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여느때랑 같이 술을 먹었고 갓 열네살의 나에게 어머니가 입학식에 참석하시면 몽둥이로 때려죽인다고 얘기했고 난 그걸 옆에서 협박받아서 직접 음성사서함에 녹음해서 전달해야했다
아버지는 14살 아들의 머리통을 밥솥으로 수차례 때려서 기여코 입학식을 불참시켰다
고등학교때 이야기다
아비지는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 대학간놈들의 미래가 하찮음을 근거삼아 기어코 담임선생과 통화하여 날 대학을보내면 담임의 자녀를 도륙낼거라고 협박을 하고 난 구치소에 간 아버지를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입바른 소리를 했어야했다
군대를 갔을때 우리 분대장은 전입 첫날에 아버지가 나랑 성이 다른걸 1시간동안 듣고도 행정적 처분에 대해 이해를 못했고 차량정비관은 21개월동안 그래도 낳은정은 무시못한다고 휴가때마다 나를 10년간 팬 아버지를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게 했다
지금은 전역 이후 기억도 안나는 지역의 요양병원에서 알콜 중독과 정신병을 치료받는걸로 아는데 연락은 닿지않는다
술을 한잔 먹은밤 과연 부모의 삶은 자녀랑 관련이 없는지, 낳은정은 보은을 해야하는지 의문에 휩싸인채 잠에 청하고 싶은 밤이다
물론 제목에 나의 모토는 적혀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불운한 가정을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음
이건 마치 팔다리 멀쩡한 사람이 팔다리 없는 장애인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임
있어본 사람들은 없게 자란 사람을 절대로 이해 못함
그걸 이해 못한 분대장도, 굳이 만나게 해준 차량 정비관도 욕할건 없음
20대 초반에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얼마나 많이 경험해보고 살았나 한번 돌이켜봐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분대장과 차량 정비관의 나이가 그렇게 불행했던 사람들의 삶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거임
적어도 30대 중반은 넘겨서 사회에서 정말 여러 사람들하고 만나고 부딪혀봐야 '아 저런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닫고 인정하고 살게 되는 거지
가족이 갈라선다는 것은 그 나이의 그들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했던 거임
결국은 그들도 미숙했던 것뿐임
그런데 그렇게 미숙한 사람들에게 분대장과 간부라는 '책임'이 주어지는 직책에 있으니까 제딴에는 어떻게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실수한거지
그저 나랑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라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음
그러니까 아버지와 의절하고 싶었던 너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태도와 선택을 너무 원망하지는 않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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