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이라 나이도 많은데 존내 암울해...
사람은 성격이 생후 11개월 때까지 80%가 결정된다고 하더라.... 그때 난 큰집에서 있었는데, 증조 할머니와 할머니가 맨날 싸웠지. 싸우는 걸 보고 자란 사람은 소극적인 성격이 되어 버려. 게다가 난 당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잘 볼 수가 없었으니 집안의 천덕꾸러기 신세였을 거야.
그 결과 난 사교성이 없고 소극적이고 행동이 굼떠... 운동 안 해서 운동신경도 없고...(할머니가 빨래하기 싫어서 밖에 못 나가게 했다나?) 덕분에 중3 때까진 은따, 그 이후 고2 때까진 왕따였고 내가 먼저 접근해서 사귄 친구 하나 없었지. 고3 때 좋은 친구 만나서 성격이 조금 대담해져서(그 전까진 거리에서 고개 숙이고 다녔어) 왕따에서 벗어날 순 있었지...
그런데 고3 때 IMF에 아버지 수표가 부도나서 집안이 망했어.
고3 중간 쯤에 집이 망한 걸 알았고 그 뒤부턴 공부를 사실상 안 해서 결국 수능은 400 만점에 278점을 맞았지. 대학은 포기했고... 집이 망했는데 어떻게 대학을 가겠어? 조금이라도 집에 부담을 안 줄려고 대학은 포기했지. 당시 공부했음 인서울은 갔을 거야... 예의상 썼던 원서로 인서울 하급대엔 붙었었거든... 비평준화 지역의 공부 엄청 못 하는 인문계였긴 해도 전교 1등도 해봤으니까...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인서울 갔대 봐야 아웃사이더나 되었을 거 같아. 또 망하기 전에도 집이 대학 등록금을 안정적으로 대줄 수는 없었을 상태였고.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1999년에 단칸 월세방으로 옮겨왔지. 아버지는 빚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같이 살 수가 없게 되었어. 부모님은 합의 이혼을 했어.
주유소랑 전단지 알바 조금 했는데 체력 약하고 성격이 워낙 소심하고 집중력이 부족하다보니 일을 못 배워서 금방 금방 짤렸지.
그 이후론 잠수 타다가 2000년에 상근예비역으로 군대를 갔어. 체력 약하고 집중력 부족하고 내성적이고 당시엔 지금 보다 더 생각이 어려서, 모종의 일로 영창을 간 뒤 관심사병이 됐어.
그리곤 성격 탓에 아버지가 옥탑방으로 옮겨간 뒤에 정신병에 걸리데. 군대를 정신병으로 의병제대로 나왔지... 병명은 계속 정동장애(조울증) + 정신분열증. 조울증 + 정신분열증에 걸리면 사리판단이 흐려지고 객관적인 의사 표현이 안 돼. 환각 증세도 벌어지고.
옆집에 잠깐 살던 아저씨의 도움으로 6개월간 공장에 다녔는데 또 정신병이 도져서 그만뒀어. 이때가 가장 정신병이 심했지. 기억이 술 심하게 마시면 필름 끊기는 것처럼 끊겨서 기억나. 6개월 동안 공장에 다니긴 했는데, 비정규직에 작은 공장이라 월급 80씩 받았는데 난 10만 갖고 나머진 엄마 드려서 저축은 0.
청량리 정신병원에서 2달 살다 나왔는데 그 다음엔 어영부영 소설 쓴답시고 시간을 보냈어.
2004년엔 엄마가 간병일 하셔서 약간 가계 수입이 늘었어. 부모님이 권하는 대로 사이버대학에 입학했어.
그러다 2004년 8월경에 전세가 1년에 1번 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꽤 기뻣지. 내가 애쓰면 단칸 월세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싶었어.
카트 정리 해보고 타이핑 알바 하다가 아버지(경비하셔) 권유로 2005년엔 직업학교에 들어갔어.
그렇지만 성격이 워낙 소심하고 사교성이 없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여서 정신병이 또 도졌어. 이번엔 가까스로 입원은 안 하고 넘어갔지. 정신병에 왜 걸리는 지 원인은 정신과 의사도 모른데.
