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권유 거절하기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네."

 

"저희는 좋은 말씀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요즘 세상 소식을 들으면 재난에 불치병, 범죄, 사고 같은 악으로 뒤덮혀 있잖아요. 여기서 그 많은 문제들의 대답이 써있거든요. 한번 읽어 보시죠?"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글만 읽지 마시고 우리 교회 한번 나와 보세요. 훌륭한 목사님 말씀도 듣고 말이죠."

 

"귀찮은데요. 교회TV 보는건 안되나요? 뭐 그 소리가 그 소리 일텐데요."

 

"젊은 사람이 방에만 있고 그러면 안돼요.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 마음도 몸도 병들게 마련이에요."

 

"전 밖이 무서워요. 전 이곳이 좋아요. 이곳은 나의 에덴동산. 나는 이곳의 왕. 이곳은 나의 모든 것. 나 자체가 바로 여기에요. 이 곳이 아닌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면서... 서로를 질투하면서, 서로를 욕하면서 서로 만나는 거죠? 저는 누군가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아무와도 만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요? 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아무와도 만나지 않는 것 뿐입니다."

 

"뭔가 틀려요.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니 그건 불행하기 싫어서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전 행복하고 단지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왜 저의 행복한 일상을 흐트려 놓는 거죠?"

 

"저흰 그냥 전도하러 온거지 형제분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행복하세요."

 

"보세요. 누군가와 관계를 하게 되면 미워하게 된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희는 바빠서 이만..."

 

"죄송해요...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단지 누군가... 나를 강하게 끌어내 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었어요. 저를 어두운 구석에 갇혀 있게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이 따르는 예수가 말하는 것이 바로... 누군가를 이끌어 주는 것 아닌가요. 그것이 기적이고 사랑이 아닌가요. 기적은 이기적인 사랑은 아니겠지요."

 

행복한 나는 나만의 에덴동산에서... 사과를 건내 줄 어떤 사악한 뱀을 기다려 봅니다. 어쩌면 이것은 이기적인 기적을 바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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