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보고싶음/ 옷

1 몇 주 전 술에 취한 친구와 통화를 하다 넘어간 목소리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듣는 애의 그것이었다. 자기 혀도 잘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에게 '보고싶다, 왜 연락 안했냐, '언제 한번 보자'' 따위의 말들을 하곤 전화기를 원 주인에게 건내곤 3차인가 4차를 갔다고 나중에 친구가 말해주었다.

어제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거나 익숙치 않은 번호는 안 받자는 주의지만-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 받아서 좋은 소리 들은 일이 없다. 물론 익숙한 번호도 잘 안받기는 한다. - 그냥 왠지 받고 싶어져서 받았다. 2009년 3월의 어느날 우연히 마주쳐서 서로의 긴 안부를 기원하며 헤어졌던 오랜 동창의 목소리였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시끄러운 소리 틈에서 술자리라고 고백하며 위의 애와 비슷한 말들을 떠들어댔다. 이야기 틈에서, 술자리에 동석하고 있는, 역시 2009년 이후 본 적 없는 또 다른 알던 아이도 나를 보고싶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했고 조금 이따 술자리가 끝나면 잠시 만나자고 했다. 알았다고 답했다. 한두시간 정도 지났을까 가가오독으로 애들이 다 헤어지며 집에 들어갔고, 그래서 모이는 것은 실패했으며, '다음에 한 번 보자'는 메시지가 왔고 역시 알았다고 했다. 기대한 것이 없었기에 실망하진 않았다. 최소한 그런 말을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 정도는 느꼈지만 역시 그 애들의 나를 보고싶음이 술기운 탓에 일어난 약간의 감정 과잉과, 그런 감정들이 모인 들뜬 분위기를 탔을 때 나오게 되는 가치 없는 대사인 것 역시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다. 이런 애들 때문에 술 마시고 나에게 무슨 말이든 하려는 사람들이 싫다. 다음에 한 번 보자라는 말도 싫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을거면 그냥 솔직하게 '서먹한 연락은 하지 말고 우리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또 아는 척 하자'라고 했으면 좋겠다.







2 옷을 입을 때 기본적으로 입되 거기서 약간 비틀어서 약간은 다르게 입고 싶고 또 그런 시도들을 하는데 그렇게 할 때마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들 구경하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병신스러운 착샷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 부실한 생각과 가치관들이 늘 그렇듯 '나는 개성있게 잘 입고 있다'와 '나는 병신인가?'를 봉 양 끝에 하나씩 걸고 외줄타기를 하는데 제발 전자이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옷에 대한 욕구가 거의 접어든다고 느끼고 있다. 셔츠와 바지 두어 벌 정도를 제하면 아직은 이전처럼 입어보고 싶은 옷들이 수두룩하지는 않다. 십 몇 년간 참다가 해소하는 욕망치고 소비한 돈이 이 정도라면 상당히 값싼 댓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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