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락슈미

백금으로 만든 무거운 조형물을 머리에 인 사람만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유리 광장에 거대한 상아로 만든 조형물이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근처 사원에 살며 늘 우유나, 빵의 가장자리 따위를 공급받는 수백의 쥐 무리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인도양에 몸뚱이를 담그고도 들어갈 자리가 부족해 곤란한 코끼리와 인도 병사들이 벌인 한 판 승부, 결국 쓰러진 코끼리의 상아를 뽑기 위해 튼튼하고 완벽하게 꼬인 밧줄과 벌어진 수십 밤낮의 싸움, 그리고 상아가 유리 광장으로 질질 끌려가는 자리마다 바닥에 반짝거리는 가루가 남았는데, 아무리 박박 닦아도 지워지지 않으며 마침내 지워질 때 쯤에는 누군가를 크게 부르는 듯한 아득한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났다는 근사한 얘기들을 밑에 깔아둔 넓은 발 쥐가 수십 번은 얘기한 말을 처음 얘기하는 것마냥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태도로 아래에 모인 쥐들의 귀에 숨을 불어넣었다.

"맨 처음 상아 안에 들어간 사람은 8일 간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조각을 했지. 그리고 다시는 나오지 않았어. 두 번째로 상아 안에 들어간 사람은 정확히 4일하고 하루의 반을 보내고 나오질 않았어. 그리고 마지막의 375번 째 사람이 들어갔을 때 그는 아주 맛있고 멋진 음식들을 갖고 들어갔는데 지금도 그것이 남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래서, 그래서 그것이 어디에 있다고?"

나서기 좋아하는 호전적인 쥐 몇이 합창하듯 외쳐 물었다. 그리고 넓은 발 쥐와 동시에 대답했다. "조각상의 머리에!"

락슈미는 아주 간혹 사람들의 발에 부드럽게 채이는 일이 있어도 결코 가볍게라도 그 사람들의 갈색으로 물든 맨 발을 물지 않는 조용하고도 생각이 깊은 쥐였다.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진 그의 친구 쥐는 때때로 락슈미를 바라보며 "너의 눈은 저녁 석양과 해 지기 전의 코발트색 하늘이 섞여 있고, 위에 흰 설탕가루를 아무렇게나 흩뿌려놓은 것만 같아"라고 말하곤 했는데 락슈미는 그 말을 들을 때조차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말을 좋아했다. 특히 그것이 아주 뜬금없는 상황에서 듣는 말일 때 더 기분이 좋아서 그럴 때는 꼬리 마디를 가볍게 흔들기도 했다. 친구 쥐는 그가 내색하지 않으려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었다. 모두가 넓은 발 쥐를 하나님을 올려다보듯 바라보며 집중할 때 그는 혼자 옆으로 비스듬히 서 있었지만 역시 거대한 가네쉬로 탈바꿈한 상아 조각의 머리 부분에 있을 맛있고 멋진 음식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친밀함은 느끼지만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모험가 쥐와 함께 석상의 머리를 향한 여행을 나선 그날 밤에, 발 뒤꿈치에 나 있는 선구자 쥐들이 내놓은 직사각형의 문을 밀며 왠지 모를 불안함이 들었지만 애써 지우려고 노력했다. 가네쉬 조각상은 정좌를 하고 앉은 자세에, 네 개의 팔을 각자 자유롭게 휘두르는 듯한 모양이었으며 기다란 코가 목부터 아래로 내려감아 최종적으로는 등쪽에서 그 끝이 보였다. 열심히 올라가던 와중 어느새 자신이 빙빙 돌아가는 것을 알아챈 락슈미는 자신이 지금 조각상의 코 부분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쩐지 뜨거운 김이 규칙적으로 뿜어져나왔고 가네쉬 조각상의 호흡을 방해했다는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조금만 참아달라고 부탁한 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쪽에 다다르자 점점 통로가 좁아지며 몸을 죄여왔지만 몸을 유연하게 단련해 둔 락슈미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 시절의 기억 탓에 약간의 심리적인 불안함만 있을 뿐이었다. 머리에 올라가기 전에 먹고 밑으로 미끄러뜨린 땅콩 껍질은 그 후 며칠 밤이 지나서야 막 뒤꿈치의 입구로 들어가려던 후발주자 쥐의 코에 딱 하고 튕겼다.

'Sil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출  (0) 2013.03.23
보고싶음/ 옷  (0) 2013.03.18
사진 노출  (0) 2013.03.08
비비크림  (2) 2013.03.07
-  (0) 201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