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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r Green - Mare

어바웃 빈티지(About Vintage)는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시계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설립자인 세바스찬 스코브와 토마스 안데르센의 이름을 딴 '스코브 안데르센'으로 소개되고 있고 한국인의 브랜드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그럴싸한 네이밍이긴 한데 원전을 따르지 않아서 꼽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아쉽다.

마이크로 브랜드 시장에서 큰 지분이나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유려한 미감을 잘 갖춘 라인들을 충실히 전개해가고 있고, 다만 방수나 야광 등 기능이 아쉽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론 '좋은 드레스 워치 브랜드' 정도로 생각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이들이 만드는 다이버 워치는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같은 비용에서 시티즌이나 세이코, 오리엔트, 베르투치, 타이멕스 등 더 나아보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가격이 생각하는 예산 밖이거나, 디자인이나 아무튼 한두군데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거나, 무엇보다 그 브랜드들 자체가 너무 많이 차는 브랜드라 손목에 얹기도 전에 식상해서 싫었다.

 

음 싫은 것들보다 내가 원하는 시계가 어떤 것인지를 적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 다이버 워치, 쿼츠, 롤렉스 서브마리너에 천착하지 않는 디자인, 준수한 성능, 40mm 전후의 케이스 사이즈.

-다이버 : 시계가 굳이 다이버여야만 할 필요는 없었지만 파일럿 워치는 이미 만족하는  제품을 갖고 있고, 드레스나 필드 워치류는 취향이 아니다. 게다가 헤결 관람 이후 바다뽕이 차서 바다나 물과 관련된 시계를 하나 더 갖고 싶었다.

-쿼츠 : 오토매틱을 사용해보니 이것들이 주는 기능이나 감성들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느낌. 반영구적인 수명, 스윕 세컨드 등 분명 매력적인 방식임은 분명하나 특정 시간대에 날짜 조정 불가, 계속 차 줘야 한다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 2022년에 자기 근처에 두면 안 되는 금기 등이 왜 오토매틱이 쿼츠에 밀렸는지를 경험으로 철저히 상기시켜줬다.

-디자인 : 마이크로 브랜드뿐만 아니라 나름 명망 있는 브랜드들의 다이버 워치 카테고리에조차 섭마 오마주는 꼭 들어가있을 정도로 유명한 디자인인데 물론 섭마를 떠나서 99%의 시계가 오리지널러티를 갖췄다고 말할 순 없겠으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또는 오해를 사지 않는 디자인의 시계를 갖고 싶었은. 또한 다이버 워치 특성 상 투박하거나 거칠고 각 진 질감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다소 있는데 이런 건 특히 피하고 싶었다.

-준수한 성능(야광&방수) :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야광 볼 때랑 더러워진 시계 물로 슥슥 닦을 때 기분이 참 좋음

-사이즈 : 원래는 38mm 이하를 차고 싶었는데 다른 시계 매장 가서 차보니 너무 조막만해서 별로더라. 드레스워치조차 이 정도 작은 사이즈는 별로일 것 같음

+30만원 이하의 가격(아직 시계에 이 이상으로 소비할 생각 없음)

 

 

 

아무튼 이런 가장 보통의 수요를 필터링해서 찾아보니 댄 헨리나 언던, 스피나커 등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쏚쏚 들었던 건 올리버 그린(Oliver Green)의 마레(Mare)였다. 마지막까지 마레와 승부했던 건 댄 헨리의 1937 길트 컬러였는데, 퍼를란 매리(Furlan Marri, 풀란이니 펄란이니 하는데 퍼를란이 맞음)의 제품을 통해 디자인을 알게 되고 한눈에 반해서 찾아보다 발견한 시계였다. 미네랄 글라스인 것 빼면 다 괜찮은 드레스 왓치인데 원하던 본질에서 많이 비껴나간 시계라 아쉽게 탈락.

 

올리버 그린은 서두에 적은 어바웃 빈티지의 서브 브랜드로, 알렉스 안데르센이라는 배우 겸 공동 창립자가 합세해 만들었으며 어바웃 빈티지의 전체적인 결을 따라가면서 유통망 최소화, 성능 개선, 저렴한 가격, 기부나 캠페인 등을 통환 친환경브랜드인 점 등을 어필하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인 건 환경오염 이슈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좀 더 관심이 갈 수 있는 부분이고 유통망 최소화나 DIY(라고 해봤자 시곗줄 직접 끼워넣는 게 끝이지만)로 비용 절감이 된 것이지 성능상의 문제가 아니란 걸 짚고 넘어가주는 건 좋다.

