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식들은 화를 부른다. 화가 날만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당장 입에는 달콤하지만, 먹고 나면 그 저질의 영양 성분들이 몸에서 미쳐 날뛰도록 화를 조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님들은 육식을 안 함은 물론, 신진대사를 올릴 만한 채소도 먹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늘, 고추, 부추, 파 같은 것들은 먹으면 몸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어딘가에 힘을 쓰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한다.
그래서 정말 먹어도 전혀 욕구가 안 생길 것 같은 무채색의 식단을 짠다.
근데 문제는, 몸에 나쁘거나 몸이 화가 날 만한 음식을 피해서,
정말 몸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음식만 찾아 먹다 보면 너무 비싸진다는 데 있다.
당연하지만 좋은 음식은 비싸고, 싼 음식은 저질이다.
온갖 자투리 잡육을 섞어 구운 편의점 햄버거 패티는 몸에는 안 좋아도 싸고 맛있다.
하지만 정말 좋은 부위만을 선별하여 정성들여 구운 수제버거 패티는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가격이 많이 비싸진다.
그러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저질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렇게 저질 음식을 먹고 맨날 화를 내며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틱낫한 스님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한가지 답을 제시했다.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라.
나는 이 대답이 정말로 비현실적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스님이나 할 만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조금만 먹으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조금만 먹을 수 있나.
물론 우리 몸은 평상시에도 한 40일 정도는 굶어도 죽지 않을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40일이라는 시간은 예수님도 그렇고 부처님도 그렇고 단식의 한계점으로 보는 기간인데,
삼풍백화점 붕괴 때 최장기 생존자가 15일을 버틴 것을 보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튼 우리 몸이 매일 하루 3번 이상씩 주기적으로 배고픔을 느끼지만, 그 욕구를 다 충족해주지 않아도 살아가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조금만 먹더라도 정말 죽을 만큼 아주 적게 먹지 않는 이상,
수입이 적더라도 좋은 재료를 조금씩만 사용하여 건강한 식생활을 꾸리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스님처럼 고도의 정신적 수련을 각오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 배고픔이란, 특히 나처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준다.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는 고통은 정말 나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설령 사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라고 해도, 당장 내 입 안에 저 쓰레기같은 저질의 편의점 햄버거를 쑤셔넣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것 같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패션모델들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칼로리가 없는 종이를 씹어먹는다던데,
나도 종이 정도야 가볍게 먹을 것 같다.
왜 못사는 사람들이 뚱뚱하겠나.
당장 돈은 없고, 눈 앞에 저질이지만 매력적인 음식들이 유혹을 하는데, 그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리니 그런 것 아니겠나.
시장의 떡볶이는 아직도 꽤 싸고 배도 금방 부른다.
시장의 젊은 어머니는 자식에게 떡볶이를 먹이면서 이게 오늘 저녁이라고 신신당부를 시킨다.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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