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자전거와 시골아줌마

어제오후 새로 산 자전거를 시승하려고 집을 나섰다.

자전거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벨로로서 내 체면에 아무거나 타고 다닐 수는 없는지라
해외에서만 오더가 가능한 고급 미니스프린터형이었다. 가격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상관없으리라 본다.

암튼 즐거운 마음으로 마을을 한바퀴 돌고 오랜만에 차도로도 달려보았다. 살랑살랑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게 너무너무 기분 좋고 상쾌했지만 안타다 타서 그런지 얼마지나지 않아 엉덩이가 슬슬 배겨오기 시작했고 난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오는 길에는 일방통행로가 있었는데 마침 통행하는 차도 뜸한 거 같아 일방통행로로 역진입을 해서 가기로 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뻔히 옆에 인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로 한가운데로 유유히 걸어가는 아줌마 두명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난 차도쪽으로 피해 나가려 했으나 이 시골 아줌마들이 갈지자 보행을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인도쪽으로 비켜나갔다. 그런데 이 아줌마둘이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인도쪽으로 뛰어들었다. 난 짤랑벨을 울릴 사이도 없이 아줌마 한 분을 뒤에서 들이받고 말았다. 아줌마는 다행히도 팔을 약간 긁혔을뿐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아줌마들이 차도로 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있었고 무소음에 가까운 최고급 자전거를 타면서도 미리 짤랑벨을 울려 보행자에게 주의를 주지 못한 과실이 있었으므로 나는 즉시 자전거에서 내려 죄송합니다 하고 공손한 자세로 사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시골 아줌마는 내 따귀를 냅따 갈기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잘들어 이 어린넘아! 인간의 자아의 본질의 흐름 양면성 속에 이타적인 양심의 본질을 찾으려고 하다보면 그 실체는 단순히 가상의 본질이 낳은 경험주의적 인간의 무의식성이라는 것을 알수있다 계몽주의적 표현이 녹아있는 근대 철학자들의 저작들을 보면 그속에서도 고대의 철학자들이 갈구했던 진리라는 추상의 실체적 양면성이 가상의 이타적 양심의 본질과 혼합되어 또다른 본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실제적 철학의 본질은 추리된 귀납성의 오류로 인한 블랙홀같은 무한한 돌출구라는 것을 알수있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해서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자전거마저 팽개치고 엉엉 울며 집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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