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혼자라고 느낄 때



혼자 있을 때 아주 가끔 어느 생각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떠올라질 때'가 있다. 뭐 결국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니 그게 그거지만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 있으면 혹시 내가 죽은 건 아닐까, 죽었는데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서 멈춘 공간처럼 느끼는 건 아닐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문득 떠올라져 한 3초 정도 심각해졌다가 관둔다. 그럴리가 없으니까...

이런 떠올라지는 생각 말고 혼자 있을 때 그림 그리다 음악 듣다 글 쓰다 지겨워지면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생각하다 잠드는 게 일이다. 주로 내가 구상하는 작품 속 세상에 관해 생각하는데 요새는 작은 단어나 문장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일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없어
가끔 가슴이 아프다

그리움을 말로 전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그리움이 앞을 이슬처럼 눈물처럼 막아 선다

멀리 있어 그리운 것을 지금 인연으로 어쩔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었던 순간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

요샌 이 시를 생각하는데 시를 쳐다보며 단어 하나 행간 하나 곱씹어 보기도 하고...

나누었던 대화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주로 누군가 내게 해주는 말들을 생각하지만 요즘은 짧은 한 마디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며칠 전 새벽에 채팅방에서 아는 사람과 얘기하던 도중 그 사람이 말을 했다. "울고 올게요."라고

5분여 쯤 누구도 말이 없는 시간 동안 나는 처음 그 말을 보았을 때의 충격때문에 벙벙한 상태였다.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까라는 마음이 조금 뒷전이었던 건 미안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첫번째로 놀랐고 두번째로 그 문장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져서였다.

울고 올게요
울고 올게요
며칠 동안 그 문장을 생각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없어, 가끔, 가슴이 아프다, 그리움을, 말로, 전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그리움이, 앞을, 이슬,처럼, 눈물,처럼, 막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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