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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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눈을 뗄 수 없었던 사진은 이제 눈을 감고 뒤돌아봐도 내 눈 안에 맺혀 있는 얼굴이 되었어. 10월의 겨울 밤 수화기를 타고 내렸던 눈은 여전히 허공에 엉킨 채로 녹지 않았어. 갈색의 머리는 검정의 단발로, 버킷햇 대신 내 손을 얹는 시간을 담게 됐지. 마주보고 있는 네 개의 눈은 서로를 관통하며 관측하며 속하지 않는 것에 관한 여집합을 계산하는 대신 그저 감싸안아. 다른 이들에겐 뻔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기분 좋게 낯설어. 아무 것도 아닌 나의 달력을 너는 빨간 색 마카로 칠하고, 그런 날들은 더 늘어가. 코와 입은 여전히 숨을 쉬고 말을 꺼내지만 너를 담는 그릇이 되기도 해. 다른 이야기를 하며 잡아야만 했던 손 끝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을 낮처럼 만드는 랜턴이 돼. 닿지 않았던 것들의 와닿음과 맞닿음. 너는 언제부터 내 갤러리의 회랑을 걷고 있었을까? 비어 있는 액자에 네 거울을 언제 달았지? 어떻게 우리가 사랑할 것을 알았니? 나는 맞은 편을 보고 있어. 장갑을 끼지 않은 나의 차가운 한 손을 너는 잡고 있어. 무너져내린 종착역의 풍경은 누구도 다신 갈 수 없지만, 우린 아직 진실의 의자에 앉을 수 있어. 나는 나 자신에게도 빛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하나씩 수 놓은 작은 점이 만든 꿈에서 깨고 싶지는 않아. 고래와 뱀, 제비와 작약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사납게 할퀴는 밤, 눈을 감고 뒤돌았을 때도 내 눈 안에 맺혀 있는 얼굴이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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