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천재

브레인스토밍


오랜만에 '혼자듣고말려다' 게시판에 쓸 글을 마구 적다가 든 생각이


첫번째로 '내가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한 것.

음악을 듣는다는 건 어떤 종류의 재화처럼 소비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로 생각이 옮겨갔다가 아니야 그러면 안 돼. 라고 마음이 굳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소비하는 행태가 어떻다 저떻다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도 아니라서 별로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나에 대해서만 깊게 생각하고 싶기 때문에


근데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하는데 이걸 내 재능같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이밀음. 답은 간단하게 당연히 아니지. 음악을 소비하든 그렇지 않고 '내 것'으로 체화시키든간에 어쨌든 리스닝이라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나는 그 폭과 깊이가 나보다 더 큰 사람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든 나보다 위에 있다는 존재가 있다는 인식 자체가 중요한거고 그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결국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내 간단한 기준으로 천재라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거나, 이미 있는 것을 답습하더라도 감쪽같은 새 것처럼 변주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천재가 되고 싶은, 천재가 아닌 사람으로서, 천재가 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은근히 폄하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가령 음악평론가는 음악은 하고 싶은데 재능이 없어 좌절한 사람이 차선책으로 가는 길이라든지… 뭐 이렇게. 물론 차별이라는 건 안다. 근데 나는 편협하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것임

어쨌든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그런 길로 가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났는데 내가 그나마 잘 하는 게 글 쓰는 것이기도 하고, 흥미도 있고. 물론 내 필력 역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굿또 알고 이끼 때무네 음악과 글쓰기를 조합해서 리뷰든 짧은 감상문이든 항상 적어두어야겠다고 느꼈다. 기억은 결국 퇴색하기 마련이고 결국 남는 건 내가 의도적으로 남긴 것뿐이니까.

물론 그러한 감상적인 이유가 전부인 것은 당연히 아니고, 그래도 한 걸음 더 걸어나가기 위해서인 게 가장 크다. 나의 생각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단순한 체계적 정리뿐만 아니라 생각만 할 때는 미처 생각지 못한 범위까지 이야기가 확장되기도 하고, 그런 곁가지들이 큰 가지도 될 수 있음을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잘 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의 가지수 자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 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쓰다보니 결국 처음과 같은 자괴감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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