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reView

조커 Joker, 2019


오늘 CGV 가서 보고 왔다. 중간 가운데석 앉았는데 다행히 관객도 별로 없었고 진상도 없어서 그나마 조용히 잘 봤다.

많이 기대했는데 최소한 기대한 만큼이었고 제 점수는요… 4.5/5점


유우명한 감상평인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지만 포기하고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빠르고 즐겁다'가 와닿을 정도로 상징적이면서 대칭성을 가진 장면들이 영화 전체에 걸쳐 나오는데, 보는 입장에서 '아 이거 되게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잘 만들었네'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한 점은 좋았다. 하지만 유우명한 장면인 톸크쇼 출연 전 계단 내려오는 장면에서의 음악은 음악 사용 논란 여부는 둘째치고 되게 뜬금 없는 느낌이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마지막에 맥락 없이 바뀌는 장면 전환도 당혹스러웠고.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진 '기원의 모호함'을 결국 배제하지 않은 점은 또 다른 반전이었으나 어차피 세계관 자체가 별개인 만큼 확실히 그려줬다면 더 독보적인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어쨌든 캐릭터성을 그대로 끌고 가며 열린 결말이라는 적당한 논란도 만들어 낸 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좋았음…

적당히 이입할 수 있으면서도 결국 일반성에 선을 긋는 호에~킨 피닉제의 조커도 지금까지 본 어느 조커보다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천재적인 지능이나 웃음가스 쓰거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그냥 미친놈인 조커도 좋은데, 있을 법한 사건들 속에서 있을 법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조커가 나에게는 더 좋았다. 이런 영화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사회vs.개인의 책임이란 뻔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것도 좋았다. 아서 플렉이라는 사람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되게 담담히 그리고 있는데 사실 유달리 폭력적인 장면도 없고, 그게 많이 등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다른 영화에서의 폭력적인 장면들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게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면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몇몇 장면들에선 눈물이 고이기도 했는데 가령 클럽에서 토크쇼를 보며 이상한 포인트에서 혼자 웃는 장면이라거나… 딱히 동정심이 유발되지 않는 장면에서 되게 감정적으로 격앙되는 부분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부분들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극한의 '소외'에 관련된 연출을 보았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결국 일반성에 선을 긋는' 장면들도 좋았는데 가령 엄마 사진 뒤에 적힌 토마스 웨인의 메시지를 보고도 의구심 없이 구겨버리는 장면이라거나 톸크쇼 사회자를 죽이고 지금까지의 어떤 때보다 능숙한 퍼포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거나 살인 목격자를 자신에게 잘 대해 준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냥 보내주는 장면이라거나 하는 것들. 관객의 예측이나 기대를 정면으로 외면해버리는 그런 점들이 좋았다.

정리하면 기원의 모호함+예측 불가능함+광기라는 핵심적인 모습은 끌고 가면서 인간적이면서 소시민적인 '사람'의 모습도 함께 갖고 있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낸 점에서 고평가 받아야 할 영화가 <조커>라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배트맨을 만들어 냈다는 설정 같은 것도 좋았으나 영화 자체가 되게 신선해서 그런지 총 퓨퓨하고 진주목걸이 퍄퍄하는 장면이 되게 뻔하게 느껴져서 별로였다는 점, 앞에 말한 몇개 등등 때문에 결국 4.5점이긴 하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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