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이후로 문화관련 프리랜서 3년 차.
컬러작가, 어시스턴트, 웹디자인, 로고디자인, 출판편집, 3D빌드등... 프리랜서로 3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튼,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누군가는 데뷔를 목표로 하곤 하겠지만,
제 경우에는 한 순간이라도 제가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제 목숨과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뭔가 스펙을 제대로 쌓을 시간도 부족하고... 해서 택한 직군입니다.
물론 제 실력이 그리 좋은 건 아니라서 장당 페이가 높은 편도 아니고, 중간에 일이 없어서 붕 뜨는 경우도 있지만
이 바닥에서 3년째 살아 남으면서 그런저런 일들을 받으며 목숨은 부지하고 있습니다.
여튼, 프리랜서로 생업 전선에 뛰어든 이상,
그 중간에서 사는 삶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걸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 일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라 생각하며 글을 적어봅니다.
1. 프리랜서란?
말 그대로 용병입니다.
과거의 프리랜서는 전장을 따라 자신의 무기를 들고 싸우며 그를 통해 돈을 벌었고,
현대의 프리랜서는 프로젝트를 따라 자신의 스킬을 활용해 일하며 그를 통해 돈을 법니다.
해외에서는 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커리어를 쌓던 사람이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프리랜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리고 그런 프리랜서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 자신이 회사를 차리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는 정규직이 되기가 힘들어서, 정규직의 빡센 회사문화가 힘들어서 프리랜서가 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슬프지만, 예술-디자인-인문계의 취업률이 열악한 국내 상황이 그렇습니다... 허허...
여튼 기업이나 개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내부인력과 시스템 만으로 감당이 안될 때,
새로운 창의성이 필요할 때,
고유의 기술이 필요할 때,
그럴 때 '프리랜서'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2. 프리랜서 되기
프리랜서가 되는 방법은 쉽습니다. 아침 6시에 일용직 사무소에 나가는 것...도 프리랜서이긴 하지만,
예술/문화/인문계에서 프리랜서가 되는 방법은...
그냥 프로젝트와 외주를 받는 방법 뿐입니다.
커다란 일감은- 거대 게임회사에서 개발중인 게임의 원화를 전담하거나, 영화와 관련된 시나리오를 감수하거나, 책 한 두권을 편집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의 기획을 맡는등의 방대하고 규모가 큰 일도 있지만...
자그마한 일감은- 자그마한 빵집의 로고를 디자인 하거나, 소량으로 만들 노트 표지에 들어갈 캘리그라피를 하거나, 동네 술집의 벽을 장식할 원화를 그리거나, 인터넷 광고에 들어갈 두 줄짜리 문구를 만드는 등의 자그마한 일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벽에 똥칠을 아크로바틱하게 하고 1000원을 받았다 해도 당신은 이미 프리랜서가 된 겁니다.
(물론 그런적은 없습니다!)
3. 외주 구하기
제가 주로 외주를 구하는 곳은 개인 블로그, 방.사, 외주나라등을 이용합니다.
셋다 네X버 기반으로 있다보니, 블로그를 포트폴리오 용도로 해놓고 쓰는데요,
막상 업체에 메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거나 위의 두 카페에 구직글을 올려도,
블로그를 보고 맘에 드는 스타일을 찾아서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 블로그가 반쯤 포트폴리오용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끔씩 알바천국, 알바몬, 사람인 등의 아르바이트/구인사이트를 통해서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오는 케이스도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지인을 통해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새는 지인을 통해서 받는 경우가 많아서,
나름의 지인 마케팅이 쏠쏠한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쓰는 것 보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을 쓰는게 더 믿음직 스럽기 때문이겠죠...?
물론 저도 친구들한테 항상 '돈만 주면 해준다.' 라고 말하고 다니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새 돈에 환장한 놈처럼 보일텐데, 어쩌겠어요. 저도 먹고 살아야지...)
여튼, 외주를 구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케팅이므로,
최대한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구해 보는것이 좋습니다.
