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바른말 고운말

'바랍니다'의 표준 반말은 '바라'입니다.
하지만 전체 국민의 대부분이 '바래'라고 씁니다.
이건 마치 국어학자님들께서 '자장면'이 맞다고 하시지만
전체 국민들 대부분이 '짜장면'이라고 쓰는 것이나
아나운서들이 기를 쓰고 [효과적]이라고 발음할 때
국민 대부분은 [효꽈적]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말이란 항상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과거의 형태만을 고집하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님이 어디 가서 '난 네가 자장면 사주었으면 하고 바라'라고 해보십시오.
그럼 바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겁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시오'라는 말의 반말이 '하'가 아니라 '해'인 것처럼
'바래' 역시 불규칙으로 봐야 합니다.

언어란 그걸 쓰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되고 변화되는 것이지
문법학자나 언어학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고쳐지는 게 아닙니다.
제 아무리 국어학자들이 문법에 맞게 단어 지정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하기 불편하고 이상하면 쓰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의 발음이나 어휘에만 얽매이다 보면
우리는 아직도 백 년 전의 발음과 어휘를 고수해야 맞는 것입니다.
'이 애, 이것 참으로 달고나.'
이게 100년 전 말투입니다.
지금의 말투로 하면
'얘, 이거 참 달구나' 입니다.

과거에는 '~구나'라는 말 대신 '~고나'라고 발음했기에
지금 우리가 '달고나'라고 부르는 음식이나 상표명이 그대로 굳어져 내려온 거죠.

지금 우리는 '맞습니다. 맞구요'라고 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발음을 중요시 여겼던 고 노무현 대통령께선
'맞습니다. 맞고요'라고 하셨죠. 그게 유행어가 됐지만요.
아무튼 지금 거의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구요'라는 표현을 쓰지 '~고요'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맞춤법이나 표준어에서 '~고요'가 맞다고 합니다.
문법책은 항상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을 정리하면 뒤쳐져 쫓아가기에
현실과는 항상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닭'이란 말이 1988년 맞춤법을 통해 '수탉'으로 변한 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탉'이라고 쓰기 때문이며,
과거의 '돐잔치'라는 말이 지금 '돌잔치'로 바뀐 것도
사람들이 더 이상 '돐'에서 'ㄽ'발음을 쓰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스물네 돐을 맞이하여'를 발음할 때
지금 사람들은 모두 '스물네 [도를] 맞이하여'라고 하지
'스물네 [돌슬] 맞이하여'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 그럼에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우린 여전히 '스물네 [돌슬] 맞이하여'라고 써야 한다고
그렇게 방송이나 학자들에 의해 강요되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다음 표준어 개정 때는
어쩌면 '바라'라고 우겼던 것들이 '바래'도 인정하게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야 정상인 거죠.