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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세계의 많은 곳에서 트랜스여성과 트랜스남성 등 트랜스젠더 사람들을 "성전환자(transsexual)"나 MtF, FtM 등의 (수많은 트랜스젠더 사람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적절하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게 된 지 오래됐는데, 한국 사회도 이 흐름을 빨리 따라가면 좋겠다.

여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여성이었던 적 없는 트랜스남성을 "여성에서 남성이 된 사람"으로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뿐더러, "트랜스젠더" 정체성은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 생물학적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을 거치지 않은 사람 등도 아우른다. 부정확한 낡은 용어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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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sex와 gender가 다른 개념이라는 걸 다들 알고 인정하는 게 필요해요. Sex란 출생시에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구분이지만 gender란 본인의 성정체성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어도 본인은 여성의 성정체성을 가지지 않을 수 있고 그걸 인정해 주어야 하죠.

외지인님께 대한 무의미한 비난과 오해는 다 이 sex와 gender를 구분하지 못하고 구분할 필요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으로 보이네요. (제가 읽기로는) 외지인님은 sex는 여성이지만 gender는 여성이 아닌 분이예요. 그럼 모든 게 이해가 되고 비난할 것도 따질 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Gender가 여성이 아니면 남성이냐? 그것도 일반화해서 말할 수 없어요. 여성의 몸을 가졌지만 본인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이 아닌 것으로 인지한다면 그냥 여성이 아닌 것 뿐이지 그걸 기존의 남녀 구분에 끼워 맞춰 여성 아니면 남성이지 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래서 sex와 gender가 다른 상황 즉 nonconforming의 경우를 꼭 trans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Trans라고 할 때는 m to f, f to m의 성전환을 내포하지만 성전환을 하지 않은, 하기를 원하지도 않는 nonconforming 경우도 많거든요.

저도 뭐 잘 모르지만 제가 이해하는 sex와 gender 구분을 나눕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라 오해도 많은듯 해서요.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 있으면 또 알려 주시고요.


그냥 우리 중에 누군가는 기존의 남녀의 이분법적 구분이 적용되지 않아요. 생물학적으로도 남녀 구분이 애매한 intersex도 분명 존재하고, 본인의 성정체성도 기존의 남녀 구분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고요.

그런 분들을 이 사회가 억지로 이분법적인 남녀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하는 건 폭력이죠. 이런 사회에서 사는 게 고통 그 자체예요. 그 분들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본인들의 성정체성을 그대로 받아 주면 되는 거예요. 내가 이해가 되든 안되든 그냥 아 저 분은 다르구나 하면 되는 거거든요.

아 그리고 sex와 gender가 다른 (nonconforming) 분들은 다 동성애자이냐? 그것도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성정체성은 내가 나의 성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의 문제이고, 성적 취향은 내가 어떤 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가의 문제거든요.

물론 성정체성과 성적 취향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건 아닌 거죠. 하여간 기본적으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걸 자꾸 카테고리로 나누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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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뇌/신경과학에서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모두 인정하고 있구요, 발생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의학계에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를 장애가 아니며 질병도 아니라고 한것은 생물학이나 의학적 범주에서의 논쟁은 이미 종결되었다고 본거고, 다만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던건 어디까지를 정상성으로 보느냐에 관한 것이었죠. 어찌보면 윤리철학적 논쟁

적어도 과학을 들고와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려면 “시스 헤테로 만이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이며 그 밖에는 질병이다” 라고 해야할 걸요? 그 관점이라면 트젠도 동성/양성애도 질병이고 유전질환이고 불치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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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MTF) 트랜스젠더랑 목욕탕 가기 싫다" 급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도대체 그럼 그들을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 답을 하실 수가 있나. 그래서 대안이 뭔데? "그들이 원하는 성대로 살게 해주자"보다 나은 답이 있나?

유아인 애호박 이야기도 그렇고, 트젠이 여성기 모양 가지고 뭐라 그랬다는 것도 그렇고, 앞뒤를 보면 지들이 먼저 그 이슈를 시작해서 자극해놓고 게이나 트젠이 거기에 반응하면 여혐으로 몰아붙임. 그냥 고추를 미워하기 위해서 이유가 필요한 것뿐.

"트젠의 여혐"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트젠 혐오" 중 뭐가 더 큰 문제이고 시스테믹한지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해야 되는 거 아냐? 도대체 지들이 여혐하는 트젠이랑 인생에서 접점이 어디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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