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box/of the Moonth

2020 Album of the year

원래는 1월 안에 완성하려고 했던 글이 좀 길어졌다. 2020년에 들었던 모든 앨범들을 전부 다시 들어보면서, 그 안에서 aoty 후보군을 추렸고, 그렇게 추려진 후보군 앨범들을 전부 다시 들으면서 열정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사실은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귀찮음 때문에 이제서야 다 쓸 수 있게 됐다.

몇 앨범들은 정말 아쉽게 top10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 34개의 2020 aoty 후보 앨범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매일 순으로 정리했고, 가장 좋게 들었던 곡들 하나씩을 링크한다.

 

 

 

 

 

Mac Miller / Circles (2020.1.17)

<Circles>는 원래대로라면 이 앨범 발매 이후에 나와야 했을 순수한 힙합 음반과 함께, <Swimming>과 더불어 3부작 앨범의 두 번째여야 했다. 또한 이와 별개로 <Circles>는 <Swimming>과 서로 다른 스타일로 각자를 완성하는-원을 그리며 수영하는- 콘셉트의 자매 앨범(companion album)으로도 기획되었다. Mac Miller의 죽음이 빚어내는 비극성과 신성성이나 가사의 서정성 극대화 등을 차치하고서도, <Circles>는 정말로 굉장히 잘 만든 팝 앨범이다. 이런 음악은 Mac Miller만이 만들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기에 그의 새 음악들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슬프다.

 

 

 

Tame Impala / The Slow Rush (2020.2.14)

Kevin Parker의 프로젝트 Tame Impala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개인적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전작 <Currents>보다 굉장히 좋게 들었다. 전작의 키워드를 미니멀하고 실험성이라는 두 단어들로 말할 수 있다면 이번 작은 그 실험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비교적 맥시멀하고 캐치한 멜로디로 대중성까지 가미해서 분석하기에도, 즐기면서 듣기에도 좋은 수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개별 사운드 자체는 간결하지만 그 소스들이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며 곡을 꽉 채우고 있다. 악기들이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는다면 이런 작품은 나올 수 없었다. 과거와의 화해, 현재에의 집중,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막연하지만 빛나는 의지와 약속들이 담긴 곡들이 시간이라는 주제에 묶여 <The Slow Rush>라고 이름 붙여졌다.

 

 

 

Låpsley / Through Water (2020.3.20)

어렵지 않은 비유로 채워진 시적 가사,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얹어진 고혹적인 보컬, 정형적인 곡과 앨범 구성-Låpsley의 <Through Water>를 단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설명에서 느낄 수 있을 인상대로 그저 그런 고루한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서정성이나 감정들이 철저히 계산된 공식 아래 의도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런-듣는 이를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할 철저한- 의도를 가졌음이 틀림 없다. 또 음악적으로 독보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른 소리들도 충분히 독창적이지만 Låpsley의 보컬이 없었다면 이런 감성을 담은 앨범은 결코 완성될 수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NNAMDÏ / BRAT (2020.4.3)

<BRAT>은 앨범 커버만큼이나 모순적이고 충돌하는 상반된 이미지의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어긋나는 박자, 다른 장르들에서나 각자 쓰일 법한 악기들의 조합과 그들이 만드는 혼란한 불협화음, 가성과 싱잉 랩을 넘나드는 보컬의 활용-하지만 이 소리들이 모여 화합하는 순간들의 지점을 이내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어쨌든 그것들이 익숙한 팝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팝의 규칙을 따르는 듯 하면서 장르간의 융합 이상으로 파괴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와 그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을 장르 카테고라이징으로 가두기를 원하지 않는 뮤지션들과도 다른 차원의 범주에 넣어야 제대로 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충분히 실험적인 이 앨범에서조차 탈-장르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실험적 형식 안에 담긴 가사들이 자기고백적이거나 고민, 성찰 등을 주제로 삼은 우울한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다. NNAMDÏ는 전 앨범에 걸쳐 "I need you, need something new"라는 슬로건을 외치고 있고, 가사들의 맥락에서 봤을 때 그가 원하는 '새로운 무언가'는 완벽함이나 안정감, 변하지 않는 것, 자기인정 따위의 것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유머러스한 앨범 커버나 우스꽝스러운 가성 등의 사운드 활용으로 무겁지 않게 곡을 전개하는 등 NNAMDÏ만의 방식을 통해 청자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고 그것은 실제로 효과적이다. 우울을 자조하는 것, 동시에 이루는 상실과 성취가 가져다주는 것들 같은 쉽게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되며 아마 이러한 공감이나 이해가 NNAMDÏ가 원하는 새로운 무언가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다.