4. 포트폴리오와 결과물
경력을 증명하고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작업물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와 결과물은 필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에 자신의 모든 결과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잘 된것들과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추려서
10장 이내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의 스타일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트폴리오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면, 결과물들을 명시하고 그것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계약까지 체결되기 좀더 좋은 쪽은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것보다 확실한 결과물들로 발주사/의뢰인에게 직접 체험시켜줄 수 있는것이 성사 확률이 높더군요.
5. 페이 계산법
프리랜서에게 있어서 작업기간과 페이계산은 생명입니다.
시간+예산=좋은 결과물 이라는 점은 어디에나 공통이죠.
페이의 책정은 보통 외주중개사 또는 발주사에서 (묶어서 클라이언트라 말합니다) 직접 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협의를 하게 됩니다. 그럴 때 저에게 외주 시세를 문의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제가 페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개인이 책정한 시급+스킬+커리어+희소성) x (작업에 걸릴 시간+임의로 설정한 휴식 시간) = 페이 (또는 < 업체에서 제시하는 페이)
[희소성이란, 수요대비 공급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서 다릅니다. 현재는 TCG/일러스트/학습만화/교과서 부분은 희소성이 낮고, 건축/3D/웹프로그래밍/웹디자인/출판편집/로고디자인/어시스턴트 쪽은 희소성이 높습니다. 그에 따라서 업체/개인이 책정하는 페이가 다르겠죠?]
보통 대학생때 많이 실수하는 경우가, 위의 페이 계산법을 무시하고 '대학생이니까- 하며' 값싼 일부터 찾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이가 낮은 일을 받아서 하게 되면 개인의 멘탈리티가 붕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몇 시간을 일했는데 밥 한끼를 못사먹다니- 하는 등의... 물론 저도 그렇게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 중에 중간에 잠적하거나 관두는 케이스를 많이 봤습니다...
적어도 최소 시급 이상은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잡아 나가길 바랍니다. 적어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버는 것 보다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6. 계약서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주변에서 서면으로 계약을 하고 완료까지 다 했지만, 돈을 주지 않아 법적으로 끌고 가려고 해도 증명과 보장을 할 계약서가 없어서 강제 지급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물론 저도 계약서를 꼭 작성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그 기업에 대한 평판이나 지급률을 조사합니다.)
최근에는 협회별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회사별로 기준 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마감일과. 진행 기간중에 일어날 수 있는 미연의 사고 방지, 페이 지급 보장을 위해서는 잘 확인하고 계약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미연의 사고 방지라 함은, 과도한 수정 요구, 일정 차질, 프로젝트 취소시 페이 미지급 등의 한쪽에 불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입니다) 물론 계약서라는 것은 지장/도장/싸인을 하기 전까지는 효력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서 균형있게 협의하여 수정해 나가면 됩니다.
물론 급박한 일정의 프로젝트나 / 개인이 발주하는 경우 서면만으로 진행하는 케이스도 많지만,
백만원대 이상 / 중장기의 큰 프로젝트라면 필히 계약서는 꼭 작성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눈 뜨고 코베이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7. 계약금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계약금을 받고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보통 업체와의 계약금은 전체 외주비용의 30~50%정도를 받습니다. 물론 프리랜서 개인이 계약기간내에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계약금을 토해내게 되겠지요. 또는 계약금 없이 부분별 프로젝트 성사마다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도 서로 협의하여 조정하게 됩니다.
8. 프로젝트(외주)의 진행
계약도 되었고, 일을 진행합시다! 라는 말이 확정이 되었으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됩니다.
보통은 자택에서 하는 일이 많지만, 종종 클라이언트와의 중간 보고 미팅이나, 클라이언트 사업체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프리랜서는 업체에 종속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의 진행은 자유롭게 하는 것이 원칙이고 알아서 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외주)는 보통 4단계로 나누어 집니다. 그리고 단계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고 및 피드백이 이루어 지게 됩니다.
[기초 (기획)] -> [빌드 (콘티)] -> [완성 (작화)] -> [최종 (마무리)]
물론 괄호는 웹툰 외주 작업을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가령 스토리 작업이라면 시놉시스 -> 시나리오 -> 원고 -> 탈고의 작업이므로 하는 작업을 크게 4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9. 마무리
작업 결과물을 외주사에게 넘기고 돈을 받으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바이바이, 짜이찌엔!
