보면 질감이 느껴지며 문양이 아주 선명하다. 간혹 케이스백에 튀는 각인을 넣어 착용감이 불편하거나 자국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야광은 인덱스와 시/분 핸즈에만 있다. 성능은 준수하다. 루미노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종류는 써져 있지 않다. 전체적으로 도료가 아낌 없이, 깔끔하게 발려져 있고 지속력도 괜찮은 편. 초 핸즈에 야광이 없는데 애초에 정확한 초를 맞출 수 있는 무브먼트는 아니라서 개인적으론 개의치 않지만 이 부분이 불호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인덱스 주변에 보이는 야광점은 그냥 글라스에 반사된 것이다.

 

러버 스트랩 자체가 마러스에 맞춰 나온 것이라 두께 면에서 특히 일관성을 맞추고 있다. 고퀄리티 플루오르 고무를 썼다고 하는데, 내열성, 내유성, 내화학 약품성, 내후성 등의 성질을 가졌다고 한다. 단단하면서 탄성이 있어 손목에 부드럽게 감기며 착용감이 굉장히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이 20mm이며 두께는 3.5mm, 버클의 재질은 브러쉬드된 316L 스테인레스 스틸과 은이다. 어떤 부분에 은을 사용했는지는 몰?루

 

퀵 릴리즈 방식으로 스트랩 체결이 편리하며 내부와 버클에 슈테언글라스 로고가 음각되어 있어 지워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스트랩의 바깥쪽은 민무늬고 안쪽에는 땀 등으로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요철 처리가 키퍼에까지 되어 있다.

 

 

항상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샌가 남들의 기준에 의문을 갖지 않고 따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마러스는 그런 고집에 대한 부끄러움을 스스로 짚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다이버엔 당연히 야광점이 있어야지' 같은 기준의 문제에서부터 '50만원이면 세이코지' 하는 선택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온전한 내 결정의 결과물이라 생각했던 취미의 스탠다드에 대해 차분히 제고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당위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위한 시계라고 나름의 의미를 붙여보고 싶다.

 

객관적으로는, 마러스를 실용성과 미감에 초점을 맞춘 일상용 데스크 다이버, 또는 수상과 관련된 취미와 함께 할 수 있는 툴워치 정도의 포지션으로 정의해본다. 일관성 있는 콘셉트를 제재로 두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 쓴 완벽한 수준의 마감이나 개별 파츠간의 유기성을 이루는 가공과 같은 요소들이 모여 확실한 정체성과 형태를 갖춘 시계를 만들어냈다. 튀거나 유별나야만 남들과는 다른 시계가 아니라는 것을 마러스는 보여주고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