 

 

 

Yves Tumor / Heaven To A Tortured Mind (2020.4.3)

Yves Tumor는 젠더나 섹슈얼리티 따위가 창작자가 만드는 예술을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실제로 그는 매 음반마다 매우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르를 지향하고 있었다. 단 하나 일관적이었던 것은 음악적 완성도가 조금씩 견고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브 튜머가 2020년에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글램 록 스타일의 음반이다. 전작들과 비교해 대중성이 비교적 가미되긴 했으나 그것이 어떤 타협이라거나 의도된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으며 이브 튜머가 그의 방식대로 접근한 음악이 심지어 좋기까지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당한 해석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뻔한 록이라는 장르를, 절대 놓칠 수 없는 긴장감 가득한 소리의 배열로 재해석한 그에게 고루한 의미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찬사의 의미로 록 스타라는 명칭을 붙여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Thundercat / It Is What It Is (2020.4.3)

Thundercat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썬더캣의 음악적 특색과 파급력은 그가 속한 Brainfeeder의 수장 Flying Lotus의 <Flamagra(2019)>마저 썬더캣의 정규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컸고, 본작에는 아예 전 곡의 프로듀싱을 함께 함으로써 썬더캣의 재즈+펑크+힙합이 결합된 사운드의 흐름에 노골적으로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전 곡 공동 프로듀싱임에도 몇 곡을 제외하면 그의 전매특허인 헛웃음 나오는 위트가 담긴 가사, 그리고 그에 걸맞는 유쾌하면서 펑키한 사운드를 여전히 즐길 수 있으며, 이와 대비되는 비교적 진지하거나 무거운 분위기의 곡들까지 전부, 점점 세련되어지는 썬더캣만의 방식으로 완성했다.

 

 

 

Jerry Paper / Abracadabra (2020.5.15)

Jerry Pape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Lucas Nathan이 10대 시절 몇 군데의 모르몬과 사이언톨로지 센터를 방문했을 때, 그는 감각적 인식을 통해 얻는 것을 언어로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비록 그의 음악 커리어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음악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는 해도,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독자적인 음악적 방법론을 정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Johnny Pemberton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참여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에서 소리는 상징성을 띄지만, 그것들은 언어적 접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게 내 주된 관심사였고, 그 괴상한 아이디어를 파고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철학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대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문맥과 어휘를 창조하려는" 음악적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팝 음악의 한계를 가지고 논다"는 말로 자평하고 있는데, 느긋한 리듬 위에 펼쳐지는 캐치한 멜로디와 나긋한 보컬 등의 맥락으로 보았을 때 그 말이 실험성보다는 팝이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genreless) 시도를 의미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형용할 수 없이 낯설지만 어쩐지 친숙한 음악, 그런 모순이 Jerry Paper의 세계를 정의하는 코드이고 <Abracadabra>를 통해 그것을 청자들에게 남김 없이 보여주려 하고 있다.

 

 

 

