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의 기술이 한 참 앞서 있다라... 님께서 말씀하시는 기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단 잘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모든! 면에서 미국 힙합은 앞서 있습니다. 그 이유들은
하나, 우리보다 힙합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둘, 인프라가 받쳐주기 때문에
셋, 대중적인 음악이기 때문에
그리고 기타등등 이유들이 있겠고요.
가사까지 따라 갈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반론을 하자면,
가사를 쓰는 것은, 어떤 내용을 쓰든 엠씨 본인의 선택이지
님께서도, 저도, 그 누구도 강요 할 자격이 없습니다. 단지
님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중요한 것은 가사 주제나 내용이 아니라 주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꾸몄냐가 되겠죠.
그리고 진태형, 민호, 그리고 저 문지훈의 음악을 얼마나 안 들으셨으면 "한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랩을 한 게 없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지.... 서운하네요. 조금 더 들어보라는 권유와 함께, 제 이피를 사신다고 일단 말씀하셨으니 한 번 제가 왜 서운해 하는지 알아 주셨으면 해요.
아 참고로 우리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공감 때
문만이 아닙니다. 공감, 그리고 또 하나는 대리만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드 '24시'를 좋아 할 수 있는 것이
고, 조폭 영화 '친구,'나 '대부'를 좋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를 당신은 공감 할 수 있나요? 경험이라도 하셨나요? 물론 아니죠, 대리만족을 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은행 강도들이 돈을 훔치고 달아나면서, 경찰들이 추적 할 때 우리는 '아 안 잡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합니다. 왜일까요? 답은 이제 아시겠죠. 그러니 공감 할 수 없다고 해서 안 된다고 역시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님은 저나, 진태형이 '내가 짱이다, 넌 지진아' 라는 가사를 쓰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시는데, 그 이유나
저희의 의도를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음악속에 그런 것들이 다 나옵니다. 정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해 드리죠. 우선 한국 힙합은, 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엠씨들이 봤을 때 발전이 너무 느립니다. 물론 리스너
탓도 있어요. 아니 생각해보니 탓이라고 하기엔 리스너들에게 너무 불공평한 것일 수도 있어요, 왜냐면 대부분의 리스너들은 나이가 어리고, 힙합을 접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죠.악순환의 연속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처음에 뭐 이센스 랩을 듣고 뻑갔어요. 한 4, 5년이 흐르고 그는 대충 힙합을 어떻게 감상하는지 개념이 잡히려고 할 때 즘, 또 대학에 갑니다. 그리고 이런 마인드를 가지게 돼죠. "아 내가 그 때 어렸구나, 이제 바쁘고 내 살 길을 찾아야 하니 언더힙합 듣지 말아야지" 하고 우리를 떠나 버립니다. 듣는 것에서부터 졸업을 하게 되죠. 그렇게
매년 수천 혹은 수만명이 떠나고, 다시 아래에서, 아까 언급했던 중학생 친구들이 올라오고, 세월이 흐르면 또 떠납니다. 전 얼마 전에 "리스너들이 음악을 만든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경험도, 음악을 들을 지식도 (아는 만큼만 들리는 법) 없는 친구들로 인해서 음악이 어떻게 발전하겠습니까? 여기서 또 엠씨의 탓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 힙합 역사가 얼마나 됐을까요 툭 까 놓고 말해서 이제 10년 조금 넘었습니다. 경험도, 지식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1세대에게 저는 매우 감사합니다. 가리온 형님들, 업타운 형,님들, 서태지 형님, 주석 형님 기타등등 너무 감사해요, 이 분들이 없었으면 어쩌면 저도 없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다음 세대 역할이 중요한데, 세대교차가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어디서부턴가 그런 것이 끊겼어요. 왜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오늘 님한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선구자가 없었기 때문이예요, 선구자 혹은 천재. 아 선구자, 천재 라는 말을 들어보니 생각나는 분 없으신가요. 그게 버벌진트 입니다. 단순한 라임 체계에서 한국 랩을 구원한 사람입니다. 제 견해로는 한국 힙합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일인자를 뽑자면 진태형입니다. 님 말대로 푸대접을 받고 있죠, 아무것도 모르는 지진아들이 왕관에 침을 뱉습니다, 엠씨들은 그런 광경들을 보면서 기겁합니다. 저 역시 답답해 죽겠고요. 우리 크루의 리더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랩에서부터, 비트, 그리고 힙합에 대한 지식까지 다 겸비한 선구자로서
엠씨, 리스너 모두에게 좋은 선물만을 늘 제공하셨던 분이었는데, 이제 많은 찌질이들은 그를 과감히 외면하고 있죠 하하... 지진아라는 말이 괜히 나왔습니까?
유엠씨는 문학적인 부분에서 정말 뛰어나신 분입니다.
