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라이언맥긴리 -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일까 벗고 있는 것일까










작품은 아니고 전시를 하는 대림미술관 2층인가 3층인가로 올라가는 계단 밖 풍경이다. 투명창, 파란색 창, 빨간색 창, 불투명한 창을 모두 담아보고 싶었다.






동물을 주제로 한 파트에 들어서면서 그 전까지 봐왔던 그의 느낌이 확 사라져서 매우 낯설었다. 재미있자고 찍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별로 재미는 없었고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 이것이었다.




제일 마지막 관람지이자 대림미술관의 꼭대기인 4층에 있던 강렬한 대비의 사진. 라이언 맥긴리가 제작한 Sigur Ros의 Varuo 뮤직비디오가 연속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전시가 끝난 후 옆 건물에서 또다른 전시가 있다고 하길래(그런데 들어가기 전부터 전시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음) 가지 말까 하다가 갔다. <빈 집> 기획전이었는데 정말 빈 집에 그곳 주민들의 사진이나 그림, 조형물들을 진열해놓은 곳이었다. 집이 굉장히 크고 아름다웠고 이것은 1층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목욕탕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인데 수도를 틀면 나올지 안 나올지가 정말 궁금했다. 틀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것과 같은 망므에 드는 장식물들이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하나 몰래 가져올 수도 있는 분위기였는데 그러진 않았다.




장식물보다 집 구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길래 급하게 찍었다.

관람하며 불편한 점들이 많았는데 첫번째로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댔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기다리게 하는 것 하니까 다자이 오사무의 일화가 생각난다.

다자이가 도쿄 인근의 아타미의 무라카미 여관에 틀어박혀서 몇달째 나오지를 않자 다자이가 걱정된 아내는 다자이의 친구인 단에게 다자이가 어쩌고 있는지 좀 들여다봐달라고 부탁했다. 
단은 무라카미 여관에 가서 다자이에게 그만 붙들려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던 사이에 가지고 온 돈을 모두 써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다자이는 여관 주인에게 단이 인질이라면서(...) 놔두고선 자신은 도쿄에 있던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집에가서 돈을 구해오겠다고 가버렸다. 그런데 단이 며칠을 기다려도 다자이가 돌아오지 않자 여관과 술집에 사정사정해서 외상의 지불을 미룬뒤 도쿄의 이부세 마스지의 집에 가보니 다자이는 이부세와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사실 다자이는 이부세와 장기를 두면서 돈좀 빌려달라고 말할 타이밍을 노렸지만 며칠째 그게 안되었던것(...) 단이 그런 모습을 보고 빡치려고 하자 다자이가 "기다리는 사람이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괴로울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일정 관객 수를 제한해서 들여보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두번째로 건물의 구조가 관람하는 동선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가이드 음성을 들으며(대림미술관 어플을 받아서 들을 수 있다. 사진에 보면 옆에 헤드폰 모양 있는게 있는데 그런 그림들에 한해 음성 가이드가 지원된다) 이동해도 굉장히 헷갈리는데 굳이 건물을 이렇게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따로 스탭까지 배치돼서 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시 이동시키던데 그냥 좀... 그랬다. 음성 가이드 지원에 대한 불만도 있는데 유희경이라는 시인과의 협업이니 해서 그림 설명 몇몇에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시를 읊어주던데 사진의 느낌을 개략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을진 몰라도 '가이드'의 목적에 많이 위배되고 굉장히 뜬금없는 느낌이 더 컸다.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 자체가 모호한 분위기의 것들이 강하긴 하나 그것에도 배경이나 작가가 의도한 목적들이 있을 터인데 시만 들려주니 그냥 한 귀로 흘리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시가 굉장히 별로였다. 마지막으로 조명도 신경쓴 티가 나긴 했지만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등 실제로 보기에는 좀 불편했던 기억이 많이 있다. 내 사진에 대한 안목이 리신 수준인 탓도 조금 있겠지만 이런 불편들을 빼놓고라도 감상도 soso였고 그냥 내 사진에 대한 열의만 조금 불태워준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뭐, 결론적으로 외출이나 관람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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