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giver)이 무엇을 주는가 생각할 때, 개중에 많은 겅우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받고 싶어한 - 결핍된 - 것을 준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듣지 못하거나, 패싱하면서. 때론 "옳은" 걸 준다. 이 때는 일단 주는 걸 멈추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모르고 주려는 거니까, 어떻게든 스스로 멈추는 게 어렵기 그지 없다. 이 때는 받는 측에서, 원치 않는 것은 거절함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작은 갈등(혹은 메롱 상태 멈춤)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면 기버는 "선한 의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거절하는 사람은 설명이 약간 필요하다. "$$@@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주지 않아도 돼. 마음은 정말 고맙다"라고. 이 말과 마음을 firm하게 지키는 게 필요하다. 선한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는 요청에 응답하는 게 중요함을 알아차리도록.


다시 돌아와, 기버 입장의 사람은 당분간 자기돌아봄을 가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려했던 것이 실제로 자신에게 필요했던 무엇임을 깨닫기 시작하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사랑이 부족하면, 타인에게 자꾸 사랑을 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사랑이 답으로 돌아올 것 같으니까.

사람관계에서 "옳음"을 논하는 것은 의외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사적인 관계들에서는... 옳음을 바라보는 것과 구현하는 건 완전 다른 문제이고.

 

기버측은 오히려 "받고 싶은" 걸 말하는 게 필요하다. 이상한 것 같지만, 이상하다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투트랙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주는 것과 받는 것은 동시에 가능하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해야하는 문제다.
만약 이 주고받음의 투트랙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상함을 말로든 글로든 다 표현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표현들을 위의 타래에 거절 but firm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공유해보자. 그 사람은 나름 안정형의 사람이므로 믿을만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사랑을 주는 이유가, "그래야만 사랑받을 것 같아서"라면, 이것은 보상적 관계를 뜻한다. 이 사랑의 거래는 꽤 많이 실패한다. 관계는 의외로 거래가 아니라서. 주고받음은 항상 단선적일 수 없고, 오히려 단선적이면 사랑이라기엔 그냥 거래니까. 불안해서 그런 마음인 것 안다.  그러나, 그 사랑받기 위해 사랑을 주는 것은 내 불안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넘겨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 불안에는 내 몫, 내 과거의 몫, 상대방의 몫 등이 섞여 있다.

옳은 걸 주는 것은 더욱 심각하기도 하다. 이것은 애정의 교환보다 하나 더 꼬아진 문제가 숨어있다. 옳음이란, 사적인 게 아니라 윤리도덕적으로 우월함을 말하는지라, 상대방"들"로부터 사랑을 "우러름"형태로 받고자 함이니까. 큰 따옴표들에서 이미 여러번 잘못된 매듭이 생겼다.

여기서 쓴 "잘못된"은 본심과 다르다는 의미다. 그런 마음이 윤리도덕적으로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윤리도덕은 이 타래의 의도와는 굳이 관계가 없다. 나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쨌든 입장을 바꿔서, 내 앞에 저런 giver가 있다면, 그가 주는 것을 무조건 빨아먹지 말자. 과한 것은 위에 처럼 말하면서 선(바운더리)를 찾되, 꼭 덧붙이자. 난 그래도 여기 있다. 너에게서 이 정도 거리에서 항상 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떠나지 않고 있을게. 라도 안전감을 주자.

 

기버님들, 타인에게 주고 싶은 마음과 주는 행동 사이에서 머물러 보세요. 되도록 타인이 필요한 걸 주는 거 더 낫습니다. 필요한 걸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더불어 노파심. 이건 양식(형식)적인 부분인데요. 누구에게 무언가를 줄 때, "오다 주웠어" 하지 마시기를. 안 주느니만 못할 수 있어요. "무엇"을 주느냐에 대한 질문만큼, "어떻게" 주느냐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 다음에 오는 (와야 할) 질문 : 나는 뭐가 필요하지? 내가 받고 싶은 건 뭐지? 그 what을 채우기 시작! 작은 것들부터.
내 스스로 받고 싶은 것들의 목록 채우기가 이뤄진 후, 받고 싶은 걸 표현(전달)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자기표현 (자기주장 이라고도함) #assertiveness 라고 합니다. 꼭 받고 싶은 것 뿐 아니라, 침해받기 싫은 것을 전달하는 것도 포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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