그런 영역이 있고, 또 기본적으로 랩은 라임을 지켜야 합니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 랩을 들어도 라임이 없는 랩은 없습니다.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 해 보세요, 전 공부를 다 했습니다. 유엠씨 같은 분들이 무슨 생각으로 라임 없는 랩을 만들겠다는건지 영 알 수가 없고, 또 지금 와서 한 번 더 디스하려는 의도로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랩을 못합니다. 입으로 리듬을 연주하는 것이잖아요, 연주가로소 빵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또 디스를 한 것이었고.
어쨋든 과잉방어니 뭐니 이런 것을 저희가 한다고는 생각하지 마시고요, 미치도록 답답한 것입니다.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나이가 어린 분들 중에서는 뭐가 잘 하는 랩인지, 못하는 랩인지 전혀 구분을 할 줄 모르는 이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이것의 또 예를 들자면, 제가 아들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그가 만 4살 때 저를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천재가 아닌 이상,
미술의 보편적인 기준들을 두고 봤을 때, 그것은 잘 그린 그림이 아니겠죠. 하지만 전 좋아 할 것입니다, 감동을 하고 어쩌면 눈물도 흘릴지도 모르죠. 이해 하셨을거라 믿고
다음으로 넘어 갈게요.
'다시 난 해 냈지' 라는 말을 진태형이 할 자격이 없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진태 형 음악 좋아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리고 성공의 기준 역시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님께서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이 없으시네요.
그리고 펀치라인을 다듀, 드렁큰, 형님들이 쓴다고 하셨는데, 펀치라인을 제대로 이해 안 하셨네요. 펀치라인은 쉽게 말해서 웃겨야 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가사는 일반적으로 힙합 용어(?)로는 deep 하다고 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 류의 가사들을 제가 쓰는 사전적 의미의 펀치라인과 혼합 시켜버리면 혼동이 생기기 마련이죠. 펀치라인은 어쨋든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가사 역시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요. 타블로 형님이야 말로 펀치라인을 잘 때리시죠, 굳이 펀치라인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그리고 본토의 음악을 완벽히 구현하려는 진태형은 미국으로 가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님께서 좋고 나쁜 비트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은 완벽하게 구현 해 냈어요. 많은 지진아들이 말하는 따라쟁이 죽어도 아닙니다. 진태 형의 모든 곡은
'김진태'라는 상표가 붙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엠씨들 역시 그의 비트는 미국에서도 안 꿀린다는 주장은 빽업 해 주십니다. 역시 못 믿으신다면 아무한테나 가서 여쭤 보세요.
그리고 님, 그리고 힙합 팬을 포함하고 또 제외한 대한민국의 95% 이상의 인구는 무엇이 잘하는 영어인지, 못 하는 영어인지 모릅니다.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게 정상이니까요. 진태형 본인도 인정하시지만, 그 영어 실력, 그 영어 랩 가지고는 미국 절대 못 갑니다. 충격적이신가요? 우리 나라에서 미국 가서 영어로 랩해서 욕 안 먹을 사람은 4명도 안 됩니다, 그 중 하나는 저이고 나머지 세 명은 언급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이 미국 가서, 미국 관중들 앞에서 랩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운이 나쁘면 총 맞을 수도 있어요 (진심) 그리고 보통이면 온갖 욕설과 비난을 받으면서 무대 뒤로 도망 가야 할 것입니다. 타블로 형님처럼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오신 분들은 제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고요, 위에서 제가 전 자격이 된다고 말했잖아요,
그럼 님께서는 자연스럽게 "그럼 너도 미국 가지 그래"
이러실텐데, 네 계획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고 증명하라?
지켜 봐 주세요, 하지만 전 먼저 여기서 할 일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아 그리고 챈은 평생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미 한국인이라고 하기도 뭐하죠 ㅋㅋ
그리고 가사적인 것은 미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힙합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 뿐입니다.
디스, 섹스, 이런 내용이 담긴 가사가 듣기 싫으시면,
정말로 진심으로 힙합 듣지 마세요.
마를린 맨슨이 하는 장르의 락이 있어요, 장르 이름은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모든 가사의 기반이 신을 모독하고 악마를 숭배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도, 그리고 그 누구도 그런 음악을 하지 말라고 강요 할 자격이 없습니다. 전 그런 음악을 죽어도 못 듣습니다, 목에 칼을 대도 안 들을 것이고 (실제로 한 곡도 들어 본 적도 없고)
왜냐고요? 그런 감성, 철학, 마인드는 저에게 역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안 듣습니다. 안 들으면 됩니다. 그들의 음악 장르입니다. 내 것이 아니라.
님도 힙합의 이런 요소들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듣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하고 윤리적인 길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 나라 힙합은 점점 힙합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힙합 리듬도 죽어가고 있고, 힙합의 감성도, 힙합의 철학도, 힙합의 그냥 다~~~
만약 진태형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런 현상이
더 빨리 일어날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힙합 팬들은 그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식의 거칠은, 리스너들에게 쓴 소리가 되는 말을 하는 것은 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의 감정이 아예 개입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도 사람입니다.
좋은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각은 이러하고, 보편적인 기준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또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 알아 주세요. 누가 뭐라고 해도,
아무리 날 비난하고 삿대질해도, 저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계속 걸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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