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열살 때쯤 자주 꾸었던 고어한 꿈들이 생각났다

한참 동안 잊고 지냈었던 꿈들인데 문득 생각났다.

열 살 쯤 꾸었었던 꿈들이다. 근데 진짜 지금 생각해도 ㄷㄷ하게 고어하고 징그러운 것 같다.

장담하건데 기억이 왜곡된 건 아니다.

나는 10살 때 밝고 활발한 여자애였고 지금도 그런 잔인한 걸 즐기지는 않는데 왜 이런 꿈을 꿨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지금 나는 고딩이니까, 정말 한참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 샤워하던 도중 너무 상세하게 갑자기 떠올랐다.

깜짝 놀라서 멍하게 물만 맞고 있다가 정신차리고 나왔다.


음... 일단 생각난 것만 몇개 쓰면.

마트처럼 진열해 두었다. 사람의 몸 부분부분을. 마치 구체관절인형 파츠를 부위별로 죽 늘어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 땐 구관인형 전혀 몰랐으니까 거기서 모티브를 따 온 꿈은 아닐 거고...

살을 정말 말 그대로 토막내서 전시해 두었다.

그러니까, 손 코너에는 석고상처럼 잘린 손들만 쫙 진열해놨고, 이런 식이다.

으으 정말 징글.

목, 머리(눈코입은 같이 달려 있었다), 귀, 어깨부터 팔꿈치, 팔꿈치부터 손목, 손, 상체, 유방 이렇게 굉장히 디테일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물론 하체도 발까지 디테일하게 나뉘어져 있었지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리고 그 부분들은 당연히 움직이지도 않고, 차가웠다. 시체처럼. 그런데 죽은 신체는 아니다.

내 기억상 자르자마자 잘린 부분을 어떻게 처리를 해서 썩어들어가지 않도록 해 놨던 설정이었다.

피부는 살색이고 잘린 부분은 붉은 단면이다. 당연히 피는 나오지 않고, 돼지고기 같은 거 잘라놓은 것 생각하면 좋을 듯.

꿈 속에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징그럽다는 생각도 안 했고 이상하다는 생각도 안 했고 그냥 3인칭 관점으로.

이 이상한 마트를 계속 관찰하는 시점.


사람들은 멀쩡하게 생겼다. 남자, 여자, 가족, 등등. 그런데 카트를 끌고 다니며 부분들을 카트에 담는다. 무덤덤하게.

어떤 할아버지가 직원에게 무슨 말을 하니까 직원이 손을 전시대에서 꺼내서 칼로 손가락만 자른 뒤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포장해 건넸다.

내 시점이 옮겨졌다. 보통 마트에 정육 코너 가면 직원 분들이 하얀 요리가운? 을 입고 원하는 만큼 고기를 잘라서 파는데, 여기도 그랬다.

음... 눈감은 사람들의 (죽은 듯한) 몸이 딱 붙는 옷?을 입고 진열되어 있다.

주문을 하면 먼저 그 옷을(상당히 두꺼웠다. 2~3cm의 어두운 녹색 고무 재질.) 칼로 짼다.

두세명이 고무옷에서 몸을 들어내어 편평한 판 위에 올려놓고, 음... 그러니까 두꺼운 칼로 자른다.

두 명이 자르면 다른 한 사람은 계속 잘리는 부위에 무슨 이상한 약품과 기계로 처리를 한다.

그리고 나서 진열하거나 고객에게 판다.


또 다른 쪽 코너로 간다.

이번에는 안구가 쭉 전시되어 있다.

안경을 쓴 여자가 천천히 둘러보다가 안경을 벗어 올려놓고 스푼? 같은 것을 집어 눈에 쑤셔박고는 자기 안구를 빼낸다.

뭔지 모를 걸쭉한 젤같은 액체가 안구에서 뚝뚝 떨어졌다.

유리잔 같은 것에 안구를 넣으니 푸스스 하는 증기와 함께 물이 뿌얘졌다.

진열된 안구를 눈에 넣고 깜빡이다 다른 한 쪽 눈도 똑같이 한다.


아 미친 진짜 생생해 시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이 꿈은 이 정도만 기억나는데 이건 약과였다.

 

 

또 다른 꿈. 이건 세피아 필터 씌운 듯한 컬러의 꿈이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대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와 수트를 입은 남자(역시 어림)들이 줄지어 무대 사이드의 긴 의자에 앉아 있다. 

15명 정도 되었고 인종이 다 달랐다. 아시안, 백인, 흑인 등등. 물론 그 사람들은 꿈을 꾸던 당시의 나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몇몇은 멍한 눈빛으로 앉아 있고 몇몇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공포에 질린 눈빛이었다.

나는 관객석으로 보이는 곳에 다른 수 백명의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사이드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덜덜 떨었다.


종이 뎅뎅 울리고 맨 앞에 앉아 있던 정말 예쁘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도도하고 담담한 눈빛의 여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 여자도 예뻤다. 20세 가량이었고 유럽 인형처럼 생겼다.