- 이면 좋겠지만. 왠만하면 만나서 아시는 분들에게 소개좀 해달라며 명함을 여러장 드리거나
아니면 새로 업데이트 된 포트폴리오를 드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번 합을 잘 맞춰본 클라이언트라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Tip & Others
클라이언트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보고는 꾸준히 해 주는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클라이언트 쪽에서는 상부에 보고를 자주 하게 되고, 그를 통해서 '일을 열심히 하는' 인상을 남기기 좋거든요. 또한, 기껏 최종 마무리까지 다 가서 기획-콘티때 나와야 할 피드백이 나오게 된다면 작업해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지겠죠. 중간 보고는 양쪽 모두에게 게이득(?)입니다.
보통 외주를 자신이 의뢰하거나, 의뢰가 오는 경우중에서 실제로 작업까지 가게 되는 경우는 10번중 한 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설령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1년에 오고 가는 의뢰건수는 100건이 넘지만... 제가 1년 사이에 잡고 있는 일은 크고 작은일 다 합쳐서 10~20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일희일비 할 때가 많습니다. 하하...
자신의 실력을 절대 과신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자신의 스킬을 과신하고 부풀리면 따낼 수 있는 일들은 많겠지만,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해 져서 결국에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는 케이스를 많이 봅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여유있게 시간을 잡고,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서 점차적으로 커리어를 쌓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프리랜서를 할 때는 꼭 금전관리와 시간관리는 필수입니다. 프리랜서는 대출도 잘 안나오고 일이 붕 뜰경우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성상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경우도 많지만 클라이언트들은 꼭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므로, 두개는 꼭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관리는 힘들더군요. 들어오는 돈만큼 나가는 것들이 많다보니...
그리고 일주일에 휴일 하루~이틀은 꼭 두시길 바랍니다. 휴식이 있어야 일을 하는 맛이 납니다. 커다란 일을 동시에 4개 받아서 일을 진행해 봤는데, 1개월 만에 병원에 실려갈 몸이 되더군요. 허허... 덕분에 계약금도 토해내고 말도 아녔습니다.
프리랜서는, 보통 집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두면 좋습니다. 친구네 집에 잠시 빌붙거나, 좋은 카페에 가서 콘티를 짜거나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요. 물론 우리 오유인들은 모두 안생기기 때문에... 많이 외로울 겁니다. 중간중간 사람도 많이 만나야 멘탈 안나갑니다.
그리고 왠만하면 자기가 좋아할 일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저야 여러모로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하지만... 관심 없는 일을 무턱대고 잡으면 십중팔구 끌고 가다가 멘탈이 나갑니다.
프리랜서 사이에서 기업에 대한 평판이나 작업스타일은 꼭 확인하시길. 개중에 처음에는 돈을 많이 주고 일이 쉽다고 말하면서 나중엔 페이 지급도 미뤄지고 이것저것 태클을 걸어서 몇 번 갈아 엎다가 끝낸 경험도 있습니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니 굉장히 악명이 높은 외주중개사더군요...
보통 외주 성수기는 4-6월, 10-12월 입니다. 그래서 비성수기인 1-3월과 7-9월 사이를 보통 '붕 뜨는 달' 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국가지원사업, 기획 후 실행단계가 4-6월이고, 마무리 단계가 10-12월 사이에 집중되다 보니 생기는 경향인 것 같습니다. 보통 연초에 나오는 외주 프로젝트들은 큰 규모의 외주들이 많으며, 마무리 단계인 연말에는 짜잘한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저처럼 커리어가 짧은 자그마한 개인 프리랜서에게는 연말이 성수기 입니다.
프리랜서로 가장 즐거울 때는 '저희는 작가님의 스타일이 맘에 듭니다. 작가님이 꼭 필요합니다!' 라고 말해줄 때입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눈이 왜 그리 낮나- 내 똥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이라고 생각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헤헤헤 싱난다' 하면서 열심히 그리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럴 때의 작업물은 다른 때보다도 더 퀄리티가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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