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두고는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야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조금 중독되려고 하는 수준까지 갔는데, 간단한 해시태그만 걸어 둔 내 사진을 어떻게 찾아서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들 계정을 들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트 표시하고, 올라오는 사진들이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거나 하는 식이면 팔로우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22명의 팔로잉 중 대부분은 타투어고, 그 다음은 옷 관련 사람/커뮤니티, 나머지는 풍경 등 사진 찍는 사람들.
계정은 아직은 공개할 생각이 없는데, 나는 조금이라도 깊어질 것 같은 관계 맺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 해 본다. 블로그 공지에 예전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해두었었는데 그것을 통해 자신과 음악 취향이 아주 흡사하다며 자신이 만든 믹스셋까지 보내주던 사람이 너무 부담스러워 메시지 답장을 안 하고 도망가 버린 이후로 그냥 지워버렸고 그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이 문단 첫 번째 문장이다. 며칠 전 트위터에도 간략히 적은 것이지만, 적당히 느슨하고 어떠한 종류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 맺기가 편하다. 나중에 아주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만 같은 나쁜 버릇이라고 느껴지기는 한데… 그래도 변호해보자면, 무엇이 편하다는 것은, 그 반대의 것을 행하기 아주 어렵고 버겁기 때문에 그것이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깊은 관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든 적이 많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그러하다.
간츠(Gantz)의 작가 오쿠 히로야의 최신작…은 아니고 201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누야시키」. 간단한 내용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 소외된 가장이 외계 우주선의 불시착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해 사망하고, 그들이 '복원'이라 부르는 과정을 통해 외계 기계 병기의 몸으로 개조된 채 다시 태어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소개만 보면 황당할 법 하지만 작가의 미려한 그림체와 전개를 보면 꽤 재밌다.
만화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1,20대 전후의 미형이 아니란 설정부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또 한 가지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주인공 이누야시키 이치로는 작중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각종 선행을 하고 그것에서 보람과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그런 에피소드 중 야쿠자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전작 「간츠」의 지구인 vs. 외계인의 전투가 떠올랐다는 것. 병기로 개조된 이누야시키 이치로의 능력은 상당히 막강하다. 십수 명이 사격을 가해도 상처 하나 없고 비행이 가능하며, 치명적인 상처를 손쉽게 회복시킨다. 주인공스러운 외모들을 하고 있던 등장 인물들을 순식간에 죽은 조연 1,2,3 으로 만들었던, 불상 등의 뜬금없는 외형을 한 「간츠」의 '성인'과 전혀 주인공스럽지 않은 외모를 가진 「이누야시키」의 주인공은 맞닿는 면이 있으며, 한 명 쪽이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승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는 일 대 다의 결투 방식도 「간츠」의 전투 방법과 흡사하다. 일단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개입된 것부터가 「간츠」와의 소재나 주제, 연출등의 유사성을 논하지 않기가 힘든 것이긴 하지만… 의도는 지극히 불순했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학살당하던 '성인'들의 심정이나 입장을 조금 대변하거나 이해하기 쉽게 그려낸 것이 「이누야시키」 인 것도 같다. 주인공은 겉 표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기계 덩어리이고, 적이지만 순수한 무력만을 가진 '그래도 인간'이란 점에서 감정 이입 등이 조금 더 수월하고 따라서 어쩌면 「간츠」에서 외면되었다고도 여겨질 수 있는 '적'의 입장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연출이지 않나 하는 것. 결론, 이 작품 아직까지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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