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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두 개의 심장이 만나 하나로 뛸 수 있을까 (내용 추가)


"두려운 두 개의 심장이 만나 하나로 뛸 수 있을까?"-내 마음속에 남은 말이 이 문장만은 아니었다. 옆에서 자꾸 이상한 리듬타며 발 굴리고, 뒤에서 자리 옮기는데 의자까지 통째로 뽑아서 옮기는지 우당탕거리고, 전화기 끄는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하다못해 진동 전환도 안해놓은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들만 아니었다면 다 기억할 수 있었을 텐데. 갖고 들어간 펩시 캔 주먹에 말아쥐어서 주먹으로 명치 세게 치고 부우츠로 정강이 발로 차고 싶었고 지금도 여기에 욕 쓰고 싶은데 참고 있다. 진짜 멍청한 거 아니야 닝.겐.주제에... 무튼 그런 거 빼면 전반적인 영화 감상은 만족이다. 영화 자막도 세심함이 돋보였는데 그냥 둬도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클로즈업된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자막을 중간이 아니라 좌/우측으로 밀어놓는 센스에 감탄. 아무튼 티슈 챙겨가길 잘했다. 후반 다 되어가서야 눈물이 나오거나 에이 난 안울겠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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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이 다른 영화와 다르게 갖는 독자적인 특징이 있다면, 사건 전개가 빠르다. 처음에는 조금 성의없지 않나, 혹은 지루해지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러닝타임에 맞추려고 무리한 장면의 생략과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뒤로 갈수록 영화가 각 인물의 이야기라기보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한 '세월'을 그려낸 내러티브라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이 연대기의 주인공은 각자가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장 발장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마지막에도 장 발장에 초점을 맞춰주긴 하지만 어떤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누구에 더 감정이입을 했느냐, 또는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영화의 주인공과 의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내게 레 미제라블의 의의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는 것, 주인공은 에포닌. 그녀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관념에 어떤 변화를 주었다. 영화에선 수 많은 형태의 사랑이 나오지만 나는 에포닌의 사랑에 주목했다. 상대가 알아주는 사랑만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일방의 사랑은 쌍방의 사랑보다 그 가치가 덜한가? 오히려 그런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사랑은 무엇보다도 빛나는 게 아닐까. 상대를 원하기보다 상대를 위하는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 어쩌면 애증일 수 있는 대상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럼에도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혼자 아파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전부를 희생해 그 대상을 지켜낸다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숭고함이라는 것.

또 하나의 특징은 사실 뮤지컬 영화면 다 그렇겠지만 일반 영화와는 달리 대사에 각운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To touch my soul and teach me love?/ He treated me like any other
He gave me his trust/ He called me brother
뭐 이런 식으로... 영화 보면서 각운 어떻게 맞추나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어휴 힙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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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고야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배우는 얼굴 잘났다고 다가 아니란 걸 알았다. 얼굴도 잘나야 하는 것이다.8668
앤 해서웨이의 연기를 보며 린쵸가 생각났는데 자신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 호흡, 제스처, 대사, 감정 처리까지 어쩜 그렇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 감정의 극한까지 다다랐다가 곧바로 평정을 찾고 때로는 적당한 수위의 슬픔을 연기하기도 하는 걸 보며 너무 감동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잠든 코제트 소녀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뉘일 만큼 가까이 있으면서도 차마 그녀의 머리를 제대로 쓰다듬지 못하고 그 위를 휘젓는 쟝 발쟝의 손.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는 시늉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코제트 소녀를 보면서는 분홍씨가 떠올랐다. 코제트는 자신의 키보다 큰 비로 더러운 바닥을 쓸며 길 건너 푸른 드레스의 인형을 바라본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지만 궁의 공주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상상하기도 하면서 걸레짝으로 어설프게 만든 인형을 쓰다듬는다. 팡틴과의 약속으로 그녀를 거두러 온 쟝 발쟝은 "마드모아젤"이라며 인사를 하고 그녀가 늘 바라보던 푸른 보닛과 드레스의 인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코제트의 꿈을 이뤄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위에서 에포닌 이야기만 했는데 쟝 발쟝의 사랑도 그의 다른 업적들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쟝 발쟝처럼 되고 싶었다. 멋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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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나서 남는 진한 여운때문에 금방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물론 그 전에도 엔딩크레딧 끝까지 다 보고 일어서는 게 보통이었지만 의무적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이번엔 영화가 주는 충격이 너무 커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면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마지막에 Les Miserables 라고 뜨길래 일어섰는데, 그 후로도 다시 크레딧과 음악이 또 나왔는데 이미 일어서버려서 그냥 나와버렸는데 너무 후회된다. 그냥 끝까지 있을 걸... 집 와서 ost 듣는데 각 곡마다 영화 장면들이 떠오르는 유일한 영화였다. 이런 경험 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처음은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사운드노벨

영화 내에서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게 나오는데,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좋게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고 영화가 종교적인 건 아니고 종교로 풀어내는 긍정적인 이미지-신성함, 이타적인 언행 등-를 많이 보여주는데 그거 보고 감명받아서 그런 듯.

내용도 내용이지만 패션도 되게 멋졌는데 셔츠 깃 올려서 단추 두개 푸르고 스톨 목에 묶은 게 왜 그리 멋져 보이던지! 프랑스 국기 색(파랑, 하양, 빨강)이 배치된 꽃 모양 뱃지같은 것도 너무 예뻤다.

자아켙
부우츠
오른쪽 주머니가 두툼한 것은 자앙갑을 넣었기 때문(흐뭇할 정도로 두껍다) 

파알찌
저도 삼색 참 좋아하는데 말이조 

나와서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서 이리 저리 방황했다. 신세계 백화점 오픈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부담감 넘치는 인사 행렬을 받고 들어가서 옷 구경좀 하려다가 너무 부담스러운 분위기때문에 금방 다시 나와버렸다... 나와서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걷다가 싫증나서 그냥 집에 왔다 외출 끝

리뷰란에 적기엔 영화를 제대로 안 본 것 같아서 워드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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