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잠깐 병원을 갔다올 일이 있었는데

일부러 웃으면서 있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웃으려고 한 생각이나 시도 자체가 병원의 음울한 분위기때문에 나온 생각이지 싶다.
병원은 건물 외양부터가 초라하다. 안의 사람들 모두 환자는 물론 간호사부터 스탭, 의사들까지 전부 초라하고 너절하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피곤한 인상의 젊은 의사는 자기 손등 위에 펜으로 무언가를 마구 메모해댔다. 넓은 거실같이 마련해 둔 긴 복도에는 환자들이 나와 멍하니 TV를 보거나 더위를 식히려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서 잠들어 있다. 같은 병실을 쓰는 한 환자의 가족은 이틀 내내 찾아와서는 과자를 뜯고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자기들이 민폐라는 걸 모르는 수준인데 해도 해도 너무 심각하다. 차마 말은 못 했고 다른 사람이 대신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나가서 얘기를 하게 하긴 했는데... 존재 자체가 불편하고 거슬린다. 화장실을 가려고 가는 길에 놓인 병실들을 몰래 몰래 바라보며 지나가다가 척 봐도 입원한지 오래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가슴팍에 여러 호스들을 매단 늙은 환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몇 시간 동안 몇 번이나 그 곳을 지나가며 바라봤지만 눈을 감은 채 계속 움직이지 않고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과 저 사람의 가족은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이런 곳을...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있어도 이곳의 우울하고 역한 공기에 묻혀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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