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장례식 입관 이야기

방금 전에, 할머니가 '입관'되는 모습을 봤다.
내가 이런 장례용어 같은 거에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시체를 관에 넣는 게 아마 입관일 것이다.

내 상상과는 달리, 입관은 장례식장 안의 작은 실험실?같은 방에서 진행되었다. 싸늘하고 무성의한 철판 위에 할머니의 몸이 누워 있었다. 온몸이 흰색 천으로 덮혀 있었다. 입관을 대신해주는 장례식장 직원들이 능숙하게 할머니의 시신를 벗기고 입히고 하는데... 그건 마치 소름끼치는 인형옷입히기 같기도 했고... 인간을 박제로 만드는 절차 같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 사람들은, 인간처럼 생긴 '물체'를 다루고 있었다.

입관 과정을 지켜보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그렇게 관에 넣어지는 모습을 막상 보니까 슬픈 마음이 생기더라. 살아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리 악인이었어도, 그래서 서로를 존나 미워했어도, 죽음이라는 거대한 악마 앞에서는 그런 미움이든 뭐든 다 어린애 장난같은 것에 불과하구나! 나약한 우리는 그 앞에서 덜덜 떨 뿐이다. 아무리 인간들이 뭉치고 힘을 합쳐봐도 (아직은) 죽음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미운 사람은 계속 밉다. 그런 미움이 아무리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더라도 나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살아있는 동안 계속 충돌하다가 갈등하다가 슬퍼하다가 잊어버리다가 할 것이다.

...물론 이런 건 정말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머리로 생각하는 거랑 직접 시체의 입관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는 거랑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생생하게 보고 나니 죽음의 공포 죽음의 슬픔이 가슴속에서 꽤 오랫동안 남더라... (물론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니까 그런 기분도 곧 지워지겠지)

아무튼... 시체용 덮개?같은 거에 칭칭 감겨있는 할머니 시체 앞에서, 아버지는 '잘못했어 엄마! 엄마!' 하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왜 났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 모습이 '엄마의 시체를 보고 슬퍼하는 아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언젠가 내 엄마가 저런 시체가 된 모습'을 상상했고, 저렇게 장례식장 직원들이 엄마 시체를 마치 인형이나 물체 다루듯 막 이상한 천쪼가리를 양팔 양다리 머리에 씌우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야! 얼굴에 그런 거 씌우면 우리엄마 숨 못쉬잖아!
...그런 상상을 하니까 너무 슬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옆에 있는 엄마 손을 꼭 잡았다.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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