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새로운 음악장르가 나오면 그 장르는 파격적일 수 밖에 없음
새로운 장르라는 것 자체가 이전의 것을 깨고 나온 것이니까
힙합만 이전의 룰을 무시하고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건 아님
알엔비도 처음 나올때는 파격적이었고 두왑도 파격적이었고 훵크도 파격적이었음
클래식에서도 사실 낭만파 등등이 처음 나올때 이전까지의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꼰대들한테 욕먹었음
사실 아직 힙합이라는 장르가 현대 음악 계보 상에서 거의 막내니까
파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힙합만 그런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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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생각하시는거 같은데 새로운 장르는 혁신에서 나오는겁니다.
무슨말이냐하면 기존의 것에서 없었던 무언가를 창출해냈을때 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성립되는것이지 기존의 것에서 마이너스를 한다고 새로운 무언가로 인정될수 없다는 겁니다.
예로 포크레인에 흙을 퍼는 삽바가지를 대신 땅을 뚫는 드릴을 장착했을때는 새로운 건설장비라고 할수있지만 바가지만 분리하고 그 대체가 없는 굴삭기를 새로운 형태의 건설장비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유엠씨의 랩 역시 기존의 랩에서 라임이라는 기능을 뺀것에 불과하지 기존 랩에 없던 새로운 양식을 추가한 형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고로 새로운 장르로서 조건이 성립되지 못하는겁니다.
음악의 3요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거 아닌가요?
보통 음악을 논할때 선율과 화성은 음악언어에서 표현기법에 대한 유익한 수사법으로 분류되지 리듬과 같이 근원적인 요소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선율과 화성을 배제시킨 음악을 상상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것이 기존의 상식과 대비해서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겁니다.
더구나 힙합을 선율과 화성을 배제시킨 음악이라고 생각하는것 자체로 벌써 큰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되는데요?
힙합은 리듬을 극대화한 음악일뿐 리듬간의 화성이 존재하고 부족한 선율을 채우기 위해 샘플링이라는 작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음악입니다.
작곡기법을 떠나 음악적 완결성을 봤을때 화성법이나 대위법을 배제시킨 음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것이죠.
힙합음악이 파격적인가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이유를 기존음악의 구성요소중 무언가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음악에서 평행을 유지하던 리듬을 극대화시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양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이왕 키보드 두드린 김에 몇가지 더 이야기 해보자면 힙합은 전복적 기능의 언어유희라는 인식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제눈에는요.
흑인비평가 게이츠가 문학적비평용어로서 정립한 시그니파잉의 문화라는 것을 음악화한것이 바로 힙합인데 말이죠.
힙합에서 말하는 시그니파잉은 당연히 라임이며 이것은 곧 문화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라임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라임은 곧 리듬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답일수밖에 없는 것이죠.
진중하고 철학적인 가사가 격조있는 가사로 통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진중하고 철학적인 가사라도 시그니파잉. 즉 전복적인 기능의 언어유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힙합가사로서는 빵점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죠.
내러티브 과정에 있어서도 라이밍에 순차적인 개연성이 있어야 펀치감이 생기고 메세지에 집중력과 설득력이 동시에 생길수 있습니다.
"얼마나 개성있는 내러티브를 구사할수 있는냐" "똑같은 이야기라도 가사안에 얼마나 자신만의 시그니파잉을 담아낼수있는가" 힙합가사에서 간지, 리릭시스트로서의 실력은 여기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가 만약 가리온 2집을 평가했다면 호평보단 가평을 많이 늘어 놨을겁니다.
학교종이 땡~땡 welcome to ma class~es
잘들어봐 내 래~앱은 졸면은 맴~매
출석 체~엑 1분단부터 2분단 3분단 4분단까지
자 부른다 (네 네 네 네)
이 가사에서 펀치라인은 마지막 네네네네입니다. 텍스트로만 봤을때 절대 펀이 될수없지만 소리로 들었을때 펀이 되는것이죠. 텍스트와 사운드의 결합에서 나오는 유희 혹은 희열. 이런게 힙합에서 말하는 간지예요.
주제의 효과적 표현을 위한 사건의 인과적 질서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서 라이밍의 개연성까지 힙합가사는 텍스트로 읽었을때와 음악으로 들었을때 그 설득력이 달라져야 합니다.
감동적이든 선동적이든 유희적인 가사든 말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엠씨의 랩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군가가 느낀 유엠씨의 음악의 매력 자체를 저는 부정하고 싶지는 않으니깐요.
유엠씨의 음악이 랩이냐 아니냐는 저에게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요.
어떤 실험과 시도든 그것에서부터 파생된 하나의 조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인정이 받지 못합니다.
분명 유엠씨의 랩이 하나의 조류를 만들어내지 못한것에 대한 안도를 가지고 있는건 사실입니다.
반대로 유엠씨랩이 씬을 지배하고 버벌진트가 홀로 존재했을때 버벌진트의 랩에 대한 평가를 유추해본다면 금방 답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유엠씨의 랩은 씬에서 논외적인 흐름으로 바라보면 될뿐 힙합방법론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논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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