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아버지와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싶습니다.

술 술 그놈의 술. 평소엔 평범한 다른 가정의 아버지처럼 있다가도 술만 마시고오면 돌변하는 아버지.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술주정은 도가 지나쳤다. 
항상 새벽에 얼근히 취하고 들어오셔서 자고있는 온 가족을 깨워 윽박을 지르셨다. 아버지가 술드시고 오는날이면
언제나 잠을 제대로 못자고 밤을 지새워 학교를 가야했었다.
내가 8살때. 아버지는 술을먹고 들어오셔서 여느날처럼 주정을 부리기 시작하셨다.
그 작고 어린 나는 그저 아버지의 언성과 부서지는 집안 물건에 겁을먹고 하염없이 울기만했다.
내 우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으셨는지 아버지는 유리컵을 집어 내게 던지셨고.
어머니는 그걸 막다가 팔에 평생 지우지 못할 큰 흉터를 남기셨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피는 처음 보았고 아직까지도 잊혀지질 않는다.
급히 백병원에 실려간 피를쏟는 어머니를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하곤했다.
내가 포켓몬의 지우처럼 괴력몬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올때마다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다 때려치우라고.
초등학생인 나한테는 학교가지 마라고 하셨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 때려치라고 하셨고, 고등학교때도. 수능 전날에도,
군대에 있을때도, 대학생인 지금도.
어머니가 운영하고계신 어린이집도 때려치우라고하시고 만취된 상태로 들어가 어린이집에 보이는 모든것을 집어 던지며 부시던 아버지.
가족들의 살아가려는 의지를 술만 들어가시면 아버지는 꺾어버리신다.
니까짓것들이 그딴거 해서 뭘 해먹겠냐면서.

다음날 술이 깨시면 다시 원래대로의 아버지로 돌아오신다. 난 그게 더 괴롭다.
억지로 겸상하며 어제 일은 아무일도 아니었다는듯이 아버지와 웃으며 밥을 먹고, 억지로 아버지 대화에 맞장구를 쳐야했고.
어머니도 형도 모두 지금의 이 평화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어제의 일은 아무도 입에 담지 않는다.
행여나 입에 담았다가는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지고 다시 집안은 시끄러워지기 마련이니까.

너무하다 싶다고 느꼈을때. 주말에 아버지가 맨정신일때 제발 술좀 그만 드시고 오시면 안되냐고.
아버지 술만 드시고오시면 자고있는 가족들 깨워 소리치는게 너무 힘들다고.
이제 아버지 나이도 있는데 좀 자제해주면 안되냐고 조심스레 꺼내봤다.
돌아오는 아버지의 대답은 높은 언성과 
'아버지가 되어서 자식새끼한테 그런것도 못하냐. 언제부터 가장의 위상이 이렇게 떨어졌느냐.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냐'
라는 대답.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와 형의 시선. '너 때문에 집안이 또 시끄러워졌다.' 라는 형의 말.
다음날, 아버지는 또 술을 드시고 오셔서 어제 내가 꺼낸 말을 되짚어가며 아버지가 자식한테 언성좀 높히는게 그렇게 무시당할짓이냐 라는 아버지의 무한반복 언성. 그날도 나는 새벽4시에야 잠이 들고 등교를 해야했다.

내가 고등학생시절. 사춘기가 지나고 고3이 되어 입시에 올인하려했을때. 형은 시애틀로 유학을 떠났다.
남들만큼은 먹고사는 우리집 형편이었지만, 그당시 유학까지 보내기엔 조금은 무리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형의 유학길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큰아들이니까. 장손이니까. 하고싶은것은 꼭 이루어내는 형이었다. 형이 하고싶은것은 이뤄주는 부모님이셨다.
나 또한 형이 잘되기를 바랬다. 그래야 어머니의 마음짐을 하나 덜어주니까. 그 수모를 당하면서도 두 아들 바라보며 참으셨으니까.
형은 웃으며 시애틀로 떠났다. 그곳에서 즐겁게 유학생활을 하며 맘편히 공부를 하고있었다. 실제로 형은 성적도 잘 받고 아주 잘 지냈다.
남은 나와 어머니는 늘 웃지만은 못했다. 형이 유학을 떠난 후 아버지의 술주정은 더욱 심해졌다.
그 돈 다 누가 벌어서 보낸거냐고. 그새끼는 돈만 잡아먹는 귀신이라며. 당장 귀국하라그래!, 집안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알면서 유학을 가겠다고그러냐며. 형이 유학 가있는 내내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술주정에 시달렸다.

