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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 - Mood Schula Review


일찌감치 영국 BBC Radio를 비롯한 일렉트로니카/힙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라디오 쇼들에서 소개되며 국내보다는 국외의 비트 씬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던 시모(Simo)와 무드 슐라(Mood Schula). 꽤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이름을 가진 이 프로젝트 듀오가 국내의 마니아들에겐 물론 국외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MTV Iggy에까지 소개되며 주목을 받는다는 건, 긴 글로 구구절절이 하는 긴 설명보다 이 앨범이 일단 음악성에 대해선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뮤지션과 앨범 이름, 그리고 수록곡을 사이 좋게 반씩 나눠서 담당한 시모와 무드 슐라의 [Mood Shula EP]는, 하지만 음악성 외에도 한국 힙합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시도와 그 가능성을 연 앨범으로써 주목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다. 물론 [Mood Schula EP] 이전에 이러한 로-파이(Lo-Fi) 스타일의 음악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의 시도들이 음악 자체로 지나치게 전위적이어서 대체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반면, 이들의 소리는 힙합을 베이스로 IDM(Intelligence Dance Music), 앰비언트(Ambient) 등 다분히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의 음악기법에 소울(Soul), 훵크(Funk), 재즈(Jazz) 등의 익숙한 흑인 음악들을 접목하면서도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며 절대 어렵지 않은 음악으로 청자에게 다가간다. 또 앨범의 유기성을 위해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을 묶어놓거나 트랙간의 이음매로써 곡 전반부 혹은 후반부에 배치해놓은 소스 등의 장치는 개성이 강한 두 뮤지션의 음악이 얽혀 있음에도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간극을 어느 정도나마 좁혀준다.

즐거움은 쉴 틈이 없다. "Sliceslice"로 분위기를 달구고 “Do-Lye-Ka Dance"로 잠깐의 텀을 준 후 앨범의 가장 흥겨운 곡들이 연달아 뛰어나온다.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에서 이름을 바꾼 킴 아일(Qim Isle)의 독특한 랩핑과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의 스크래치가 돋보이는, 군더더기 없는 비트의 “Strict", 고전 무술 영화에서 따온 듯한 샘플 뒤 바로 이어지는 동양풍의 비트에 시모와 길티 심슨(Guilty Simpson)의 랩, 긴장감 있는 드럼이 어우러진 ”The Deee (디트로이트 To Seoul)", 시모의 랩 스타일과 차가운 비트의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졌던, 앨범의 가장 매력적인 트랙인 "Kick Ass" 이후 비교적 조용하거나 "Eden Fonk"같이 훵키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곡들이 소강상태를 이끌며 자연스럽게 앨범을 마무리한다.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Mood Schula EP]가 한국 힙합의 스펙트럼을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줌에 그쳤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랩 뮤지션들의 참여는 좋았으나 그들이 보여준 실력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그것은 앨범의 주인인 시모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랩이 그저 비트를 안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앨범 피쳐링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게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스크래칭이라는 건 소울스케이프나 디제잉을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어불성설임은 맞다.

노골적인 소위 딜라 트리뷰트(Tribute)도 앨범의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제이 딜라(J.Dilla)가 주로 사용하던 샘플을 곡 사이에 배치하거나, 아예 그가 애용하던 미니 리퍼튼(Minnie Riperton)의 곡을 샘플로 채용한 점 등 이전의 것을 넘어서기보다 답습한다는 느낌은 아쉬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스타일의 음악을, 기본을 벗어나지 않으며 실험성을 유지한 채 음악성까지 확보한다는 것은 보통 노련한 뮤지션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다. 그것을 시모와 무드 슐라라는 훌륭한 두 아티스트가 해냈다는 것과 이런 느낌의 사운드 운용을 국내 음악씬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한 성과가 있는 앨범이 이번 EP일수 있겠다. 단언컨대, 이것은 한국 힙합 역사에서 한 발자국을 굳게 내디딘 진보임이 분명하며, 그들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점 :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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