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님의 논리대로라면, 반대로 RAP은 Rhyme and Poetry이니 시적인 요소와 라임 모두를 중요시해야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다행히도(?) 님이 알고 계신 것과는 달리 Rap은 RAP이 아닙니다. Rhyme and Poetry의 줄임말이 아닌, 독자적인 단어라는 말이죠. Rap이라는 단어의 어근은 비록 분명하지는 않지만, 즉흥적이고 기지있는 답변을 의미하는 Reparte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흔히 여겨집니다.
시적인 요소, 라는 말은 몹시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UMC에게서 The Watts Prophets나 The Last Poets같은 초창기 랩 뮤지션들(Proto-Rap Musician을 대충 이렇게 번역했습니다.)의 영향을 느낍니다. Last Poets의 Ni**s are scared of Revolution에 담겨있는 신랄함과 직설을 UMC에게서도 "어느 정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UMC를 시인이라 못할 것도 없죠. 여전히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되면(-_-) 이런 저런 생각을 담은 리뷰를 하나 써보겠습니다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이 뮤지션에게 진을 빼야하나 의문이 드네요. 이 뮤지션을 타박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뮤지션이 받고 있는 지지가 정말 지지인지도 저는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UMC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석해야하는 게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조금 난처합니다. 이것이 UMC의 음악을 향한 지지일까요, 아니면 (비영어권 국가로써)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갈망에 대한 끝없는 자위행위(죄송합니다)일까요. 저는 대체적으로 후자라고 봅니다. 왜 그렇게 건방진 결론을 내리냐구요?
10년 동안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해나갔다는 사실은 맞을지도 모르지만(사실 약간은 변했다고 봅니다), 그와 동시에 10년 동안 UMC 그 홀로 살아왔다는 것도 저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그 노력을 했으면, 지지자가 있을 법도 한데, 아니 분명히 댓글을 보면 지지자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를 따라 마익 첵을 하는 MC들을 본 적이 없어요.(저의 주의 부족 탓일지도 모르니, 지적을 해주시고 링크를 걸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지지자들은 왜 UMC에 대한 댓글을 쓰고 글을 쓰지만 그의 방법론을 따른 음악은 하지 않는거죠?
그의 모든 고민을 존중합니다. 그의 노력에 대해서 옹호하고 친구및 몇몇 필진들과 이야기한 적도 있구요. (이것은 변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UMC는 수많은 고민을 해왔고, 대충하는 것 같아도, 나름대로 "(한국인으로서)자연스러움"에 대한 정의와 길을 깔아놓은 뮤지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그것을 따라하면 돼요. 고양시청 뒷골목에서도 뉴욕 할렘가에서처럼 그냥 편하게, 한국인답게 랩하라고, UMC는 고민 다하고, 그 나름의 고생 끝에 이제 여러분들도 하면 된다고, 해놓은 거예요. 적어도 본인 말로는 그런 거 같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안해요. 안하고 왜 여기서, 리뷰가 한번 올라오면 거기에 와르르 몰려들어서 이야기를 하고 타박을 놓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안하네요.
그렇다면 UMC에 대한 글이건 논쟁이건, 그것은 언제고 그의 음악과 가사에 대한 것이 될 수 없어요. 언제나 거기에 앞서 말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끼어듭니다. 한국의 것을 듣고 싶다, 한국의 것을 듣고 싶다, 한국의 것을 듣고 싶다... 그런데 한국의 것이 뭔가요? 그것도 정확히 감을 잡지 못한 채 우리는 한국의 것을 듣고 싶다고 속으로 되뇌이고, 그럴 수록 논쟁은 산으로 가죠.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UMC의 음악 자체에 대한 것 뿐 아니라, 도무지 우리가 지금까지 말해온 언어로는 규정이 불가능한 "한국적인 것"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어야 하니까. 결국.. UMC 개인의 음악에 대한 발언이 한국적인 것에 대하여 나온 발언과 뒤섞이고, 이 층위에서 언급된 발언은 저 층위에서 언급된 발언과 섞이고... 그렇게, 다시 말하지만, 논쟁은 산으로...
그러니 저는 누군가가, 10년 넘도록 UMC 혼자 떠들도록 냅두지만 말고, 그의 짐을 좀 덜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을 타겟으로 삼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치지만, 옹호자라는 사람들은, 그냥 UMC가 사회 비판 다 해주고, 자신의 음악론 자신이 혼자 설명하고 전파하는 동안, 저 멀리서 댓글이나 달고 글이나 몇개 쓰고, 그럼 되는 건가요. 아마 UMC같은 사람이 한 두명만 더 있었어도 논쟁은 지금과는 또 달랐을 거예요. 그때 우리는 UMC는 UMC의 것으로, 그가 주창한 방법론은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둘을 분리한 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그저 난장판만 하나 더 생길 뿐이죠.
글 또 길게 썼네. 아무튼 그렇다구요.
'Scree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리온2 by pcroom11 (0) | 2019.08.25 |
---|---|
umc관련/음악에 답이 있는가 by snp2, etc (0) | 2019.08.25 |
umc by pcroom11 (0) | 2019.08.25 |
리미,윤미래? 게시글 읽다 좀 어이가 없어서.. by pcroom11 (0) | 2019.08.25 |
라임 by mazingo (0) | 2019.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