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열어 본 책갈피 사이에 네가 말한 열망의 단어들이 미약한 온기를 장작 삼아 스스로를 피워 올릴 때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울을 보는 것 같다고 느낀 너의 모습이 일그러진 이유가 아지랑이 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거리는 멀다./ 너에게 건네고 싶은 많은 농담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는 독설의 그림자만 남은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남아 있었던 거울이
내게
너는
너
를 사랑하는
너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누구도 들릴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속삭였다./ 지나가버린 말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물어보지 않은 물음을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답을 원하지 않는 독백을 기다리며 차라리 처절한 메아리라도 되고 싶었다./ 내가 머물러 온 시간에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면 언어들이 시간을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면 될 일이다. 내 이로 깨물어야 할 느슨한 독약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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