형이 귀국했다. 유학생활중에 현지인을 때렸다. 쫓가나다싶이 귀국을 하였고. 몇해동안 입국금지를 당하였고. 학교는 짤렸다.
합의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아버지의 퇴직금을 미리 당겨서 일부를 메꾸었고. 빚도 늘어났다.
내가 다니고있던 학원을 모두 그만두었다. 어머니는 미안해하셨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까지 투정부리면 어머니는 어떤 심정일까.
형은 미안해하지 않았다. 귀국해서도 탓할사람만 찾으며 자신은 잘못이 크게 없었다며 오히려 그 일에 관한 말을 꺼내는이에게 욕하고 언성을 높히며 대화를 차단시켰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는날이 점점 더 많아졌다.
형이 아버지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귀국하고나서 자괴감에 빠진 형은 술로 나날을 지새기 일수였고, 형이 술먹고 사고친 후 형의 친구들은 나에게 전화하기 일수였다.
형이 밖에서 술먹고 또 누군가에게 행패를 부렸나보다. 혼자 난리브루스를 치다 빙판에 넘어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새벽에 병원에서 연락을 받은 나는 당장에 택시타고 달려갔다.
정신을 차렸는지 횡설수설을 하는 형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간호사나 의사들한테 영어로 욕을 하는것을 보며 그냥 저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겟다고 생각했다.

형은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술주정때문인지 성격이 괴랄했다.
가식적으로 느껴질만큼 친절하다가도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욕을하며 대들기 일수였고.
그 파편은 나에게 튀어 언제나 주먹질이었다.
내가 중학생일때. 형은 MC스퀘어를 갖고싶었나보다. 어머니께 사달라고 떼를썻지만 어머니는 비싸다며 안된다고 하셨다.
역시나 그날 아버지가 오시기 전까지 형은 어머니께 소리를 지르며 대들었고.
더이상 그 꼴을 못보겠던 나는 형을 때렸다.
다음날. 나는 얼굴에 멍이 들고 오른팔엔 깁스를 한채로 등교를 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피시방을 가는길에 형과 형 친구들을 마주쳤다.
미안하지만 밖에서 형을 아는척하고싶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형이 곱게 볼리가 없었고, 친구들이 보는앞에서 나는 형에게 맞았다.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진 나에게 형은 내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부터였던것같다. 더이상 형과 말 한마디 섞지 않게 된 계기가.

중고등학교때 호기심에 친구들이 술을 가져와도 입에도 대기 싫었다. 냄새조차 맡기 싫었다. 술에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술을 접했다. 처음 접하는 술이기에 내 주량이 어느정도인지 감도 잡히질 않았고.
그날 처음으로 인사불성이 된 나를 발견했다.
나도 술취하면 형과 아버지처럼 변하는게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컷나보다.
이제는 더이상 술을 취할정도로 먹지를 못하겠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을 가고나면 아버지가 달라질줄알았다.
대학교때도 변함이 없자 두 아들이 모두 군대를 다녀오면 달라지겠지 싶었다.
군대를 다녀온지 반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는 그대로다.
달라진게 있다면, 추가로 형의 술주정이 더해졌다는것.
아버지 하나로도 힘든데. 형까지 그러니 어머니는 이미 포기하셨다.
유학을 실패한 형은 내일모레면 서른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유학을 다녀왔다는 헛된 허영심에 아르바이트 하나조차 하지 않는다.
유학까지 다녀온 내가 그런 하찮은곳에서 푼돈받으며 일해야겠냐고.
그렇다고 지금 무언가 준비하는건 없다. 그저 하루종일 집에서 토렌트로 청춘불패, 런닝맨, 무한도전 다운받아 보는게 전부.