무대 왼쪽 끝에서 꾸벅 인사를 하니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둘러보니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얼굴의 2/3 이상을 하얀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

나도 가면을 썼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시야에는 문제가 없고 얼굴에 밀착감도 없어서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렇지만 박수치던 손을 멈추고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댈 용기가 없어 가만히 있었다.

박수도 끝나고, 어떤 배경음악도 없이 조용한 가운데 여자는 무심하게 천천히 무대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던 도중 중간쯤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굉장히 무겁고 커다란(가로 세로 높이 2m는 족히 되는) 쇳덩어리가 천장에 줄을 매달고 떨어져 내렸다.

여자는 깔렸고 끔찍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겼다. 비명소리는 나지 않았다.

몇 초 뒤 줄에 매달려 쇳덩어리가 천장으로 올라가자 짓이겨진 모습이 보였다. 눈앞에 훤히 참상이 보이자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대놓고 둘러보면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주변을 조심스럽게 흘깃거리자 반쯤 가려진 입에서 보여진 나머지 반쪽은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다. 

가면 쓴 사람이 나타나 무대 바닥 전체를 커다란 틀로 밀었다. 무대가 깨끗해졌다.

 

다음 사람은 남자애였다. 완전 흑인은 아니고 혼혈인 듯 했고 나이는 그 희생양들 중 가장 어린 것 같았다. 10대 중반. 

엉엉 울고 있다가 무대 위로 올라가 역시 울면서 인사를 하고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중간에 가로세로1m, 높이는 2m 정도 되는 안에 칼날이 달린 쇠창살 박스 같은 것이 뚝 떨어져 그 애를 가뒀다. 

쇠창살에 갇히자 남자애는 비명을 질렀다. 쇠창살은 처음엔 천천히 오그라들었고 점점 빠르게 오그라들었다. 

남자애는 몸을 최대한 작게 구부리고 감쌌다. 쇠창살이 그 애 몸에 거의 딱 맞게 오그라들었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몸에 딱 맞게 된 쇠창살은 꽤나 힘겹게 줄어들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 뜨자 남자애는 없고 다시 커진 쇠창살 안에는 울컥거리며 피를 토하는 살점들만 있었다. 박수와 청소.

 

세 번째는 머리를 높게 묶은 아시안 여자애였다. 눈꼬리가 올라가 있었고 왠지 일본인으로 보였다. 

그 애는 처음부터 나를 직시하고 있었고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네 번째 애가 그 애를 무대로 밀었다. 

여자애가 무대 밑으로 뛰어내리려 하자 가면 쓴 사람이 막았고 무대 중앙으로 밀었다. 

여자애는 무대 중앙에 쓰러졌다. 몇초의 정적 후에 후드득 커다란 칼날 여러 개가 떨어졌다. 

여자애는 소리를 지르면서 무릎으로 기어 칼날을 피해 오른쪽 끝으로 이동했다.

칼날이 내리기를 멈췄을 때 여자애의 등과 다리에 커다란 칼날이 박혀 있었고 긁힌 상처가 많았지만 여자애의 표정은 밝았다. 

아마도 살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자애는 애써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그 이후는 조명이 비추지 않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야유했고 가면 쓴 사람이 청소를 했다.

 

네 번째 여자는 당당하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왠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오히려 기뻐 보였다. (지금 생각하건데 그 여자는 사이비 종교 신념을 맹신했던 듯)

여자는 성큼성큼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위에서 일렬로 정렬된 두껍고 커다란 칼날 5개가 줄에 묶인 채 떨어졌고, 빠르게 올라갔다. 

과일 같은 걸 빠르게 자르면 붙어 있다가 곧 벌어지듯이 몇초간 여자는 엎드린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으나 곧 조각조각 토막나서 나뒹굴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열광했다.

 

참혹한 장면을 그대로 둔 채 가면 쓴 남자가 손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열명 가량의 사람들이 무대 위로 빠르게 올라왔다.

남자는 무슨 뜻인지 모를 이상한 언어를 했는데 내 귀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뜻으로 들렸다. 

남자가 손짓하자 희생양들은 단체로 공손히 인사했다. 커텐이 쳐지며 무대 막이 내렸다. 시야가 깜깜해졌다. 


이게 또 다른 꿈. 

대체 왜 꿨는지도 모르겠고, 그 나이까지 잔인한 고어물 같은 건 손도 안 대 본 내가 이런 꿈을 꿨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렇지만 분명 나는 이 꿈을 꾸었었다. 

첫번째 꿈은 꿈 도중에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깨고 나서 소름끼쳐했던 기억이 나고 

두번째 꿈은 꿈 속에서는 무서워했지만 깨고 나서는 아무렇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자면 내가 더 섬뜩;)


원래 공포영화 잘 봐서 지금도 쏘우나 고어영화 같은 거 본다고 무서워하고 속 안좋아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고어물은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안 좋아하는데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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