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reView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Napoleon Dynamite, 2004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채로 행복해지는 이야기.

예전부터 좋아했던 주제였고 스토리나 등장인물, 매체만 변주되어 나온 영화이기에 무척이나 즐겁게 봤다.

영화를 알게 된 건 Jerry Paper의 [Losing The Game] 언오피셜 뮤비를 통해서인데, 짧은 영상 속에 펼쳐지는 사랑스러운 너드들의 모습이 나온 이 영화가 도덕책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게 된 것.



해당 영상에 어떠한 정보도 나와있지 않아서 뮤비 후반부 나폴레옹이 입은 티셔츠의 'vote for pedro'라는 문구를 구글링해서 알게 됐다. 마침 Jerry Paper의 신보가 영화를 볼 때 즈음 나오는 바람에, 캡쳐한 장면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동안 들을 수 있었고 그래서 뜻하지 않게 영화 외적인 즐거운 경험도 선사해 준 영화. 지금 보니 나폴레옹이랑 제리 페이퍼랑 뭔가 닮았네…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이기 때문에 깊은 몰입을 유도하는 갈등이나 심각한 고뇌 등은 없었지만 그래서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뮤지컬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기에 뮤지컬이 어느 정도 가미된 영화인가 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장면이 너무 좋긴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사 하나가 빠져있다. 주인공 나폴레옹은 학교 가는 버스에서 장난감을 실에 매달아 창문 밖으로 던진 뒤 노는 것을 즐기며, 학교에서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체육시간에는 혼자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찾아 노는 등 전형적인 찐따(dork)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웃음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것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짜증낼지언정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나폴레옹에게는 자신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바보이기 때문이다.


머리에 붙은 거미줄 디테일!



결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폴레옹뿐만이 아니다. 뎁은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며, 대학교 등록금을 위해 집에서 만든 키체인을 팔지만 그녀의 옷차림만큼이나 유행에 뒤쳐진 디자인이다. 나폴레옹의 형인 킵은 뚜렷한 직장 없이 인터넷 채팅에 몰두하며 실재하는지도 모르는 상대와 사랑을 속삭이기 바쁘고, 그들을 돌봐주러 온 삼촌 리코는 시도때도없이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폴레옹에게 업신여김당하기도 한다. 이런 인물들의 좌충우돌, 또는 그들 각자의 어리숙한 소위 '너드스러움'이 보는 내내 잔잔한 웃음을 안겨준다.



조커 없는 배트맨이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너드의 반대편에 있는 적스(jocks)들도 당연히 등장하는데, 특별할 건 없고 전형적인 운동 좋아하고, 여자들과 잘 어울리고, 갚지 않을 돈을 빌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과 나폴레옹을 비롯한 인물들이 충돌하는 연출보다는,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모습을 통해 두 집단을 대비시킨다.



이 사랑스러운 너드들이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성취하고,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감동적이다. 관심 있는 여자애에게 "넌 안 뚱뚱하니까 저지방 우유를 안 마셔도 된다"고 플러팅하고, 키체인을 달라고 하는 식으로 서로의 호감을 표시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그냥 바보같고 우습다기보다 이들만의 특별한 세계를 흐뭇하게 지켜보도록 만드는 부분이 있다.



나폴레옹이 노트에 그린 라이거처럼, 그들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반팔과 패딩부츠같은 요상하고 촌스러운 옷차림, 뭔가 어색한 달리는 모습, 헤 벌린 입-영화의 모든 부분을 통해 그들의 '이상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조금은 더디고 오해가 생기거나 할지라도 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의 세계를 지속할 뿐이다.



학교 무도회. 나폴레옹과 뎁이 춤출때 나오는 음악은 [Time After Time]인데, OST 부클릿엔 Sparklemotion이 부른 버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나한텐 아무리 들어도 신디 로퍼의 원곡이다. 뭐가 맞는거임?


가발 위에서 싹트는 사랑


그리고 우리들은 행복해졌다


영화의 끝까지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나폴레옹의 머리나 안경, 헤 벌린 입도 그대로이며, 뎁의 질끈 묶은 머리도, 리코의 추억팔이도 그대로다. 그런 모습 그대로,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의 가치관에 맞는 성취가 하나둘씩 이루어지게 되는 것은 감동적이면서 잔잔한 웃음을 활짝 웃는 웃음으로 바꿔주기도 하는 순간이다.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 일에 몰두하고 결국 얻어내는 것,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에게서도 그것을 인정받는 것. 이런 식으로 바보같고 어리석어 보이는 믿음이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분명 보통의 성취보다 더 특별한 점이 있으며 나는 그것이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내면에 가지고 있을 찐따에 대한 해학이자 위안이다. 철저히 연구되고 구성된 찐따 캐릭터들과 그들이 제시하는 미묘한 상황이 전개되며 나오는 웃음이라는 접근을 통해 우리 속에 숨은 찐따를 부드럽게 건드린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그대로인 채로도 괜찮으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잘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깊은 고민이나 철두철미한 전략만이 문제의 답이 아닐 수도 있음 또한 생각하게 해주면서.


4/5


아 참고로 쿠키 영상 있으니 꼭 끝까지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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