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혼자 밥먹었어.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더라구.
배는 고픈데 말이야.
그래도 혼자 밥먹는 것쯤이야 익숙하니까.
먼저 국 냄비에 불을 켜고
양념에 재워둔 고기를 프라이팬에 얹었지.
그리고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두부를 발견했어.
아, 부쳐먹으면 맛있겠다 싶어서
다 데워진 국은 잠깐 다른 곳에 옮겨놓고
프라이팬을 하나 더 얹고 기름을 둘렀어.
그런데 두부를 자르려고 아무리 찾아도 칼이 없더라구.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젓가락 하나 가져다가 두부를 대충 잘랐어.
울퉁불퉁 못생긴 두부를 프라이팬에 얹었지.
반찬은 익어가고 있겠다, 밥을 퍼 놓으려고 밥솥을 열었는데
세상에, 밥이 하나도 없는거야.
다행히 냉장고엔 밥이 좀 있더라.
꽁꽁 얼어버린 차가운 밥을 전자렌지에 데웠지.
그런데 갑자기 타는 냄새가 나더라구.
깜짝 놀라서 보니까 제육볶음이 타고 있더라.
밥 찾느라 시간을 너무 보냈나봐.
그래도 많이 타진 않아서 대충 먹기로 했어.
제육볶음을 식탁에 놓으면서
옆에 있던 두부도 그릇에 옮겼지.
밥도 다 데워져서 식탁에 놓고
미리 데워뒀던 국도 식탁에 놨어.
그렇게 다 차려진 식탁에는
냉장고 냄새가 나는 밥과
다 타버린 제육볶음
아직 다 익지 않아서 미지근한 두부
다 식어버린 미역국.
TV를 틀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한참을 우적우적 먹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
왜 나는지 몰라.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났어.
그래서 울었지.
그렇게 한참을 울었어.
꺼이꺼이 통곡해가면서.
울다보니까 내가 왜 우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
오늘,
내 생일이거든.
나, 생일날 혼자 밥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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