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무명 by pcroom11

저는 무명이 한국힙합의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빅딜이 씬의 대세로 자리잡았던 2004년도 부터 공장삘 묵직한 동부 성향의 힙합음악이 앨범 퀄리티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어 버린적이 있습니다.


가령 가리온1집이나 헤비베이스나 언디스퓨티드같은 앨범들이 명반의 척도가 되던 시절이였고 그 흐름이 무명 이전까지 계속 이어져 왔었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씬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였던 버벌진트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명이라는 앨범을 발표한거예요.


가장 안정적으로 음악적 인정을 받을수 있었던 레퍼토리. 즉 한국힙합에서 생각하던 명반의 고정관념과 관습적인 사운드의 틀을 깨고 미니멀한 금속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별종음악을 들고 나온겁니다.


그것은 뻔한 구성의 관습적인 샘플링사운드와는 전혀 다른 공간감과 구성을 가진 전위적인 힙합사운드에 리스너들이 처음으로 주목을 하게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우주선이나 유알디등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전위적인 힙합사운드를 버벌진트는 자신의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이용해 처음으로 그런 스타일의 음악에 주목을 하게 만들었고 그런 음악적 스타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할수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거죠. 


다시 말하면 무명은 한국힙합씬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거예요.


사실 무명과 누명의 시대적 차이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그 사이 음악에 대한 리스너들의 사고(思考)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명발매를 기준으로 해서 말이죠. 


무명은 무명 나름대로 독자적인 작품성을 보여줬지만 무명 이후에 발매된 누명보다 체계화된 작품성을 보여주지는 분명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명은 누명과는 또 다른 시대성을 획득한 작품이고 한국힙합 패러다임에 중요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 때문에 그만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거죠.


랩의 혁신성에 대해서도 얘기 하고 싶은데 제가 술을 좀 먹고 와서 그냥 넘기고 무명에서 랩이 가지는 의미만 잠깐 얘기 할께요.


사실 무명 이전에도 Superhero같은 Sci-Fi 스타일의 Abstract 사운드가 있었습니다. 헌데 힙합씬에서 무명앨범이 의미는 Superhero류의 앨범과는 또 달라요.


사운드운용 자체로 전위성을 표현했던 Superhero와는 다르게 무명은 힙합이란 이디엄안에서 Abstract사운드가 어떻게 변환되고 어떻게 힙합음악으로서 완결성을 갖출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라는 겁니다.


무슨 차이냐면 Superhero의 표현방식은 사운드 그 자체로서 아방가르드 미학을 표현하는 방식이였고 그안에서 랩은 하나의 악기로서 활용될뿐 랩자체의 생명력은 없었거든요.


그에 반해 무명에서 보여준 Abstract 사운드는 오로지 랩을 위한 안배였고 음악적 정체성이 모호하던 Abstract 사운드를 힙합음악으로서 승화시킨 형태였던 거죠.


결국 힙합의 한 조류로서 Abstract 사운드를 활용해 한국힙합의 스펙트럼을 확장 시켰다는 것과 그 스타일을 한국힙합씬의 화두로 던져놓았다는 것이 무명이 가지는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할수 있는 겁니다. 그 원동력에는 당연히 버벌진트가 보여준 독특한 랩과 훅이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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