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참 애매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학적인 곡구성이랍시며 복잡한 의미를 잔뜩 집어 넣어 놨지만 정작 구조적 기법에 있어서 하나의 플롯으로 이해시킬만한 설득력있는 미학적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가리온이 주입시킨 의미설정과 실제 곡포지션간의 연동성이 떨어지는건 둘째치더라도 네러티브 구조(기법)자체가 전혀 입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나 복합적이고 위계적인 플롯구성에 비해 극적 구조와 서사적인 동기가 미흡해서 가리온이 설명했던 텍스트가 그다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한다는걸 상기해 본다면 가리온에 대한 비평의 관점을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적인 의미를 획득했을 정도로 음악적인 면에서 가리온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남다른데 그런 네임벨류에 비해 실험적인 뉘앙스가 앨범에 많이 묻어나지 못한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가리온정도 되면 재능있는 신진 프로듀서들을 발굴하고 대거 기용해서 씬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선구적인 통찰력이나 청감각까지도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씬의 고착화된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 느낌이 더 강했다는 거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칸예앨범 들으면서 "힙합이 이런 방향으로도 흘러갈수있구나"라는 놀람도 잠시,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험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방향성을 제시할수있는 그런 음악적 풍토가 참 부럽더군요.
조심스런 얘기지만 랩에 있어서도 사실 가리온의 단조로운 랩패턴도 자주 귀에 걸리고 랩이 전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가리온 1집때까지만해도 철학적이고 난해한 혹은 무게감있는 가사만으로 짱먹을수 있는 시절이였다면 지금은 철학적이고 무게감있는 가사 그 안에서도 시그니파잉. 즉 전복적인 기능의 언어유희를 어떻게 담아낼수있느냐를 논할만큼 랩의 이해가 넓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앨범의 가장 대표곡으로 영순위가 자주 거론되니 이곡을 예로, 비트를 한번 들어보면 기승전결이 곡의 핵심이고 벌스부터 훅까지 표현단위를 프레이즈로 나눴을때 비트는 반복되지만 사운드구성은 점층적으로 과장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A Child of God 샘플 자체가 워낙 선동적인 분위기가 강한데다 16마디 인트로에서 벌써 기승전결의 한 단락을 보여주고 랩벌스가 시작되는 형태라 랩벌스에서 완급조절을 실패하면 참 애매한 느낌을 줘버리는데 개인적으로 어정쩡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았습니다.
벌스 첫 8마디를 발단과 전개로 봤을때 이후 8마디가 위기고 다음 2마디 텀이 절정, 바로 연결되는 훅이 결말로 이 패턴이 세번 반복되는 형태이고 결국 변화되는 분위기에 맞게 라이밍을 어떻게 표현할것인가가 관건이였는데 단조로운 라이밍은 여지없이 곡의 분위기를 다운시키더군요.
비트컨셉은 좀 식상하지만 비트 완급조절을 보면 나름 샘플활용은 잘 한거 같긴 합니다. 드럼도 단락이 넘어갈때 순간적인 단절감을 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극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데 필요이상으로 단정한 메타의 톤이나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패턴의 랩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봐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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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댓글
1 전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는데
위지처럼 락과힙합의 조화가 이루어진 앨범이나 일탈의 네이키드처럼 하드하면서도 몽환적인 앨범이나 말씀해주신 칸예의 앨범처럼
이렇게 힙합을 사용할수도 있구나 하고 탄성이 나올만한 아이디어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리온의 느낌은 안정감이고, 국내 리스너들에게 가장 노멀하면서도 그 가운데 고퀄리티의 음악을 제공해왔던 분들이라
이번에 갑자기 괜히 색다른 힙합을 보여주려고하다가 더 큰 화를 입을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시도에 의해 만들어진 앨범은
그게 판의 흐름을 바꿀만큼 대단한 명반이 아니라면(외힙으로면 크로닉, 국내로 보면 누명 정도?) 처음엔 새롭지만 그만큼 빨리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안정적인 가리온의 행보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메타의 클래스는 의심하지 않지만 이번 앨범 전체적으로 오히려 포커스가 나찰에 맞춰있는 느낌일 만큼 메타의 랩이 명성과, 지금까지 보여줬던 실력에 비해서는 평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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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저는 노멀하다와 식상하다의 개념차이를 말하는겁니다.
힙합MC였던 위지가 일렉트로록사운드를 담아낸건 특이한 시도였지만 결론적으로 사운드기법은 식상했거든요.
반면 소울샘플링이라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스케일을 가지고도 쇼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 칸예에게는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시원하게 던질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뭐냐면 자신만의 사운드를 창조하냐 못하냐의 차이거든요. 실험적이라는게 꼭 거창하고 대단한 스케일을 말하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사운드를 얼마나 담아낼수있냐의 차이고 이것은 곧 아티스트로서의 어떤 정체성 문제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언더그라운드라는 명함을 달고 있다면 말이죠.
가리온 1집이 노말했을까요?? 엄청 실험적이였습니다.
비트에 내포 되어있는 어떤 한국적인 블루스케일이나 자칫 구식으로 치부될수도 있는 低스킬의 정적인 랩을 "스타일"로 승화시켜 버렸다는 것. 이런걸 보고 바로 "미학(美學) "이라고 하는거고 가리온 1집은 이런 반전이 죽이는거 거든요.
위에 비판은 비단 가리온만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체되어있는 국내힙합의 전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문비트메이커들 중심으로 트랜드가 형성되면서 랩퍼 고유의 음악적 색깔이 퇴색되는 경향이 미국메인스트림씬에서 먼저 나타났는데 한국에선 이런 현상이 언더그라운드씬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문제라는거죠.
한정된 비트메이커층은 다양성의 상실이나 씬의 메너리즘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앨범을 작업하는 아티스트들 스스로 이런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해야하는데 국내힙합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이름 좀 있는 랩퍼들 트랙리스트 공개되면 프로듀서진 다 똑같아요.
나름 한가닥한다는 프로듀서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거예요. 안주하는거죠. 당연히 결과물도 예상가능한 범위내에서 벗어나지 않고요.
음악전문웹진에서 공통적으로 가리온2집을 2010년 최고의 앨범으로 뽑았더군요. 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나 음악웹진 운영진들 보면 예전보다 힙합필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리온이나 여러 힙합뮤지션들의 위상이 올라가긴 했는데 저는 사실 전체적인 평가에 조금 갸우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힙합에서 진짜 극소수 몇명 말고는 전혀 안듣습니다. 뮤지션들이 이런말하죠 힙합이 10대 전유물처럼 리스너들이 나이가 들면 다른장르로 갈아탄다고..
중요한건 뮤지션은 항상 실험해야되요. 스타일이 노멀하든 언유주얼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항상 실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된다는 겁니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라면 더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고요.
그래야 올드리스너를 잡을수있어요. 아티스트가 실패할까봐 실험하지 않는다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고요; 실험적이라는게 꼭 형식적으로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의미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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