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정체성 혼란

디아스포라나 혼혈인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말이 거의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유럽에서도 유럽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지 꽤 된 사람의 입장에서, 내 정체성이 헷갈리는건 내가 아니라 나를 박스에 넣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나고, 내 인생의 특정 시점마다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해서 살아왔다. 그 선택은 특권이었다. 그런 특권을 가지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 역시 한국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평생 거기서 산다.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더 정체성에 혼란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엔 ‘내가 한국인다운가, 내가 유럽/베를린다운가’를생각한다기 보단 나다운 것이 한국인다운 것이고, 베를린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있다. 나는 두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고, 내가 속한 공동체는 나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사진처럼 정체된 이미지가 아니라.

'Scree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랜스젠더  (0) 2020.09.30
노력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  (0) 2020.09.30
2020년2월2일  (0) 2020.09.30
펨미니즘과 펨미니스트  (2) 2020.09.28
T(인지적 공감)와 F(감정적 공감)의 차이  (0)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