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아이다호



내가 자주 가는 피자집이 있다고 치자(자주 가는 곳이면 돼 슈퍼, 치킨집, 식당...)
자주 간다고 표현은 하지만, 많아봐야 한달에 두번? 두달이 한 번 정도 가는 곳이지

나는 피자를 사먹으려고 가게 문을 열며, 한달 전에 피자를 사먹었을 때 가볍게 대화도 나누는 등 나름 인상을 심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피자 가게 주인이 나를 기억하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안 해
내가 어떤 특징을 지녔든
그것은 한달의 텀과 그 텀의 틈에 끼인 수많은 손님들의 기억속에 묻혀버릴 만한 정도의 것이고
또 이런 식의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일도 아니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이 너무 서글프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서로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을 나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더 나아가서 싸이 구경하기나 구글링같은 짓을 하고 있을 때

그것들을 생각하거나 보면서 추억하고 상상하고 즐거워하고 하여튼 그 인간에 대한 모든 사유의 결과물들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 느껴질 때

혼자만의 것인 것 같다, 고 막연하게 생각이 들었다면 덜 서글플 텐데 혼자만의 것이다 라고 확정적으로 쓸 수 있는건
나는 그날 이후 한없이 잉여스럽게 살았기 때문이고, 지나간 그 사람(들)의 역사는 매우 다양했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을 가고, 샌디에이고에서 대학을 다니고, 저 멀리 남쪽까지 살다가 다시 올라오고 머리를 길렀다가 자르고 뭘 하고
그런 시간들과 그 시간들을 함께 보낸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워버렸음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들에서 나를 기억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며, '혹시 모를 기대'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없는 대단한 일이다
(참고로 혹시 모를 기대의 범주에는 '산타클로스는 사실 친부가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일 것' 등이 있다)
아무튼 그런 내 나름의 확률로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가 기억해줄만큼 좋은 사람도 못되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아이다호(湖)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더럽게 슬펐는데...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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