 

 

마이크로 브랜드에서 시계를 구매한다는 것의 의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흔히 볼 수 없는, 참신한 디자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물론 검증된 기존의 디자인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고, 각자가 어떤 물품에 부여하는 가치비용이 다르기에 마이크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리버 그린은 구매자가 마이크로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와 니즈들을 상당히 잘 파악하고 접근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구매한 마레 제품을 예로 들면, 제대로 된 다이버 워치로써의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쿼츠라는 점, 다이버 워치 치고 다소 작은 편인 40mm 케이스 사이즈를 제공하는데 같은 디자인에 성능까지 너프하지 않으면서 36mm 모델까지 제공한다는 점, 다이버워치 장르로써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식은 따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다이버 디자인을 답습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기본 가격 249$+코드로 15인가 20% 할인 받아서 구매했는데 8월 4일 현재 여름 세일 20%에 코드까지 중복적용돼서 굉장히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사려면 지금이 적기이고 세일 놓치더라도 구글에 oliver green watch code 따위로 검색하면 10~15% 할인코드 쉽게 얻어서 구매할 수 있다. 관부가세까지 생각하면 다른 시계가 눈에 어른거릴 수 있으므로 무조건 할인받아서 사는 게 좋다.

나만의 문제인진 모르겠으나 홈페이지 자체 결제나 GPay는 다음 진행단계로 안 넘어가고 ShopPay로만 결제할 수 있었다. 결제 방식을 다양하게 해놔서 다행인 점.

 

 

 

마레 - 라틴어로 바다라는 뜻

케이스 사이즈 : 36/ 40mm 

케이스 두께 : 12/ 12.5mm

럭 투 럭 : 43/ 47mm

러그 : 18/ 20mm

미요타 2305 쿼츠 무브먼트

무반사 코팅된 더블 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

120클릭 단방향 베젤

316L 스테인레스 스틸

200m 방수

스위스 루미너스 야광

컬러 : 블루/ 블랙/ 그린/ 브라운

스트랩 : 다양한 컬러의 나토, 메탈, 실리콘 중 택 1

 

나는 블루 모델로 구매했다. 그린이나 블랙의 색감도 기가 막히게 예쁘긴 했는데 마레라는 모델명에 맞는 컬러는 역시 블루라고 생각하였다.

 

시계처음산사람.jpg

시계의 전반적인 인상이 동글동글하고 귀엽다. 동그란 인덱스(시계 다이얼에서 숫자가 들어가는 부분)야 흔하지만 3, 6, 9시 인덱스까지 끝부분을 동그랗게 처리한 것, 얇은 베젤과 베젤의 폰트 크기가 작은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분침을 제외하고 어바웃 빈티지의 1926의 핸즈와 모양이 완전히 동일한데 그래서 1926맛도 약간 나는 것 같고? 선레이 다이얼과 더불어 뾰족한 핸즈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역시 동글한 포인트를 줘서 결국 너무 진지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귀여운 시계라는 인상. 쾌활하고 활동적인 다이버 워치라는 느낌이다. 베젤에 맞게 다이얼 컬러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40mm의 사이즈가 결코 작진 않은데 럭 투 럭이 짧아 실착용 시 굉장히 귀여워진다. 기존에 41, 44mm 시계를 갖고 있어서 차별화도 줄 겸 36mm를 사면 어떨까 했는데 그러면 너무 장난감스럽게 보였을지도 몰?루겠다. 전면부는 브러쉬드 처리되어 있다.

인덱스는 전부 부착식이며 깔끔하게 잘 붙어있다. 야광 도료도 골고루 잘 발려있는 듯함.

 

 

 

올리버 그린의 로고가 제일 잘 어울리는 콜렉션이라고도 생각하며 특히 마음에 드는 건 기울임꼴 처리한 MARE 모델명인데 시계에 OSJ29 이런 넘버링을 붙이는 게 아니라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다이얼에 넣은 게 모델 자체에 대한 프라이드를 상징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더 미니멀하게 브랜드 이름은 상단 로고로 끝내고 올리버그린덴맠은 생략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긴 한데 그럼 뭔가 더 허전해 보였으려나 싶기도 하고? 프린트는 굉장히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다이얼이 비교적 단순하고 핸즈가 각자의 길이나 형태, 굵기 등이 달라서 시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꽤나 만족스럽다. 손목시계가 빠르고 간편하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목적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쿼츠의 고질적인 초침 어긋남은 마레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정도다. 애초에 신경 쓰는 부분도 아님

데이데이트가 오토매틱에선 꽤 불편하지만 쿼츠라면 있어도 무방하다. 시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레의 경우 아예 없는 게 더 깔끔하고 좋았을 것 같긴 하다. 요일 표기는 한자와 영어 중 마음에 드는 걸로 선택할 수 있다.

