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조용한 폭풍 INFP

내가 생각하기에 INFP는 조용한 폭풍 같다.

겉으론 냉정해 보이기까지 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속에선 천둥도 치고 번개도 치고 바람도 부는 그런 폭풍.
언제 또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지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내 기분 상태는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실제 상황은 완전히 뭐 같은데 낄낄 즐거울 때가 있단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과제 2개를 시급히 해야 한다.
천천히 해도 괜찮긴 하지만, 내일 내야 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미뤄선 곤란하다고 계속 암시를 걸어야 한다.

그렇지만 INFP 특성상 실행력이나 추진력이 낮은 편이라 선뜻 치긴 귀찮고,
무엇보다 INFP의 특성상 생각(남이 보면 대개 몽상이나 잡생각)이나 상상이 많이 쌓이고
갈등이 일어나도 말하기보단 안으로 숨기기 때문에,
넘쳐나는 힘이나 증오가 엉뚱하게도 내 쪽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엄청난 피해가 돌아옴은 불 보듯 뻔한 일.

최근 집안의 경제적 문제로, 미래에 대한 환멸, INFP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비관과 불안 때문에 또 다시 사단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쪽지 시험과 발표를 망치고, 컴퓨터에 미쳐서 폐인이 될 뻔 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을 듣거나,
조금이라도 정신이 불안정해지면 몰래 자기 파괴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행히 최소한의 안전바가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사정없이 추락했을 터.

INFP는 T가 열등 기능이다 보니, 객관적으로 마음을 식히고 F를 붙들지 못한다.

예를 들어,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책을 덮고 바로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단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발악을 하기도 하는데,
(양날의 칼 감정이입!)
예를 들면 혐오물이나 아주 슬픈 것을 봤을 경우, 때론 앓기까지 한다!
실제로 글쓴이 같은 경우, 음모론에 관련된 혐오물을 봤는데
등장 인물이 너무 불쌍하고 감정이 치밀어 올라 1주일간 끙끙거리며 앓아야 했단 사실.

전형적인 INFP는 우울증을 안고 산다.
어떤 INFP는 이게 단순한 우울감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동의한다.
비슷하게 말하자면, 하나의 어두침침한 사신이 내려와 들러붙는다.
죽음의 자식 같기도 하고, 그림자 같기도 하고 어둠 같기도 하고, 지옥의 공기 같기도 한데
그게 들러붙으면 사람이 아주 예민해져서 음울해지는게 아예 내려앉아 버린다.

물론, 그 낌새는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적거나 눈이 날카롭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른다.

이건 시험을 망쳐서 드는 우울감, 엄마가 내게 화냈다고 느껴지는 우울감과,
단순히 정치가 뭐 같아서 화내며 느끼는 우울감과 무게 자체가 다르다...

때에 따라선 미래, 생명과도 직결되는 우울감이라 보시면 된다.

 


* 주의! 여기서부턴 정신과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을 보고
기억해 풀어쓰는 부분입니다.

INFP가 건강하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병은 감정의 이상이다.
따라서 INFP는 우울증에 가장 약하며, 조울증에도 약하다.
INFP는 감정이 주 기능이기 때문에, 정신병에 걸리거나
엄청난 충격을 입었을 경우 주로 맨 먼저 감정 기능이 망가진다.

성인 INFP가 주로 걸리는 병은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 우울증.

그 다음 INFP가 걸리기 쉬운 글은 정신 분열증이다.
무려 그 자신의 글에서, INFP는 정신 분열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라 하지 않던가ㄱ-
(저는 지금 다른 사람의 글을 기억한 것을 풀어쓰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INFP는 N을 주로 쓰다 보니, 독특한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눈엔 그 상상이 기괴하게 보일 수 있으며,
실제로 N이 잘못 흘러가면 정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내가 그 글을 읽으면서(더 정확히는 퍼온 글을 읽었습니다)
뭔가 슬펐던 것은,
INFP는 미쳐도 피해를 주지 않고 곱게 미친다는 것과
(성격상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므로)
미치는 순간에도 음악이라든지, 관심을 많이 쓰던 것은
끝까지 붙든다는 부분.
INFP는 다른 환자들을 보살펴 주기도 한다는데,
미치는 순간까지 따뜻하고 고우며, 사랑하는 것을 놓지 않는다는
내 유형이 대단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