Moses Sumney / græ (2020)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 전달과 습득, 간단한 것을 지향하는 세태는 음악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단적으로 러닝타임이 LP와 EP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정규 앨범의 수록곡이나 길이는 짧아진 지 오래고 인기를 끄는 장르도 곧장 청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빠른 BPM과 맥시멀한 사운드 위주로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1시간에 가까운 더블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긴 하나 그것만으로 어떤 앨범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물론, 이 앨범은 단순한 더블 앨범이 갖는 의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다소 난해한 아트 팝과 포크의 형식을 따르지만 앨범의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는 명확한데, 타이틀인 <græ>, 즉 회색이 갖는 이미지를 앨범 전체에 걸쳐 노래와 나레이션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친구와 연인,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 등의 내외적인 관계에서 그는 늘 중간에 걸쳐 있거나 고립된 소수자였음을 말하고 있고 그런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 1번 트랙의 제목이기도 한 [insula]다. 해당 트랙에서 노골적으로 설명하듯 고립(isolation)은 섬을 의미하는 'insula'에서 유래된 단어이고, Part 2의 6번 트랙 [And So I Come to Isolation]에서 [insula]의 사운드와 멘트가 반복되며 보다 자세한 고백이 뒤를 따른다-"And I thought, that's exactly what I've been my whole life I've been islanded". 요컨대, <græ>는 Moses Sumney가 자신이라는 섬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는 서사시적 앨범이다. 재밌는 건 회색이라는 중간지대와 섬이라는 고립된 이미지를 주제로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소모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강한 어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정서로 설명문의 느낌에 가깝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경향은 'Honesty is the most moral way/ But morality is grey(Bystanders)', 'You want dominion to make minions of the stars/ Made up of what you are(Virile)'등의 가사로 직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도덕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그렇지는 않다는 것, 사실은 누구나 갖추고 있는 자기모순이나 다중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그저 견지할 뿐 강요하려 들지 않는 것은 고립된 섬이 갖출만한 태도인 것 같다.

사운드의 질감이나 파트 또는 곡 서사의 정서가 외부 또는 내부로 향하느냐, 혹은 어떤 구성을 취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앨범의 파트가 나뉜 기준을 설명하려는 글을 몇 개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이를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모든 트랙이 직간접적으로 <græ>라는 타이틀 안에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것도 명확한 기준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신에 가까운 결론이 없는데도 어떤 예술적 함의가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그냥 대강의 느슨한 구분점 정도만 있거나 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Moses Sumney가 다시 이런 스케일의 앨범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앨범은 2020년 발매된 어떤 앨범보다도 예술작품에 가깝다. 완벽하거나, 최소한 완벽에 가깝다.

 

 

Naeem / Startisha (2020.6.12)

자신의 이름을 바꿔 앨범을 내는 것은 셀프 타이틀드 앨범만큼이나 해당 아티스트의 각오가 담겼고 따라서 앨범의 퀄리티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Naeem의 <Startisha>가 그런 앨범들 중의 하나다. Spank Rock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부터 활동하던 Naeem Juwan은 Spank Rock이라는 이름이 자신과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딩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름을 바꾼 것이 단순히 그 자체만의 의미가 아니라 비유하면 옷을 벗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Spank Rock이라는 이름에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되는 것, 그것이 그가 그 자신이 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Naeem은 사람들이 Spank Rock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내는 것을 원했다. 이전까지의 커리어에서 보여줬던 파티 튠 느낌이 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미니멀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사용하는 소리에 제약을 두지 않고 매 곡에 녹여냈고 그 결과 Naeem의 커리어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창조적인 앨범이 탄생했다.

 

 

 

Starchild & The New Romantic / Forever (2020.6.19)

레트로는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세대에게는 세련됨으로 다가오게 되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Starchild & The New Romantic(이하 Starchild)라는 다소 긴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듯 Starchild는 70년대 펑크와 레트로한 일렉트로 팝, 그리고 R&B 등의 장르를 절묘하게 뒤섞은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New Romantic이라는 이름 자체가 70년대의 음악을 포괄한 문화적 움직임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굉장히 노골적인 네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의 음악이 뉴 로맨틱을 통해 파생된,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멜로디가 가미된 따뜻한 분위기의 팝을 뿌리로 두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그의 장르가 무엇인지 명확히 말하는 것은 꽤나 곤란하다. 많은 선구자적 뮤지션들이 그렇듯 그 역시 Starchild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정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대중성은 기본이며, 경험해본 적이 없던 시간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동시에 날카로울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사랑과 영원을 주제로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뮤지션이 얼마나 될까? 그런 특성이 정점에 달한 이번 앨범이지만 왠지 모르게 다음 앨범은 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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