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느끼기엔 슬픔 강요입니다. 물론 전 대통령의 죽음이란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며, 비극이며, 슬픔이지만 그것이 왜 6개월씩 준비한 사람들의 공연의 연기 및 취소, 침묵 등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그것은 슬픔강요입니다. 그토록 슬프다면 이토록 슬픈 상황에서 왜 대학 수업은 평소처럼 계속 하는지, 왜 관공서 및 병의원과 운송업도 평소와 같은지, 아니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수십만개의 술집과 나이트, 클럽등에 대해서는 왜 거부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슬픈데 니들이 그런거 한다는게 고깝다. 내 기분을 위해 니들이 참아라'' 이것 아닙니까? 주점이야 이해를 했습니다만 아랫쪽에 보니까 공연조차도 하지 말아달라는 말은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과연 그 공연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혹은 그 노 전 대통령이 죽지 않았다고 한다면 과연 그 공연을 참관할 사람들이었을까요? 그 공연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 공연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 공연을 준비한 사람들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그 공연에 대한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왜 그 공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민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학교가 비춰질 이미지때문이라구요? 공연하나 하는 것이 무슨 이미지의 추락이 있다는 것인가요? 그런식이면 지금 대학로에서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유명 극단들은 전부 이미지 추락에 쩔쩔매야 하겠군요. 그렇게 그런 이미지가 중요하다면 기왕에 통 크게 총학이나 본부에 1주일동안의 추모휴교조치를 바라는건 어쩔까요? 어떤 학교에서도 보이지 않은 엄청난 규모의 추모니까 그 이미지를 위해선 분명히 좋은 효과가 있을거 같지 않습니까?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슬픈 일입니다. 슬픔을 느끼는 사람중에는 저처럼 분노를 느낄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정지시키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슬픔은 강요당할만한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만약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이 공연의 가치보다 컸다면 알아서 그만뒀을 겁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슬픔을 느껴서 거의 관객이 전무할 공연이었다면 아예 공연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겁니다. 공연의 시끄러움, 혹은 공연이 경거망동, (설혹 있다면)혹은 고인에 대한 예를 벗어난 정도의 비난에 대해 시정을 바란다는 것이 요구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
슬픔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감정이 여론인양 호도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토록 큰 슬픔에 빠졌다면 한낱 공연의 연기를 주장하기보다는 훨씬 확실한 방법으로 슬픔을 표현하는게 좋을겁니다. 그러한 슬픔을 표현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이 있다면 공연에 대해 굳이 연기하라는 강요를 하지 않아도 연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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