직업학교에선 별 의미 없는 자격증들(ITQ 한글A 파워포인트 C 인터넷A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 운용기능사)를 땃고 출결이 엉망이었어.
2006년에 직업학교 수료하고 집 근처에 있는 전자칩 공장에 들어갔어. 건실한 중소기업에 정규직(생산직)으로 들어는 갔지... 한달에 150 받았고 2교대 근무였지. 내 행동이 굼뜨고 공장 일도 잘 못 배운다는 걸 알았어(학교 체육 시간에 친구도 없고 해서 맨날 벤치에 앉아 있다 보니 운동 신경이 꿈떠). 일 잘 못 하니 부서가 옮겨지더라. 내가 알게 모르게 공장에 피해 준 것도 있다는 걸 알았고, 공장 안에 일 못 한다고 계속 부서 쫓겨 다닐 거 같아서 내 스스로 사직했어.
공장 그만둔 게 2006년 4월 말이야. 공장 일로 사이버대학 등록금은 벌었고, 사이버대학생이라 정부 통계엔 백수로 안 잡히겠지만 서도...
2007년 3월에 PC정비사 2급을 땃지만 써먹기가 힘드네. 2007년 6월엔 1종 보통을 땃어. 하지만 집에 돈이 없으니 차를 살 수가 없어서... PC정비사는 곳곳을 옮겨 다니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을 잘 해야 한다네. 장롱면허인데 어떻게 PC 정비로 취직을 하겠어...
2008년 1월엔 사이버대학 복수전공인 사회복지의 현장 실습을 했어. 거기서 내가 안 건 내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동신경도 없고 놀 줄도 모르고,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리더쉽이 없다는 거야. 한마디로 사회복지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지. 1년에 2만 명의 사회 복지사가 배출되는데, 일자리는 2천명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 무능한데 뽑히겠으며, 뽑히더라도 버틸 수 있을지...
엄마가 신용이 좋아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줘서, 비록 단칸방이지만 월세방 보단 넓은 전세집으로 이사를 온지 보름쯤 전이야...
사이버대학에선 웹디자인을 전공으로 했는데 학점도 엉망이고 의욕도 실력도 없고.... 도저히 졸업과제 통과를 할 수가 없어서 휴학을 할 생각이야....
그제까지 잠깐 물류 창고 알바를 했는데, 느리고 덤벙대고 소심한데다 주의집중력이 부족해서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서 더 좋은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곤 제 발로 나왔어. 그래도 아주 일을 못 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서 아주 조금은 쉬운 일을 하면 버틸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거기 사람은 다들 좋더라고. 뭐 조금은 후회도 들어. 계속 일을 할 수는 있는데, 내가 한 사람 몫을 못 해내는 것 같아서 나온 거니까. 내가 직업학교 다니기 후반부터는 실습이든 직장이든 지각 한 번 안 했거든...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앞으로 내가 이마트나 편의점 같은 데서 일할 수는 있을런지...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을런지... 한 사람 몫 못 해내면 비교당하다가 결국 잘리게 되는 거잖아...
내가 성격만 아니었음 인생이 벌써 폈을텐데... 내 불우한 어린 시절에 이가 갈릴 뿐이다.... 성격만 좋았음 집안이 망했어도, 대학 진학 포기하고 공장이나 다니면서 주임 정도되면서 남는 시간에 소설 쓰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집안 망한지 벌써 10년이니 1억 이상 모아서 부모님 잘 모시지 않았을까....
내 희망은 이제 2가지야... 하나는 내 남동생. 나와는 달리 세상과 잘 어울리는 녀석이야. 제대로 엄마 밑에서 자랐거든.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운동 만능이고 성격 좋고 육군 조교 만기제대했고 항공대 댕겨... 내 인생이 안 풀리면 부모님도 그 녀석이 모실 거고... 붙어 살 수도 있겠지... 또 하나는 소설. 여러 번에 걸쳐 아주 작은 상들을 받았어. 장편 써서 인기 끌면 돈 벌 수 있겠지. 비록 소설가 연수입이 평균 100만원 밖에 안 된다지만, 잘 버는 사람은 잘 벌거든... 내 생각엔 내 성격과 인생 때문에, 내가 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은 소설 밖에 없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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