유리는 더블 돔 사파이어 글래스(글래스의 양면을 볼록하게 처리함)로 동글동글하고 경쾌한 시계의 이미지에 다소 깊이감을 부여해서 약간의 위트와 무게를 더해줬다는 느낌인데, 개인적으로 왜곡이 심한 싱글 돔(글래스의 한쪽 면을 볼록하게 처리)이어도 상관 없지만 다이얼의 의도된 직관적인 시인성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무반사 코팅 역시 그런 맥락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고 다만 나중에 벗겨지지 않게 내부에 코팅이 되어 있는 거면 좋겠는데 해당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서 이것 역시 아숩

적당한 왜곡으로 인해 선 인덱스(?)가 부각되지 않는데 이 때문에 디자인이 더 간결해 보이는 점이 좋다.

 

 

 

12시 부분 역삼각형으로 강조된 포인트도 좋다. 아래에 빼꼼하게 적힌 방수성능 표기 컬러와 대칭을 이룬다.

 

 

 

역삼각형 포인트는 이상 없는데 30분 쪽 인서트의 마감이 잘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조명 밝은 곳에서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크게 티나지 않는 부분인데 일단 사용자 본인이 이런 문제를 알게 된 이상 쓰면서 계속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8/8 덧 - 혹시나 해서 손톱으로 슬슬 긁어보니 벗겨짐. 뭐가 그냥 묻었었나봄. 대신 베젤에 모르는 상처들이 두 개나 생겼다 😪 시계 조심해서 차는 편이고 이런 디자인은 깔끔함이 생명인데 앞으로 좀 더 조심해서 차야겠음

 

 

베젤은 왼쪽으로만 돌아가는 120클릭 단방향 베젤이며 경쾌하면서 부드럽게 잘 돌아가고,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게 되는 백플레이 현상도 없다. 인덱스 등 다이얼과도 정렬이 잘 맞는다. 기분 좋아서 계속 돌리게 됨…

인서트는 차분하게 톤 다운된 무광의 파란색이며, 유튜브 리뷰에선 인서트가 알루미늄이라고 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분에 내구성이 비교적 약한 소재를 채택한 게 좀 아쉽다.

 

 

 

폴리쉬드 처리된 옆면. 아주 깔끔하다. 용두에 올리버 그린의 심볼이 양각되어 있다. 다른 영상 리뷰에서 지적되었던 베젤의 유격도 없고 크라운 가드는 용두가 의도치 않게 풀리지 않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용두는 원하는 대로 부드럽게 돌아간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풀리고, 1단을 뽑으면 날짜/ 요일, 2단을 뽑으면 시/ 분 조정을 할 수 있다. 시/ 분 조정을 할 때 초침이 멈추는 핵 기능을 지원한다.

 

 

 

후면에는 올리버 그린 브랜드명, 무브먼트, (아마도) 시리얼 남바, 방수 성능, 글래스와 케이스 소재가 주변부에 각인되어 있으며 정가운데에는 올리브 그린 로고와 파도를 형상화한 듯한 기하학적 무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툭 튀어나온 정도가 아니라 착용했을 때 불편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저런 추상적인 무늬 아주 마음에 든다. 전체적인 배치도 좋다.

사용된 미요타 2305 무브먼트의 허용 오차범위는 한달에 ±20초, 배터리 수명은 약 2-3년이며  매뉴얼에는 SR626SW 배톨이를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여러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당연히 실리콘이지! 끈적거리는 것 없이 부드러우면서 쫀쫀하고, 퀵 릴리즈 방식이라 체결/ 분해가 편리하다. 루프가 두 개라 가는 손목에 찼을 때 스트랩이 뚱하게 달랑거리는 걸 고정시켜줄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야광. C3 슈퍼 루미노바를 사용했다고 하며 밝기나 지속력이 좋은 편이다. 만족함. 미친 수준의 스틸다이브보단 아니지만 탈출시간 플리거보다는 훨씬 낫다.

 

이 시계의 매력은 같은 가격에서 다른 시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진 몰라도 같은 조건의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다. 작은 사이즈에 다이버 워치라고 칭할 수 있는 성능과 소재를 갖춘 쿼츠 시계는 찾기 아주 어렵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지의 협찬 리뷰 외에는 후기를 많이 찾아볼 수 없는데 좀 더 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뭐 그 외에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시계이고 오래오래 찰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