설이 몇일 안남은 지금, 요 몇주 전부터 아버지는 계속 술을 드시고 오신다. 이제는 익숙하다. 자다가 아버지의 주정에 깨어도.
그냥 한두시간 저러고 말겠지 하고 그냥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들기 마련이다.
그치만 잠이 오겠나.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는날이면 예전처럼 나는 몇시간 못자고 새벽6시에 일을 나가야했다.
아버지가 술취한날이면 불러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이제 직접 내 방문을 열고, 내 방에 불을 켜고
나를 깨워 주정을 부리신다.  니들은 배가 불렀다고. 아버지가 집에 와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느냐며 소리를 지르신다.
이쯤되면 이미 이 동네에선 우리집은 꾀나 명물이다.

어젯밤, 어김없이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오셨고, 더이상 집에 있기 싫은 나는 친구가 일하는 pc방에서 아버지가 주무실때까지 있을 생각이었다. 새벽5시. 형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아직까지 안주무시고 너랑 나 찾으신다. 빨리 와라'
생각보다 아버지의 주정이 더 심한가보다 하고 택시타고 달려갔더니. 형도 술에 취해있었다.
그치만 자기는 술 한잔 안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나는 집에 얼른 들어가봐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형은 나에게 일단 차나 한잔 하면서 어떻게 말릴지 고민을 해보자고한다.
나는 그럴 시간이 어딨냐며, 아직도 아버지가 어머니 괴롭히고있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형이 길거리에서 소리친다. '아 씨발 아버지 술먹고 아직도 안주무신다고!'
더이상 대화가 통하질 않았다.
뒤에서 소리치는 형을 무시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와 아버지는 곱게 주무시고계셨다.
뒤따라서 집에 들어온 형은, 부모님이 자고계심에도 불구하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씨발 너도 형 무시하냐? 형이랑 맥주한잔 하는게 그렇게 아니꼽냐?'
행여나 부모님 깨실까봐 형을 밀쳐서라도 집 밖으로 내보냈다.
대체 나는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에게 이러는걸까. 용돈한분 손벌리기 싫어서 악착같이 일하고. 찌질이처럼 살기 싫어서 내 몸 관리하며
부지런하게 살고있는데. 대체 무엇이 그렇게 아니꼬운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화가나서 형에게 말했다. 술 처먹으려면 곱게 처먹으라고. 너까지 아빠 닮아가냐고했더니
언제나처럼 형은 내 턱을 때렸다.
나도 형을 때렸다. 심하게 때렸다. 형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형은 경찰에 나를 신고했다.
물론 경찰아저씨들이 바보는 아니다. 술에취해 집앞에서 소리지르는 형을 동생이 때렸다고 경찰에까지 신고한다고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주진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형과 대화로 풀고 집에 가라고하신다.
하지만 형은 아직도 술이 깨질 않았는지 저새낀 내 동생 아니라며 감방에 쳐넣어야한다고.
동네사람들 다 들으란식으로 언성을 높히며 나를 조롱하고 빈정거리며 욕을하기 시작했다.
창피했다. 쪽팔린다. 어머니까지 오셨다. 어머니가 우신다. 형은 어머니께 시끄럽다고 욕을한다.
경찰아저씨들은 그냥 형과 나와 어머니를 내보냈고 형은 여전히 씩씩거리고있었다.
형은 말한다. 이게 다 너때문이라고. 자기가 집에 칼부림을 부려도 이건 니가 날 건드린 탓이라고.
또다시 내 탓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대체 왜 형과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극단적으로 변하는걸까.
진심으로 둘을 데리고 정신병원에 데려가 심리치료를 받아보고싶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다. 반쯤 미쳐서 살고있다.
어제는 아버지의 주정에 시달렸어도 오늘은 아버지가 술이 깨있으니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생각을 몇십년째 하다보니
무슨 일을 하더라고 심각함을 나는 못느낀다.
긴장감이라곤 없어졌고 어떤 일을 하여도 사태에 심각성을 나는 못느낀다.


지금은 누구보다 어머니께 제일 미안하다.
매년 늘 있는 일이지만. 이럴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그냥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하고 자식들만 데리고 평화롭게 사셨으면.
아버지의 술주정만 보지 않는다면 형도 술먹고 깽판치는일이 없을테니까.

아 모르겠다.
이런 얘길 하고싶어도 친구들에게 뱉고싶어도 귀찮아할게 뻔하기에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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